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덕유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5. 8. 15.

폭우와 함께 한 덕유산자연휴양림의 여름휴가

2005.8.4~6일(2박3일)

2004년 처음 접한 휴양림에 매료되어 그해 가을 한가위 때는 온가족을 선동하여 통고산 자연휴양림에서 2박 3일 한가위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때 따분하고 판에 박힌 추석명절을 벗어난 휴양림 여행에 감동 먹은 제수씨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2005년 여름휴가는 부모님을 모시고 자연휴양림에 가기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았으니.....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서 무주구천동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나서
저는 부산사는 동생네랑 의논해 함께 덕유산자연휴양림을 휴가처로 삼았습니다.

동생에게 전화해서 덕유산 휴양림 추첨제 신청을 하게 했고 저도 신청했습니다.
동생은 당첨되고 저는 떨어졌지만
당첨자 발표 뒤 덕유산휴양림에서 옛날 산막을 선착순 접수한다는 방을 보고 얼른 신청해서 소나무집을 줏었습니다.
이 산막은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고향에 들러 부모님을 모시고 막내 동생 가족과 무주에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삼남지방으로 여름휴가를 가는 것은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위를 맞으러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버지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께서 무주구천동이 그리 아름답더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하셔서 소원(?)을 들어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 여러 가지 여행 준비를 했습니다.

무주군청 사이트에 들어가 지역관광지도를 신청해서 미리 받아두고
무주 재래시장, 무주구천동 계곡, 칠연폭포, 무주양수발전소(아이들 탐방용), 무주향교, 죽계서원 등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김천 직지사에 들르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무주 덕유산 자연휴양림 입구 안내소 

8월 2일
집에서 출발해 강원남도라 일컫는 고향 땅에 도착해 1박하고, 다음날 어머니께서 바리바리 준비한 물자(?)를 차에 실었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날씨는 심상치 않았고 상주로 가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자 했는데
20미터 앞이 안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동안 퍼붓는 소나기일거라고 생각한 비는 김천 가까이 가는 동안 점점 심해졌습니다.
라디오를 틀었더니 집중호우로 인해 김천에서 무주 넘어가는 국도를 통제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주도 장난 아니게 비가 많이 오고 있다는 비보도 들리고....



김천에 도착하니 비는 그쳤지만 낙동강은 붉은 용처럼 넘실거리고 있었고 김천 곳곳에 도로통제 간판이 길을 막았습니다.
부산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무주휴양림 관리소에서 길이 끊어진 곳이 많다는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휴양림에 전화를 바로 넣었지요.

길이 끊어지고 휴양림 산막이 침수되었으니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는 출발하기 전에 휴대폰을 꺼 놓은 바람에 휴양림 관리소에서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던 거죠.



큰 비 때문에 곳곳에 작은 개울이 생겼습니다.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네요. 

휴양관은 괜찮은지 물었더니 휴양관은 괜찮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부산에 사는 동생 집으로 갔습니다.
동생은 하루 늦게 출발하는 일정을 잡았기 때문에 다음날 날씨를 보고 함께 덕유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하늘은 해가 쨍쨍했고 동생네와 함께 덕유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무주 읍내 쪽에 폭우피해가 심하다고 해서 김천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토사가 쓸려 내려와 길을 절반씩 막고 있었지만 유유히 올라갔습니다.
안내소에 도착하니 휴양림으로 올라가는 왼쪽 도로가 일부 유실되어 차량이 다니지 못한다고 합니다.
산막은 괜찮지만 차가 올라갈 길이 없는 상황이었지요.

돌아가기에는 아까워서 부모님과 아이들은 휴양관에서 재우고 남자어른들은 제 차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취소하는 방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하고....
전날 휴양림에 숙박한 분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무서운 비바람은 처음 겪었노라고 하시는데 휴양관 복도까지 침수된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거의 난민수준으로 보낸 휴가, 작은 방에 온 식구가 다 모였습니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이라 신나게 뛰어 놉니다.

짐을 내려놓고 아버지와 함께 임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사람이 없는 임시폭포를 만나 물벼락을 맞고나니 날아갈 듯 시원했습니다.
남들이 보았다면 아마 비 맞은 생쥐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온 관계로 곳곳에 개울과 폭포가 생겼습니다.
개울은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TV 저녁 뉴스를 보니 무주읍내는 폭우 피해가 너무 심하더군요.
시원한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노라니 당일 휴양관 취소분이 나왔다고 해서 어른들은 거기서 잤습니다.



