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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용추계곡이 아름다운 대야산 휴양림

by 연우아빠. 2012. 6. 20.

오랜만에 나선 휴양림 여행

 

2012. 6.16~17(1박2일, 대야산 자연휴양림, 머루/다래)

 

올해 초, 청태산 등산 중에 뜻하지 않게 무릎연골을 다쳐 수술을 하고 나서 오랫동안 휴양림 여행은 그림의 떡이었다. 무릎 수술은 간단했지만 회복은 오래 걸리는 듯하다. 회복에 도움이 될까해서 운동을 해볼라치면 아파서 운동을 쉬었다가 다시하기를 반복했다. 지금도 무릎이 낫고 있는 것인지 나빠지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모이기로 했는데 대야산이 적당한 듯 하여 예약을 하게 되었다. 매 6주전 수요일 마다 예약하는 방식으로 바뀐 휴양림 예약 시스템 덕분에 생각보다는 쉽게 대야산 연립동 2개를 잡을 수 있었다. 예약에 성공하여 휴양림에서 모이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사촌들을 만날 생각에 연우와 준기는 마음이 붕붕 하늘을 나는 듯하다.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간에 맞춰 반갑지 않은 비가 내렸다. 주중에 비가 내리면 좋을텐데 2주 연속 금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 비가 내린다. 동대구 역까지 제시간에 닿지 못할 것 같아 가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무릎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뛸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정류장에서 플랫폼까지 2분 정도면 충분히 뛰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10분은 걸리니 답답한 노릇이다. 다행히 경북대학교를 지난 다음부터 막히지 않았고 동대구역에 도착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변함없이 연우와 준기가 경쟁적으로 달려와 아빠를 반긴다. 준기는 오랜만에 휴양림 나들이에 기분이 너무 좋은 상태. 내일을 위해 일찍 자야 하건만 아내는 유진맘님 고향에서 받은 매실을 다듬느라 바쁘다. 물론 내일 출발 준비는 전혀 안되어 있다고 하고. 야영이 아니니까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챙기지 뭐, '가까운 곳이니까 막혀봐야 3시간 안에 갈 수 있어'라는 생각에 편하게 맘먹고 잠을 청했다.

 

16일 토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아직 6시가 되지 않았다. 다시 잠을 청해 1시간을 더 자고 7시 조금 못돼서 일어났다. 짐을 꺼내 차에다 싣는다. 아침을 먹고 출발한 시각은 10시 30분 쯤. 늘 막히는 곳은 지체와 서행 중이다. 여주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문경을 향했다. 12시가 넘어가서 점심을 먹고 휴양림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뭘 먹을까 이리저리 살피다가 우연히 발견한 <청원가마솥 054-571-5770>. 모범음식점 팻말이 달려 있어서 일단은 들어가 보기로 했다. 콩으로 만든 음식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주방 뒤쪽에는 두부 만드는 공간이 따로 있는 집. 손님은 우리가 들어간 다음부터 여러 팀이 잇달아 들어 온다. 두부전골 작은 것 1개와 밥 세 공기. 그리고 아버지는 시원한 콩국수가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콩국수. 준기는 할아버지 따라 호기심에 콩국수 주문.

 

음식이 나오기 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 사이 식당 안 여기저기에 눈이 간다.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듯, 내부는 새것 같은데 편안하고 깔끔한게 군더더기가 없다. 한참을 기다려서 나온 두부전골에는 두부가 가득하다.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콩국수가 나왔다. 아버지께서 맛을 보라며 한 젓가락을 주신다.

 

어?!

예상과 다른 구수한 콩국수 맛. 국물도 걸죽한 것이 훌륭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콩국수를 먹고 설사를 하지 않았던 곳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 여의도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진주칼국수>집. 그 집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서는 여름별미인 콩국수를 먹지 않았는데 이 집은 훌륭했다. 적당한 간과 구수하고 걸죽한 콩국물. 이것만으로도 내 입에 딱 맞는 훌륭한 맛이었다.

