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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3일째) 런던 : 버킹엄궁

by 연우아빠. 2010. 8. 4.

□ 2010.6.28(월)

알람 시간보다 훨씬 일찍 잠을 깼다.
동향인 방은 해가 뜨면 너무 더워서 빨리 숙소를 나서는 게 더위도 피하고 구경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9시 30분이 되자 건너편 공사장에서 중장비를 가동했다.
그러고 보니 토요일, 일요일은 전혀 공사를 하지 않았다.
숙소를 나오며 준기에게 어제 프론트에서 너에게 장난을 건 그 아저씨에게 네가 미리 말을 걸어보라고 시켰다.


“아빠, 나는 영어를 못해.”


“물론 아빠도 못해.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는 첫 번째 문제가 아냐.
말을 걸어서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 그게 사람을 사귀는 첫 번째 조건이야.”


알겠다는 듯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준기가 “Good Morning!” 하고 먼저 인사를 하자 그 사람이 아주 반가워한다.
유럽에는 어린이들이 적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참 잘 대해준다.
나도 아들에게 외국어를 잘 못해도 외국인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리고 아들에게 말을 걸어준 
첫번째 영국인으로 그에게 관심을 표시하기 위해서 그 청년과 이야기를 짧게 했다.
얼마나 있다가 갈 건지, 여행 루트는 어딘지 등등 물어보다더니 준기에게 “너희 엄마아빠 정말 좋구나. 대단해! 좋은 여행하기 바란다”하고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인다. 준기도 손을 흔들며 “See you later!” 하면서 인사를 했다.


오늘은 피카딜리 서쪽을 보기로 했다.
가장 영국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인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을 보고 근처에 있는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그리고 하이드파크에서 놀기로 했다.
피카딜리 호스텔은 시설은 허름해도 런던시내 구경에 있어 접근성은 최고였다.

 
버킹엄 궁을 가려면 한 정거장 떨어진 Green Park 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
꼬질꼬질한 지하철을 나와 지상에 올라온 순간 지도에 표시된 사각형은 거대한 플라타나스 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멋진 공원으로 다가온다.
그늘을 지나가는 동안 런던의 무더위는 저 만치 사라졌다.
인심좋게 생긴 빅토리아 여왕의 기념상이 자리잡고 있는 광장계단에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좀 이른 시간인지 한산하더니 11시에 시작하는 근위병 교대식에 맞춰 사방에서 사람들이 갈수록 많이 모여들고,
기마경찰들이 나와 광장을 정리했다.

거기나온 경찰들이 이웃집 아저씨 같은 얼굴과 표정인데다 쇼맨쉽이 상당히 많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따로 교육을 받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과장된 행동으로 사람들의 웃음을 사며 질서유지에 동참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주 노련했다.
잠깐 한가한 시간에는 관광객들과 친절하게 사진도 잘 찍어주고 때론 유머스럽게 때론 엄숙하게 강약을 조절하는 경찰들은
그 자체가 관광명물로서 손색이 없다. 마치 일을 즐기고 있는 듯한 경찰 역시 영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일조를 하는 듯 하다.
문득 영국은 관광수입을 위해서도 군주제를 폐지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위병 한 무리가 궁에서 나와 그린파크 안쪽으로 돌아들어갔다.
한참 있다가 기마대가 나타나고 또 기마근위대와 기마경찰이 퍼레이드를 보여준다.
밴드를 앞세우고 한바퀴 돈 다음 궁 안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교대식을 거행하는데 그 모습을 창살에 매달려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퍼레이드를 본 것으로 충분했다.
아이들을 위해 목마를 태워 버킹엄 궁전 안쪽에서 벌어지는 교대식을 잠깐 보도록 하고
우리는 그린파크의 플라타나스 고목의 행렬을 지나 하이드 파크로 향했다.



그린파크 역에 내려 수백년은 된 듯한 플라타나스 나무 사이를 지나 버킹엄 궁으로 가는 길



궁전 앞 인증사진. 이웃집 아줌마처럼 편안하게 생긴 빅토리아 여왕의 기념상




버킹엄 궁. 그린파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여왕의 궁. 이날은 여왕이 계셨던 듯 국기가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11시 근위대 교대식 구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10시 30분, 근위대 한 무리가 버킹엄 궁전 안에서 행진을 하며 나와서 그린파크로 향해갔다



그 뒤를 따라 지나가던 자동차들도 천천히 진행.



도무지 날카로운 모습이라고는 없는 버킹엄 궁전의 경비 경찰
후덕하게 생긴 이 분은 한가한 시간에는 아이들과 사진 찍어주는 일이 제일 많았다.




11시가 다 되가는 시각.
버킹엄 궁전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근위대의 퍼레이드를 기다리고 있다.




질서유지를 위해 기마경찰도 나와 주시고,
기마경찰을 처음 본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경찰 아저씨는 아주 흐뭇한 미소까지 날린다.




10:30경 그린파크를 향해 떠났던 근위대 의장대가 돌아와서 근위병의 퍼레이드를 이끌었다.




이어서 빛나는 제복을 입은 기마 근위대가 행진을 시작하고...
이날 런던 기온은 런던 평년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은 34도였다. 근위병들이 무척 더웠을 듯.




퍼레이드 구경을 끝내고 다음 목적지인 자연사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그린파크를 따라 가는 중.
도심 한복판에 이런 멋진 길을 밟고 다닐 수 있는 런던이 부러울 따름..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서 일까? 재미있는 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