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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밤도 줍고, 김장 젓갈도 사고...두번째 오서산자연휴양림 여행

by 연우아빠. 2007. 9. 17.

밤도 줍고 김장 준비도 하고.....오서산 두 번째 여행

2007.9.15~16(1박2일)


휴양림의 참맛을 조금씩 알아 간다고 해야 하나?
휴양림을 잠자는 아지트 정도로 생각해 주변 볼거리에 관심을 가졌던 단계에서 벗어나 휴양림 안에서 자연을 벗삼아 즐겁게 지내는 법을 알게 되었고, 다유네 식구들과 함께 야영의 재미를 느끼는 것으로 발전한 요즘, 이웃과 더불어 즐기는 휴양림이 즐겁다. 솔직한 얘기로 낙안민속과 천관산휴양림에서 했던 단독야영은 이웃과 더불어 즐기는 휴양림과 혼자 가는 휴양림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각인시켜준 여행이었다. 물론 휴양림은 어디나 나름 특색을 갖고 있어서 좋은 여행지이지만....

작년 이맘때 오서산에서 모였던 다유네 분위기가 너무 좋아 내심 올해에도 기대했건만 이러저런 사정으로 불발로 끝난 것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상린채린아빠님이 오서산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해 주셔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OK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썰렁하다. 15일날은 인천사시는 처외숙모님 칠순이란다. 게다가 오후 5시 30분부터 잔치를 하신다니 황당하다. 칠순잔치에 가면 언제 오서산 가남??




서산 최고의 방, 복숭아꽃 살구꽃 방을 가로막고 새로 지은
찔레와 잔디방.
아침에 다른 사람 숙박하고 있는 방을 찍고 있으니 파파라치가 된 것 같은 느낌..^^;;


경상도 남자들은 대개 처가쪽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헌데 처 외숙모님은 아내가 대학다닐 때 신세를 많이 진 친척인데다 장모님도 오신다 하니 난감하다. 아버지도 인천에 들렀다가 가는게 옳다고 하시니 따를 수 밖에.....작년에 보지 못한 오서산 억새밭과 서해안 저녁노을을 보고 싶었다. 상린채린아빠께서 간만에 바베큐도 하자고 했는데 아까비......어쩔 수가 없다. 상린채린아빠님께 밤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게다가 태풍도 올라온다고 하니 썰렁한 분위기가 더 썰렁해질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태풍이 온다고 해도 남쪽 검마산까지 내려가 야영을 한 사람들이 아닌가? 맑으면 맑은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더구나 오서산을 이맘 때 꼭 가야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광천 재벌(?)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김장용 젓갈을 사고, 아이들 밤줍기도 해야하고....지역경제에 도움도 되고 동생들 추석 선물도 장만하고...그야말로 일석 삼조.^^토요일 오전 아이들은 학교가고 아내는 아내대로 정신없이 바빴다. 나도 그동안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브레이크 경고등이 켜졌던 이상징후를 점검하기 위해 정비업체에 들렀다. 브레이크 라이닝이 수명이 다 되서 나타난 현상이란다. 브레이크 라이닝 갈고 엔진오일도 교환하고 인천으로 달려갔다.(둘다 바쁘다 보니 휴양림 갈 준비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았는데 결국 부탄가스를 상린아빠께 신세를 졌다. - 백운산 가서 갚을께요 - 밤 주워 담을 그물망은 준비했는데 장갑이랑 집게도 빼먹었다. 이것도 상린아빠께 신세를....^^;; ) 6시쯤 상린채린아빠께서 연락을 주셨는데 예약한 방이 난방장치가 고장나 이번에도 수련관에서 묵게 되었노라고 한다. 그 넓은 수련관을 두 가족만....




수련관 옆에 서 있는 휴양관. 오른쪽 난간이 거슬리게 나왔습니다.



