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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4일째) 런던 :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by 연우아빠. 2010. 8. 7.

브리지를 나와 다음 목표인 트라팔가 광장 가는 방법을 찾았다.
준기가 2층 버스 언제 탈거냐고 계속 보챘다.
이왕 다니는 길, 어두운 지하철 말고 시내버스를 타고 가보자.
2층 시내버스도 많던데 관광도 하고 좋잖아?
타워힐 전철역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지하철 Daily Pass는 시내버스도 탈 수 있는 거라고 가르쳐 준다.

여기에서 간신히 작동되는 3G Zone에서 아이폰을 켜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걸어가면 5분 정도 걸리겠다. 걸어가는 동안 아내는 계속 편한 지하철 타지 왜 힘들게 걸어가며 시간낭비하냐고 궁시렁 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힘도 들고 시차적응도 안되고 점심때도 되고 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때는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결국 대판 싸웠다.

“준기가 타자고 하는 2층 시내버스를 여기서 타면 컴컴한 지하철로 다니기보다 시내 관광도 하고 좋잖아” 하고 쏘아부쳤다.
아내도 화가 많이 났고 나도 지쳐서 짜증이 많이 났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이런! Pass 한 장이 보이지 않는다.
온 길을 혼자 되짚어 가서 전철 역에서 다시 한 장을 끊었다. 아까워라.


저 멀리 15번 버스가 온다. 오옷! 빨간색 2층 버스다.
준기는 신이 났다. 버스에 타서는 2층으로 올라갔다.
더운 날씨 때문에 햇살 잘 받는 2층은 따끈따끈하다.
시내버스가 지하철 보다 자주 막히는 단점이 있었지만 길이 막혀도 풍경 구경을 하고 가니 훨씬 좋다.

세인트폴 성당 정류장 안내가 나왔다.
과연 멋진 건물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다른 곳을 가야한다.
세인트 폴 앞에는 동네 아줌마처럼 인심좋게 생긴 빅토리아 여왕 석상도 보며 40분만에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했다.
약간 빗발이 날려 연우가 춥다고 한다. 광장 정면에 내셔널 갤러리가 보였다.

네 마리 사자가 호위하는 46m 높이의 거대한 넬슨 기념탑.
영국사람들은 사자를 참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 사자는 바로 프랑스군과 치른 전투에서 영국군이 노획한 대포를 녹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올라가는 계단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자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우리도 올라가봤다. 사자에서 미끄럼을 타는 아이들도 많았다.
준기도 한번 해보겠다고 사자에 올라가는데 무척 큰 사자라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햇빛을 받아서 엄청 뜨거웠다.
그래도 좋다고 올라가는 아이들이 많은데 어른들도 제법 많이 몰려가 있다.
레바논 사람들 한 떼가 국기를 들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갔다. 역시나 무료.
들어가서 서점에서 책을 사고 구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역시 괜찮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 영국이 점점 좋아진다.
숙박비는 비싼 편이지만 다른 경비를 고려하면 유럽의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여행비용이 많이 드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5살쯤 되 보이는 아이들이 James Mayhew가 만든 “Katie's Picture Show" 라는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고 뒷모습 사진을 찍었다.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후래쉬만 쓰지 않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미술관 직원이 오더니 내부에서 촬영은 금지라고 한다.
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근현대 작품이 있는 미술관은 후래쉬를 쓰지 않아도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몇일 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야 깨달았다.

교과서에서 많이 본 낯익은 그림들이 많아서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꽤 재미있게 봤고
아내도 런던에 와서 처음으로 아주 만족해했는데 아이들이 이제 그만 나가자고 성화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점에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살겸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Katie in London’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Katie라는 소녀가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사자를 타고 런던을 여행하는 동화책인데
지금까지 본 런던 모습을 따뜻하게 담고 있어서 정답게 느껴졌다.
이 책을 사고 미술관을 나와 국회의사당에 있는 빅벤을 보러 갔다.




와! 트라팔가 광장 가는 15번 버스다.
빨간 2층 시내버스가 오자 너무 좋아하는 준기.



15번 버스는 우리가 내렸던 타워힐 역을 지나서


세인트 폴 성당 앞을 지나갑니다.


무엄하게도 비둘기 한마리가 앤 여왕의 머리위에 앉아 있습니다.
스튜어트 왕가의 마지막 왕이라고 하는군요. 스코틀랜드를 합병해 Great Britain 제국을 완성한 여왕.



지나가던 2층 관광버스에 탄 사람들이 우리를 찍고 있습니다.
서로 마주보고 찍고 있었네요.


아름다운 꽃을 장식한 집을 보면 소박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드디어 트라팔가 광장이 보입니다.
넬슨제독을 기념하는 탑이 보이네요.


레바논 사람들이 저 사자위에 올라가 자랑스럽게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가이드가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애나 어른이나 여행을 하면 동심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사자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던지 재미있는 놀이터였습니다.
물론, 우리도 올라가봤죠.
영국군이 노획한 프랑스군 대포를 녹여서 만든 청동상이라고 합니다. 넬슨기념탑 동서남북에 있습니다.


광장 정면에는 유럽의 공공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한 내셔널 갤러리가 있습니다. 국립 미술관쯤 되나요?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트라팔가 광장 앞으로 2층 관광버스가 자주 보입니다.


5살쯤 되 보이는 아이들이 James Mayhew가 만든 “Katie's Picture Show" 라는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명작들을 자주 보면 명작을 또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저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 산다는 게 조금 슬프네요.

 
역시나 월드컵 시즌 답게 트라팔가 광장에는 젊은 친구들이 묘기 축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내셔널 갤러리를 구경하는 동안 비가 왔습니다.
비 온 뒤에 하늘은 더 아름답네요.
아마도 트라팔가 해전이 잉글랜드가 다른 나라와 싸워 성공한 최초의 전쟁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순신과 너무나도 닮은 데자뷰를 가진 넬슨.


트라팔가 광장에 거대한 유리병이 있어서 찍어봤습니다. 일본배 같군요.



단조롭고 밋밋한 분수를 거의 볼 수 없는 유럽. 분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