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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국립자연휴양림에 첫발을 들여 놓다

by 연우아빠. 2004. 8. 18.

용대자연휴양림

2004.8.10~14(4박5일)

결혼한 지 6년,
연우와 준기를 2년 간격으로 낳고 키우는 동안 여름휴가여행은 접어두고 살았다.
부모님과 떨어져 고등학교를 안동에서 혼자 다녔기 때문이기도 하고
몸이 원래 좀 약한 편이어서 여행을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결혼 전에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20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는 여행을 제법 즐기는 편이었던 듯,
결혼 전 사진을 모아둔 앨범에는 전국 각지를 여행한 사진이 곱게 정리되어 있다.
아내는 여행을 다닐 때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잘 세워서 다니는 편이다.

작년 여름휴가도 아무 계획 없이 방콕할 분위기로 가고 있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이제 연우 준기가 여섯 살, 네 살 이니까 여행을 좀 다녀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여행 계획을 세운 것이 전국에 있는 소규모 시, 군을 하나씩 골라 여행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2003년 여름,
우리는 진부를 중심으로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 월정사, 상원사를 돌아보고
59번 도로를 타고 정선, 사북, 고한을 거쳐 함백산 1,500m 고지에 있는 그림 같은 하늘정원 장산콘도에 묵었다.
엄청 비싼 콘도였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답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저녁을 먹을 수 있었고 8월 중순인데도 너무 추운(?) 곳이었다.
석탄박물관, 영월 별마로 천문대, 폐교를 고쳐서 만든 책 박물관, 만항재,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등 좋은 곳을 구경했다.
힘들고 먼 길이었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너무 좋아했고 나도 7박8일간의 휴가 여행이 너무 좋았다.



 
용대자연휴양림 휴양관 복도

올해는 강원도 고성군을 돌아보기로 하고 고성군에 신청해 관광안내지도와 책자를 받았다.
숙소가 문제였는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름콘도 추첨에 당첨이 되어 12일부터 2박3일을 묵게 되었다.
11일에 머물 곳을 고성군에서 뒤지다가 아주 멋진 한옥 민박집을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아쉽게도 수리중이라서 금년에는 이용을 못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화진포 해수욕장 앞에 있는 민박집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여행일정을 늘리기 위해 10일날 숙박할 곳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하루는 아내가 한겨레신문에 났다고 하면서 용대자연휴양림이란 곳을 알아보자고 한다.
휴양림에서 여름에는 추첨방식으로 예약을 받는다고 한다. 


국립자연휴양림 사이트 회원 가입하고 뒤져보니 빈 방이 많았다.
신청을 해 놓고 추첨일까지 매일 용대휴양림을 예약현황을 확인하는데,
휴양관에 빈 방도 많건만 내가 신청해 놓은 방에 다른 신청자가 늘어나 있었다.
"신청현황 확인 안하고 그냥 신청을 하는가 보구나. 똑 같은 크기, 똑 같은 비용인데 빈방 놔두고 왜?" 하는 의문이 든다.

신청을 제비꽃 방으로 옮겼다.
빈 방 있는데 경쟁할 필요가 없지않나?
무경쟁으로 당연 당첨되었지만 화진포에 숙소를 잡아 두었기에 기본 2박3일 예약을 1박2일로 줄였다.
그런데 이게 정말 바보 같은 결정이란 것을 현장에 가서야 깨달았다.


10일 아침 수원을 출발해 영동고속 - 원주 - 중앙고속 - 홍천IC를 거쳐 44번 국도와 46번 국도를 거쳐 용대 삼거리에 도착했다.
왼쪽 고성 방향으로 올라가는 동안 길 옆으로 보이는 계곡에 감탄을 계속하면서 올라갔다. 오! 왠지 너무 기분이 좋다.
에어컨에 의지해 운전하다가 초록색 풍경이 짙어지는 것을 보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렸다.
이렇게 좋을 수가...

올라갈수록 계곡은 너무 아름다웠고 물도 너무 맑았다.
매표소에 들어가려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온 몸을 휘감아 오는 청량한 바람과 숲 냄새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기운이었다.
순간, 내가 왜 1박2일로 줄였던가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모르고 바보같이.....