인천에 도착해보니 칠순잔치에 엄청난 대식구가 바글바글하고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는 처외사촌 오빠되는 분이 이끌고 온 천사같은 소년소녀 합창단의 요들송과 벨연주가 한창이다. 누가 누군지 기억도 희미한 인척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가운데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대충 먹고 축하인사를 드리고 대충 작별인사를 하고 오서산으로 냅다 날랐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고속도로나 국도나 자동차가 거의 없다. 연료가 간당간당했지만 길도 어둡고 날씨도 흐리고...날 밝으면 해결하지 뭐.. 그냥 휴양림만 향해서 앞으로 갔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10시 45분, 2시간이 채 안걸렸다. 휴양림 안내소에서 오서산과 성주산 등산지도를 챙겨가지고 수련관으로 갔다. 상린채린아빠께서 열쇠를 손잡이에 꽂아두셨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상린채린네 방을 두드려보지도 못하고 건너편 302호에 조용히 들어가 애들 씻기고 12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운무가 서린 오서산 줄기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7시다. 안개와 구름 때문인지 바깥은 어둑어둑하다. 아버지는 벌써 일어나 산책을 나가셨는지 자리에 없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먼저 잡았다. 복숭아꽃 살구꽃 방 앞에 새로 들어선 집을 찍었다. 노출부족이 나와서 나무난간에 올려놓고 찍었는데 건너편에 숙박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같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친다. 휴양림 파파라치....오서산 입구 쪽에 가득찬 안개와 구름을 찍으려고 하니 전깃줄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서 풍경을 망친다. 얼른 뽀샵기술 배워서 유니맘님처럼 전깃줄을 지울 수 있어야 할텐데....세수하고 밖으로 나오니 상린채린아빠와 맘께서 산책하러 나오셨다. 마침 아버지도 수련관 앞으로 오시길래 네사람이 산책을 나섰다. 간만에 상린채린네 아빠엄마 두분이 오붓한 산책을 즐기는 것을 우리가 방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서산 정상가는 길 푯말이 보이는데 안개가 심해서 올라가도 조망이 별로일 듯하다. 절반쯤 돌았을 때 이슬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로 바뀌었다. 가운데 하산길로 내려와 수련관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밤새 잠을 거의 못잤단다. 방에 난방시설이 고장이 나서 너무 뜨거워지는 바람에 아이들이 잠이 깨서 칭얼거리는 바람에 난방을 껐는데 이번에는 춥더라나...다시 켜고 또 끄고를 반복하다보니 날이 새더라는 어이없는 이야기....수련관에는 압력밥솥이 있는데 아주 맘에 든다. 밥을 안치고 어제 마트에서 사온 양념된 닭을 볶고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었다. 아버지께서 참 마음에 드는 휴양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휴양림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준비를 하고 11시에 길을 나섰다.



막히기 시작하는 귀경길, 해미읍성 못미쳐서 사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작년에 본의 아니게 광천의 문어발재벌(?)로 낙인찍힌 바로 그분이 운영하는 독배토굴새우젓(041-642-1620)에 들러 김장용 오젓과 멸치액젓, 그리고 김을 샀다. 오젓과 육젓 추젓이라는 말을 듣고 대충 짐작은 했지만 "오젓이 뭐예요?"하고 안주인께 물어봤더니 옆에서 젓갈 사러 오신 분이 웃는다. (오월에 잡으면 오젓, 가을에 잡으면 추젓...예상했던 대답이다)  한가위 때 올라올 동생들과 누나네에 나눠줄 것까지 감안해서 네가족 분을 샀더니..... 휴양림 여행 역사상 최단시간에 최고 금액을 쓴 기록이 아닐까 싶다. 지역경제에 상당부분 기여가 되었을라나? 이집 젓갈은 국을 끓일 때도 간장대신 넣어서 맛을 내는데 아주 좋았던터라 매년 오고 싶은 집이다.

연료 충전하고 상린아빠님 이모님 댁으로 달렸다. 이모님 댁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 되었다.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풀이 작년보다 무성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밤 밭까지 올라가기는 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상린, 채린, 연우, 준기 네 아이는 차 안에서 놀게 하고 상린채린아빠, 연우 할아버지, 나 이렇게 세사람만 밤을 줏으러 올라갔다. 처음엔 밤을 털 생각으로 바지랑대를 가지고 올라갔는데 입구부터 지천으로 널린 밤송이를 보니 바지랑대로 털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다. 주우면서 올라가자고 하면서 하나 둘 줍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아서 위로 올라갈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차가 막히니 이런 짓도 해 봅니다.

