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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의 역설

by 연우아빠. 2009. 1. 15.

인류 역사상 착취할 곳을 찾지 못한 나라에서 부를 창출한 곳이 있었을까?
그것이 국가 내부이던 외부이던...

로마는 공화국 시대에는 이탈리아 반도 안에 있는 작은 나라였다.
그들은 죽을 주식으로 했다고 한다.
카르타고에게 승리해서 밀을 대량으로 들여오게 되었을 무렵부터
로마는 빵을 주식으로 하게 되었다.

카르타고를 비롯해 많은 지역에, 특히 물산이 풍부한 오리엔트 지역에 세력을 확장하면서
로마는 더욱 강한 나라가 되었다.

착취할 곳이 없었던 유럽국가들은 15세기까지만 해도 가난한 나라였다.
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고 아프리카를 착취하면서 부를 쌓아갔다.

한 때 세계 GDP의 60% 정도를 점유했다는 청나라 전성기였던 강희제-건륭제 연간에
60여년간 세금을 징수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착취한 막대한 은을 중국산 차를 마시고 싶어한 영국인들이
청나라에 쏟아부은 때문이다.

한 때 세계 GDP의 50% 넘게 점유했던 대영제국 역시 아메리카와 인도에서 착취한 막대한 재물 덕분에
영화를 누렸다. 그러나 영연방 국가가 모두 독립한 지금 대영제국의 영화는 사라졌다.

미국 역시 한 때 세계 GDP의 50%가 넘는 부를 점유했었지만
착취가 가능한 지역이 점점 사라지면서 그 비중은 20% 대에 머물러 있다.

인류가 생산한 막대한 부는 1인당 배당된 가치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늘어날 것 같지 않다.
행복지수 역시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고..

발전을 했다지만, 의문이다.
30년전 고등학교 다닐 때 통학거리가 1시간이었던 고등학교가 너무 멀어 내가 살던 도시를 떠나
이웃 도시로 옮겨가 하숙을 시작했다. 그것으로 내가 부모님과 같은 지붕아래 사는 것은 끝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 출근에 1시간 15분이 기본이고, 퇴근은 1시간 30분쯤 걸린다.

내가 쌓은 부는 그 때 보다 엄청나게 늘었지만 내 24시간 가운데 2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길바닥에서
사라지는 시간이다. 내가 쌓은 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공휴일이 고작이고 그나마도 자주 침범당한다.

내가 집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집이 주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8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나에게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들 얼굴을 보지 못한 것도 이미 몇년이 되었다.
무엇을 위한 경쟁이었을까?

누군가 '영화관의 경쟁'을 이야기 했다.
평평한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잘 볼 수 있었지만 그 사람에게 가려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자리에서 잇달아 일어났다.
결국 극장안에 모든 사람이 일어나게 되었고 모두들 바닥에 앉아서 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아니, 좀 더 나빠진 것이 있다. 영화를 즐기러 왔다가 모두들 2시간 동안 벌서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영화관의 경쟁을 부추긴다.
모두를 지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경쟁이다.
각자 어렵게 만든 부를 행복해지는데 사용하지 못하고 지치는 쪽에 부를 낭비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극장 바닥을 경사지게 만들고 거기에 의자를 만들었다.
일어서지 않고도 영화를 즐기게 되었다.
유럽사람들은 이런 영화관의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대신 국가가 극장바닥을 개조하고 의자를 설치하는 일을 한다. 이것을 사회간접자본 투자라 하고
반드시 대다수 사람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한다.

 이런 사실을 모두가 공감할 때 소모적인 경쟁을 중단할 수 있는 사회는 선진사회이고
그렇지 못한 사회는 후진 사회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속할까?

2009.1.15 끄적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