 

이어서 잘 끓인 두부전골을 맛볼 차례. 대개 사 먹는 음식은 짠맛, 매운맛, 단맛 이 세 가지 맛으로 사람의 미각을 마비시켜 음식솜씨의 부족함을 가린다. 물론 사 먹는 사람들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헌데 이 집 두부전골은 짜지도, 맵지도, 달지도 않은 음식 재료 고유의 맛이 담백하게 살아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청송 주왕산 가는 길에 들렀던 집(아쉽게도 상호를 기록해 놓지 않았다)과 청원가마솥은 사람의 미각을 속이는 3가지 맛이 아니라 음식 재료의 맛과 주방장의 음식 솜씨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런 것에 주목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살짝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가? 아버지께서도 청송 주왕산 가는 길에 들렀던 그 집을 이야기하며 이 집 음식이 입에 딱 맞다고 좋아 하신다.

 

점심을 먹고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 문경 가은읍은 언제나 감탄스러운 입지다. 가뭄에도 불구하고 논에는 물이 찰랑찰랑하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내부는 넓고 비옥한 평야와 경작지. 귀촌을 한다면 여기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곳이다. 

 

앞 뒤로 떨어져 있는 연립동 한쪽씩 예약을 했다가 관리사무소에 부탁해 연립동 한 동 전체로 방을 맞교환 할 수 있었다. “야영장을 지었으면 딱 좋았을 위치인데”라고 생각했던 연립동 건물. 하긴 야영장을 지어 수십 가족이 드나드는 것에 비해 환경보전에는 이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체크인하면서 물어보았더니 대야산 휴양림에도 야영장 조성 계획이 있다고 한다. 조만간 착공할 모양이다. 연립동은 내부 시설은 깔끔하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시골로 내려온다면 이런 정도로 2층짜리 집을 짓고, 마당에 텐트를 칠 평상 2개와 5평짜리 텃밭만 가꿀 수 있다면 심심치 않을 듯하다.

 

저녁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2000년 이후에 개장한 휴양림들은 모두 영내 면적이 작다. 대야산은 가늘고 키 큰 나무들이 많다. 수종도 다양하지 않은 편인데 아마도 극상림 상태에서 휴양림을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둔덕산 입구 쪽으로 조금 올라가 보았다. 대야산과 달리 가파르거나 바윗길은 아닌 듯 하여 올라가고 싶은 맘이 굴뚝 같다. 준기는 숲이 깊어서 멧돼지라도 나올까 걱정이다. 2~300m 쯤 올라가다 되돌아 내려왔다. 산책 도중 아버지는 줄기가 붉은 개옺나무를 가르쳐 주신다. 옺이 옮을 수 있으니 만지지 말라고 하시면서.

 

형제들이 모두 모이고 나서 숯불을 준비하는데 고생 많이 했다. 캠핑 박스 안에 있을 줄 알았던 부탄가스가 아주 조금 남아 있어서 불이 붙다가 말았다. 동생이 휴양림 초입에 있는 매점까지 내려가 가스를 사 와서 다시 불을 붙였다. 휴양림 다니기 시작하던 무렵 숯불을 붙이려고 고생했던 예전 일이 떠오른다. '놀러 다니는 것도 자주 해봐야 익숙해지는 일이다'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문경 시내 쪽은 불볕더위였지만 휴양림 안은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다.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잠을 청했다. 시원하고 상쾌한 숲속 바람이 온 방을 감싸고 도는 것을 느끼며 잠을 청했다.

 

 

일요일 새벽, 검은등뻐꾸기의 독특한 노래소리에 잠이 깼다. 전기 밥솥을 작동시켜 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 7시 쯤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 생신 상을 차렸다. 각자 집에서 해 온 음식을 내놓고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생신보다는 달콤한 케익에 집중을 한다. 그냥 집으로 가기에는 아쉬운 휴양림. 여긴 문경 팔경 가운데 하나인 용추계곡이 있는 곳이 아닌가?

