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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겨울 청태산 등산

by 연우아빠. 2012. 2. 14.
2012.1.28~1.29(1박2일)
9번째 청태산 여행


주은아빠와 은주아빠께서 1월달 휴양림 예약을 해놓고
혹시 동호회원 중에 같이 갈 사람이 있냐고 게시글을 띄웠는데
모두 9가족이 손을 들었다.

매년 가던 청태산이지만 작년 겨울에는 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가겠다고 나섭니다.
주은아빠가 이번에는 청태산 겨울 등산을 하겠다고 해서
가족 모두 아이젠을 장만했습니다. 


청태산에는 워낙 많이 갔다 와서 별다른 설레임은 없지만
반가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늘 기대를 하게 됩니다.


28일 아침, 청태산 가기전에 엔진오일이나 갈자고 이웃 정비소에 들렀는데...
세상에!

라디에이터 아래로 미션오일이 새고 있었습니다.
미션오일 펌프가 나갔다네요.
게다가, 머플러 중간이 부러졌네요.
한술 더 떠서 단순 펑크인 줄 알았던 뒷 타이어는 땜질을 할 수 없게 찢어져있네요.

10년이 다 된 자동차가 드디어 돈 내놓으라고 주머니를 털어갑니다.
출발 전에 발견해 다행이다 생각하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일찍가서 반가운 사람들과 놀아야겠다는 계획은 허사가 되고
늦은 출발 때문에 점심은 차 안에서 김밥 먹는 것으로 했답니다.

설날 연휴 다음이라서 그런지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어서
청태산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반정도.
8여년 가까이 청태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쉽게 간 것은 처음이지 싶습니다.


청태산 주변에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청태산 안으로 들어가면 산 속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언덕에는 눈썰매를 타고 있는 반가운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중학생이 된 연우는 썰매를 탈 생각도 안하고
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자기 휴대폰 들여다보고, 게임하고, 온갖 놀이를 하느라 밖에 나올 생각도 안하는군요.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어른과 아이들 모임이 확연하게 갈라지는군요.



준기는 2년만에 청태산에서 눈썰매를 타보는군요. 


상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굴을 가지고 석화찜을 하면서
어른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로 밤이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처음 함께한 재욱이네 가족들도 10년지기마냥 반갑게 어울렸습니다.
수람아빠에게 우리 모임에서 히말라야 트래킹 해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애들이 더 이상 따라다지니 않을 상황이 되면 부부끼리 가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내일 등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11시가 넘어서 저는 우리방으로 들어와
뜨끈한 방에 등을 지지며 잠을 청했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중학생 아이들은 새벽 4시가 되도록 다락에서 잠도 안자고 놉니다.
체력도 참 좋은 녀석들입니다.

도시와 달리 완전히 캄캄한 어둠속에서 깊은 잠을 자서 그런지
6시에 눈이 바로 떨어지더군요.


잠이 깬 김에 차에 가서 등산용 스틱과 아이젠을 꺼내 왔습니다.
다들 밤 늦게까지 이야기하면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일어난 가족이 없었습니다.
'날 부르면 나가자' 하는 생각으로 산책을 조금 하고 방안에 들어왔는데
유진아빠께서 등산가자고 연락을 하시네요.

연우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아내와 준기만 데리고 합류했습니다.

등산하려고 나온 사람은 유진네 가족 밖에 없더군요. ^^
영국에서 다니러 온 손아래처남, 그리고 하동에서 올라온 손위처남부부
우리는 천천히 2등산로를 따라 눈 덮힌 청태산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헬기장 조금 못미처 언덕길에서 사단이 났습니다.
오른쪽 무릎이 약간 삐끗한 느낌이 들었는데 갑자기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거죠.
잠시 이상이 생긴가 보다 생각하고 계속 올라갔습니다.
별로 가파른 산도 아니고 양쪽 스틱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헬기장에는 7~8팀 정도가 야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하긴 저도 나중에 아들과 함께 산에서 잠자며 등산을 해 보고 싶은데
부럽기도 한 장면이었죠.

하늘도 맑고 날도 따뜻하고
제가 천천히 올라갔지만 다리를 못쓰게 된 것을 아무도 모른 상태였죠.
유진이네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우리가족도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 그런지 상고대도 전혀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청태산에 갔던 중에 제일 따뜻한 겨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준기는 오랫만에 1,000m급 산 등산기록을 하나 추가했네요.


아이젠이 있었지만 오른쪽 무릎이 움직이질 않으니 내려오는 길은 정말 어렵더군요.
밧줄을 잡고 뒤돌아서서 내려오는 방법으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 점심 때 쯤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운전을 할 수가 없어서 돌아오는 길에는 아내가 운전을 했는데
역시나 막히는 곳이 한군데도 없이 2시간여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1월31일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더니 오른쪽 무릎 바깥쪽 연골 아랫부분이 파열되었다고 하네요.
의사 선생님이 서둘러 수술날짜를 잡아 주시고
금요일에 관절경 수술을 하게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여행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기에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안되는데
언젠가 히말라야 트래킹도 갈 계획인데
제 무릎이 벌써 탈이나고 말았네요.
회복하는데 6주 정도 걸린다고 하니, 당분간 수영도 쉬어야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잘 회복될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위로를 해 주시네요.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2주동안 조신하게 누워서 밀린 잠을 푹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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