계곡물은 흙탕물이 되었습니다만 아이들은 그래도 잘 놉니다.

다음날
야영장 앞 사방댐 아래에 있는 물놀이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하지만 사방댐 상류에서 쏟아진 토사가 많이 쌓여 아이들이 움직이면 흙탕물이 되었습니다.
휴양림도 피해를 많이 입었지만 중장비가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아이들 물놀이를 구경하면서 물놀이장 바닥에 깔린 토사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흙탕물이건 말건 아이들은 여전히 잘 놉니다.
그 때 폭우피해 취재차 들렀던 SBS 8시뉴스 팀에서 우리를 보고 인터뷰를 떠 갔는데 팔자에 없는 뉴스를 탔습니다.
저녁 뉴스 끝나니까 바로 휴대폰 오더군요. 회사 동료들에게서...



원래는 여름 물놀이장으로 사용하는 곳인데 폭우 때문에 흙탕물에 바닥에는 진흙만 가득.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놀이.

점심을 먹고 휴양림을 나와 구천동 33계곡을 돌아보러 나갔습니다.
엄청난 물이 쓸고 간 듯, 도로와 건물에 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피서 차량이 가장 많은 곳 가운데 하나라는 구천동 계곡에는 피서객이 거의 없었습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나제통문까지 가서 기념촬영만 하고 돌아 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구천동 계곡을 보신 것으로 만족하셨습니다.

저녁을 일찍 먹고 아이들이 몹시 궁금해 하는 소나무집으로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숲속의 집을 지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야영장 옆 독일산 가문비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습니다.
금강산에서 본 금강송, 울진 소광리에서 본 금강송 못지않게 멋있습니다.

그날 밤 차 안에서 자다가 12시쯤 일어나 화장실을 가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불을 끄고 잠든 덕분에 불빛 하나 없는 덕유산 속의 여름하늘은 별 천지였습니다.
온 하늘이 별이 쏟아지듯이 너무나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휴양림에 있는 숲속의 집, 언덕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동향이라 무척 더울 듯.




 
숲속의 집 위쪽, 캠프파이어 장에서 내려다 본 휴양림 모습.

다음날은 아버지, 둘째 며느리, 아이들과 산책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숲속의 집이 올망졸망 모여 있습니다.

제수씨는 잠자리를 너무 잘 잡아서 아이들이 모두 만세를 부르고 난리 났습니다.
잠자리를 오래 잡고 있으면 다시 날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관찰만 하고 날려 보내라고 해서 잠시 후에 모두 날려 보냈습니다.

산책 도중 제수씨가 복분자를 발견했습니다.
대개 절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따기에는 위험합니다.
애들에게는 “뱀 나온다”라고 공갈포를 치고 아버지와 동생이 땄습니다.

꼬맹이들 모두에게 제수씨가 손톱 봉숭아물도 들여 주고 야생화 꽃밭도 보여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놀았습니다.



독일산 가문비나무 숲으로 유명한 덕유산자연휴양림의 야영장. 이때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산책로 임도에서 발견한 복분자, 아이들이 얌냠 맛있게 먹었습니다. 숲이 주는 또다른 재미.

덕유산 휴양림은 임도를 따라 휴양림을 한바퀴 돌아 내려올 수 있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에 참 좋았습니다.
손쉽게 복분자도 맛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을 것 같습니다.

잠자리가 불편해 고생스러웠고 폭우 후유증으로 휴양림 안에서만 2박3일을 보냈지만
무주구천동 계곡을 보고 싶어 하셨던 아버지께도 효도 한번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지리산을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가기에 지리산은 너무 머네요.
아버지께서 기력이 남아 계실 때 모실 수 있어야 하는데....
내년 봄에는 지리산에 한번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김천 황악산직지사. 입구부터 대웅전 앞까지 시원한 물길이 계속 있어서
아이들이 이 길로 올라갑니다.



김천 황악산직지사 입구 개천. 무척 더운 날씨였는데도 나무그늘과 개천은 정말 시원했습니다.
할머니와 물장난을 하던 준기가 너무 좋아하네요.

그 때 SBS8시뉴스에 나온 인터뷰가 아직도 있네요.

http://news.naver.com/vod/vod.nhn?office_id=055&article_id=0000050982§ion_id=001

이 글은 다유네(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