 

짐을 챙겨 열쇠를 반납하고 가벼운 돗자리와 간식을 챙겨 계곡으로 들어갔다. 금강산, 북한산 그리고 이 곳 대야산은 바위가 비슷하게 닮았다. 봄 가뭄에도 불구하고 계곡은 아이들이 놀기에 충분할만큼 맑은 물이 잘 흐르고 있다. 다만 변함없는 흠이라면 이곳은 전세버스 단위로 와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전세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30~40명이 한꺼번에 산으로 파도치듯 올라간다.

 

등산로 건너편 계곡 쪽 너럭바위에 돗자리를 깔고 시원한 물에 발을 담궜다. 그늘도 있고 바위도 평평하고 넓어 시원한 계곡을 즐기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간간히 불어주는 골바람이 세상만사를 잊게 만든다. 그냥 누워서 마냥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집으로 가는 길은 동생들과 반대쪽이라 정오를 지날 무렵 각자 길을 따라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속리산 국립공원을 종단하는 지방도로를 따라 이천 방향으로 올라오는데 10km가 넘는 긴 길을 전세관광버스들이 점령해 버렸다. 관광버스들은 갓길도 없는 좁은 왕복2차선 길 하나를 완전히 점령했다. 역주행 할 수 밖에 없는 외통수 길 1개 차선만 남겨 놓고 긴 벽을 만들어 놓았다. 6월달에 이 정도라면 봄가을에는 얼마나 대단한 무질서일지....다행히 맞은 편에서 오는 차를 3대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피할 수 도 없게 길을 점령해 버린 관광버스들의 몰염치에 그냥 신고해 버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계곡에서 간식을 먹은지라 점심은 이천에 있는 송학쌀밥집에 가서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나선 장거리 여행이 피곤했을까? 모두들 잠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먼 여행을 자주해서 연우와 준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들른 식당은 그새 가격이 12,000원으로 올랐다. 늘 이렇게 먹을 수야 없겠지만 여행하면서 먹는 밥 가운데 이 집만한 밥도 별로 없지 않는가? 오랜만에 맛보는 이 집의 쌀밥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들 만족해 한다.

 

집에 도착한 시각은 대구로 내려가야 할 시간이 30분쯤 남았을 때였다. 재빨리 샤워를 하고 필요한 짐을 챙기는 사이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군대 5분 대기조 생각이 난다.

 

“핫바! 가지마!” 하는 오버를 하는 준기를 뒤로하고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 올라 대구까지 2시간 동안 푹 잠들었다.

주말에 야영가기도 부담스러운 주말 이산가족 생활을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9인실 연립동 내부

 

 

휴양관. 간만에 휴양림에 온 준기는 열심히 뜁니다.

 

삼봉 휴양림 못지 않게 대야산 휴양림에도 각종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잘 마르지 않는 계곡과 깊은 숲이 곤충들에겐 천국인 듯

 

 

휴양관 뒷쪽 모습

 

둔덕산까지 2km, 무릎만 정상이라면 1시간이면 갈 수 있을텐데...

 

 

숲의 정기가 필요없는 활기 넘치는 어린시절이지만

이 녀석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도 숲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길....

 

 

대야산 등산로와 함께 가는 용추계곡. 문경팔경 가운데 하나로 지정해 놓았다.

 

한달 사이를 두고 태어난 사촌 자매. 두 녀석은 만날 때마다 찹쌀떡처럼 붙어 다닌다.

 

 

어른들은 너럭바위에 앉아서, 아이들은 시원한 계곡물에서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계곡물이 강원도처럼 차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하다.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버들피리를 불고 있는 손자 손녀들

 

시원한 계곡에서는 잠시 꺼두시는 게 좋을텐데....

 

물을 가두어 놓고 물고기를 찾고 있는 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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