물놀이장 앞에 있는 숲(용대자연휴양림) 

열쇠를 받아들고 휴양관 2층으로 올라가니 나무로 만든 복도가 너무 좋습니다.
4사람이 자기에는 제법 넓어 보이는 제비꽃 방에는 콘도 부럽지 않은 주방시설에 가격대비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저녁때가 돼서 밥을 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녁먹고 산보하는데 너무 아깝습니다.
앞에 있는 계곡에는 물놀이장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야영을 하고 있습니다.
물에 잠깐 발을 넣어 보았는데 너무 시립니다.




거울처럼 투명하고 맑은 용대자연휴양림 물놀이장, 다섯살인 준기가 놀기에도 적당한 깊이

내일 화진포에 늦게 가더라도 오전에 휴양림에서 실컷 놀다가 가자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봅니다.
문을 조금 열어놓고 잠을 청했는데 어둠이 밀려오면서 추위를 느꼈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에 추위라니...

문을 닫으며 난방을 따뜻하게 올려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11일 새벽,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산책삼아 밖에 나와서 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통나무 놀이터, 통나무 시소, 그네 같은 아이들 놀이시설도 있고 넓은 제4 물놀이장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얼마 올라가지 못하고 지뢰지대라는 경고표지와 함께 등산불가 안내문이 있어 돌아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물놀이장에서 놀때까지 놀다가 나가자고 돗자리를 폈습니다(제4물놀이장 앞)

아침을 먹고 가족 모두 제4 물놀이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커다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연못과 정자를 지나 물놀이장에 도착하니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휴양림 직원이 하루 3천원씩인가 야영비 데크마다 돌면서 받고 있었습니다.
물놀이장은 작은 보를 쌓아 물이 어느정도 고이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넓고 얕아서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햇볕도 잘 들어서 물이 차갑지만 몸을 따뜻하게 덥힐 수도 있었고요.

돗자리를 펴고 튜브랑 공에 바람을 넣고 수영복을 입고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 정말 물이 시립니다.

튜브를 베개삼아 베고 누우니 온 몸에 차가운 기운이 찌르르 밀고 들어옵니다.
“그냥 여기서 계속 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아이들에게 물수제비 뜨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튜브에 태워 놀게 해주고 공던지기도 하고 정말 시원하게 잘 놀았습니다.

12시 거의 다 되어 아쉬움을 한가득 안은 채 화진포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하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여행계획을 바꿔야겠다."
전국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을 모두 돌아보는 것으로 하고 계절별로 한번씩 다 가 보자.
아내도 휴양림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았는지 동의를 합니다.




화진포해수욕장, 준기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손엔 뭔가를 잡지 않으면 다니질 않습니다.
못 쓰게 된 음악테이프를 쥐고 다니는 준기. 엄마손을 꼭 잡고 바닷물에 조심조심...

휴양림을 나와 진부령미술관을 들렀는데 문을 열지 않았네요.
길 건너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무더운 여름날씨를 실감하며 건봉사를 향해 갑니다.

건봉사는 신라시대부터 있던 오래된 절인데 얼마전 6월에 경내에 있던 능파교(보물 1336호)가 보수공사 도중 무너진 곳이다.
6.25 전쟁 이후 복원한 건물이 많아 옛 절의 자취는 별로 없지만 절의 규모가 아주 크다.
다만 그늘이 너무 없어 더위에 금방 지친다.

건봉사를 나와 7번 도로를 타고 화진포를 향해 올라갔다.
화진포는 석호를 너무 많이 정비해 놓아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난다.
가는 길에 민박집 손님을 유치하려는 마을사람들이 길에 주욱 나와 앉아 있다.

마을 이장님 댁이라는 민박집에 짐을 내리고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화진포 주변 구경을 나왔다.
해가 조금 기울어서 그런지 좀 낫다.
공룡박물관에 가보자고 하던 준기는 정작 자연사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빨리 가자고 한다.
지붕에 장식해 놓은 커다란 공룡 모형을 보더니 간이 콩알만해졌나보다.
후회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고 우리는 이승만, 이기붕 두 독재자의 별장으로 갔다.

그 어렵던 시절에 변변한 교통수단도 없던 시대에 이 먼 곳 까지 별장을 지어놓고 여름을 지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별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화진포 건너편에는 김일성 별장이라는 곳도 있는데 1999년 4월에 왔을 때와 다르게 새로 짓고 있었다.
화진포막국수 집에서 저녁으로 시원한 열무김치 막국수를 먹고 잠을 청했다.