금방 떨어진 밤송이라 벌레 먹은 것도 거의 없고 줍고 있는 중에도 등위로 밤송이가 가끔 떨어졌다. 작년에는 너무 늦게 밤을 줏으러 간 것 같다. 상린채린아빠께서 위에 올라가서 큰 밤을 줍자고 했는데 아버지는 작은 밤이 더 맛있다며 위로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하신다. 1시간 쯤 밤을 줍고 나니 가지고 간 그물망에 가득찰 정도가 되었다. 비옷을 입고 줍고 있으니 땀이 비오듯 한다. 밤을 직접 줍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따로 밤송이 그대로 한봉지를 담아 가지고 내려왔다. 그 사이에 준기는 삐졌다. 여자아이 셋이서 따로 놀면서 준기를 끼워주지 않았나보다. 불쌍한 아들 신세....상린이 부모님이랑 여러분들이 늦은 점심이지만 먹고 가라고 권유하셔서 못이기는 체 따라 들어가 점심 신세를 졌다. 주스 두병을 사가지고 갔는데 어르신들에겐 차라리 계란 한판을 사다 드리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 상린맘님께서 고소한 참기름을 뿌려서 비벼준 맛있는 비빔밥을 체면불구하고 맛있게 먹고 나니 3시 조금 넘었다.




서해대교 근처에 와서야 좀 나갑니다.


상린이네랑 이모님께 작별을 하고 상린아빠님이 가르쳐 준대로 남당항으로 가서 큰새우(대하)를 사기로 했다. 내가 나중에 은퇴를 하면 밤나무와 대추나무를 키울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 남당항은 작은 포구였지만 대하철을 맞이해서 그런지 서울에서 내려온 차가 많다. 아이들 생각을 해서 자연산을 사기로 했다. 양식대하 보다는 엄청 비싸긴 하지만 껍질째로 먹을 수 있고, 혹시 있을지 모를 항생제 부작용을 걱정해 큰 맘먹고 사 보기로 했다.

이집 저집 구경하다가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가 파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1kg에 3만원이라고 한다. 양식은 그 반값도 안되는데 양식은 당근 모두 펄펄 살아있고 자연산은 멀고먼 여행으로 저 세상 새우가 된 상태다. 2kg에 6만원, 애들 먹이려고 자연산을 사려고 한다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연우와 준기를 보시더니 빙긋 웃으시며 2.4kg을 담아주신다.

상린아빠님이 가르쳐준대로 홍성IC로 가는 길을 찾아 고속도로에 올라오니 한 10여분 잘 달리다가 차가 밀려 있다. 구급차와 견인차가 마구 달려가는 것을 보니 사고가 난 모양이다. 해미에서 빠져나와 국도로 올라가다가 당진에서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건넌다음 다시 평택항 방향으로 빠져나와 39번 도로를 타고 집으로 아주 수월하게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바로 밤을 정리해 갈무리를 하기로 했다. 맑은 물에 씻어보니 비가 올 때 주워서 그런지 흙탕물이 제법 나온다. 깨끗하게 밤 목욕을 시키고 소쿠리에 얹어 베란다에 내 놓았다. 하루정도 물기를 빼고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 생각이다. 껍질에 검은 색이 보이기 시작한 놈들을 골라내 깎아 먹었는데 밤 맛이 아삭아삭한 것이 참 좋다. 내년 이맘 때 다시 오서산에 가서 밤을 줍고 싶다. 이번에는 상린이네 뿐만 아니라 작년처럼 다유네 많은 식구들이 함께 갔으면 좋겠다. 9월 중순이면 오서산에서 야영하기에도 적당할 것 같다. 상린채린아빠님의 이모님 댁 밤도 가장 상태가 좋은 때인 것 같고... 이번에 주워온 밤처럼 이번 가을이 다유네 가족 모두에게 풍성하기를 기원해 본다.


* 오랜만에 오서산 갔는데 늦게 가서 바비큐도 못해먹고(상린아빠께서 한 가족만으로 바비큐를 하려니까 좀 썰렁한 것 같아 하지 않으셨단다. 미안해라....) 등산도 못하고, 아이들끼리 거의 놀지도 못하고 돌아와서 아쉬웠다. 상린네 가족들이랑 별로 얘기도 못해보고 갔다 온 것만 한 여행이 되어 버려서 29일 백운산 휴양림에서 제대로 좀 해 봐야겠다.

* 작년 오서산 모임 때 후기를 쓰지 않았더니 기억에 구멍이 난 것 같다. 허접한 후기지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 싶어 올립니다. 허접해도 용서하시길...휴양림에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시간도 없었고 하늘이 너무 어둡고 비가 와서 50mm 단렌즈로만 간신히 셔터타이밍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나날이 게을러져 가는 기록정신...^^;;

* 자연산 새우가 좋긴 좋군요. 껍질째 씹어 먹어도 잘 씹히고 아주 맛있습니다.



풍성한 밤, 수확의 기쁨, 뿌듯한 한가위 준비...^^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