빗속에서 찾아간 금강산화암사. 그림같이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화암사는 금강산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절이어서 금강산화암사라고 부른답니다.

12일 아침,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해수욕장 앞에 와서 해수욕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는다.
기온이 올라가기 전에 아침 해변으로 나갔다.
준기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게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가보다.

정신없이 놀다보니 옷은 다 젖고 12시쯤 되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모래를 씻어내고 어제 화진포 근처를 돌아보다가 본 해양박물관을 연우랑 준기가 꼭 가보자고 해서 그리로 갔다.
바다생물들을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전시관은 외진 곳에 있는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 놓았다.
연우와 준기는 박물관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다른데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찰싹 달라붙어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와서 다음 숙소인 대명콘도로 길을 재촉했다.


콘도 가는 길에 준기 생일이라 케익을 사서 객실에 들어가 준기생일축하를 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요 몇 년 사이에 준기 생일은 항상 밖에서 보냈다.
같은 콘도에 이웃에 사는 지예네 가족도 묵고 있다.
지예네 아빠를 제외한 가족들이 와서 함께 케익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콘도는 상당히 덥다.


밤이 되자 아이들이 콘도에 들어 올 때 봤던 워터피아를 가자고 조른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곳이었지만 어쩌랴.
여기서는 별로 놀 곳도 마땅치 않은데.

저녁먹고 6시쯤 들어갔는데 밤 10시가 넘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쳐서 잠들만한 거리를 돌아 다녔는데도 워터피아 안에서 두 녀석은 끝없이 물 속에서 놀고 있다.
11시가 넘어서 폐장시간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서도 한동안 아쉬움에 머뭇거리다가 나왔다.
그러더니 내일 아침에 다시 가잔다.


화암사 대웅전

13일 아침 지도에서 봐 둔 도원리 마을을 찾아 나섰다.
도원리 마을 휴양지는 시골마을에 오래전부터 있던 계곡을 여름휴양지로 활용하는 곳인데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가노라니 여기도 태풍 피해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곳곳에 길을 보수하고 쓸려내려간 다리를 새로 놓고 있다.
인적이 드문 길을 한참 들어가니 도원리 안내판이 나온다.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쓰레기봉투를 받아 들어가니 배가 고픈데 음식점도 변변한 곳이 없다.
계곡 옆 커다란 바위 위에 있는 허름한 마을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켜 툇마루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하필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더위가 가고 한기가 느껴질 만큼 기온이 내려간다.
아이들에게 우비를 입히고 두어시간 물속을 들락날락하다 설악대명콘도로 출발했다.
준기는 피곤했는지 중간에 잠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송지호를 보고 내렸다.

곤히 잠든 준기는 차 안에 놔두고 연우만 데리고 아내와 같이 탐방로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은 없고 여름 철새만 간혹 있다.
새로 심어놓은 소나무는 아직 어리다.
비 때문에 생긴 안개는 호젓한 호수를 아름답게 감싸안고 있다.
오랜만에 엄마아빠를 독점한 연우는 기분이 아주 좋다.
연우에게 사진 찍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오랜만에 부부사진을 찍어 봤다.
오늘은 정말 먼 거리를 왔다갔다 했다.



대웅전 문에는 귀여운 도깨비 문양이 있습니다.

14일 아침,
짐을 싸서 콘도를 나와 속초항으로 갔다.
속초항에 있는 석봉도자기박물관을 구경하고 집으로 오는 미시령으로 들어섰다.
차가 엄청 많다. 막히는 폼을 보아하니 그냥은 가기 어려울 것 같다.

비도 많이 오고해서 길 옆 황태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미시령을 다시 오르는데 별반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오른쪽에 ‘금강산화암사’ 바위글씨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차를 돌려 화암사를 찾았다.
비도 많이 오고 휴가도 끝물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이 아주 조용하다.

절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멀리 능선에 피어오르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하얀 덩어리가 뭉게뭉게 모여 흘러간다.

대웅전을 등지고 앞을 내려다보니 절경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경치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사람이 없는 호젓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는 매년 시, 군 하나씩 여행하자던 계획을 바꿔
기회가 될 때마다 국립자연휴양림을 돌아보자고 약속했다.
29개를 다 돌면 계절별로 한번씩 모두 돌아보자는 야심찬 계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