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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남해편백유람기(3)-봄날 같은 겨울, 가족 여행기

by 연우아빠. 2006. 12. 27.

남해편백유람기(3)-봄날 같은 겨울, 가족 여행기

2006.12.23~12.25(2박3일)

앞에 너무 큰 얘기를 시작했다가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했습니다.
필력이 많이 모자라서 글로 설명하는데 벅차네요. ^^;;


길 떠나는 준비

집안의 큰일을 마무리 짓고 하나씩 정리 해가면서 남북으로 오르내리느라 지친 가족을 위해 함께 여행을 하고자 가리왕산 구기자방을 예약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강원도는 너무 춥다고 하는 바람에 급히 취소하고 남해편백휴양림 취소 분을 발견하고 예약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막내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또 아프기도 하고, 부산 사는 동생네도 아이들이 아파서 막판에 빠지기로 했습니다. 막내가 빠지는 바람에 아버지도 포기하고 누나네도 모두 가는 여행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빠졌습니다. 출발하기로 한 날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방은 3개인데 우리만 달랑 남았습니다.

오서산에 어머니와 함께 가을 여행을 하기로 했던 장모님을 모시고 가기로 하고 방 하나만 남기고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게 아홉수일까요? 10번째 가는 휴양림이 출발부터 쉽지 않네요.^^ 회사일도 연말이라 바쁘고, 인사발령도 나고, 그 와중에 아이들 행사도 많고 여행 준비를 착실하게 할 여가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12월22일에는 호남땅 광주까지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자세가 조금 잡힌 아내가 출발준비를 마쳤더군요. 저는 화니엄마님과 라파엘아빠님의 여행후기, 그리고 남해군관광안내지도만 달랑 들고 출발했습니다.


휴양림 가는 길에서

집을 떠나면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못 받을까 걱정이 태산인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출발했습니다. 천천히 일어난 아이들과 천천히 준비하고 천천히 출발했습니다. 9시30분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들어서니 속도가 그다지 나지 않습니다. 대진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속도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함양 휴게소에 들러 사천과 남해군 지도를 받고, 덕합반점에 전화를 해서 대충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2시가 넘어서야 사천IC를 통과했고 다유네에서 추천하는 유명한 덕합반점을 어렵게 찾아서 3시쯤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과 함께 나오는 덕합짜장도 맛있고, 탕수육도 맛있었습니다. 덕합반점을 멀리서 찾아 왔다는 얘기를 하니 주인 아저씨는 “그렇게 내세울만한 맛은 아니라예”하고 주인 아주머니는 맛탕을 한 접시 내 주십디다. 마침 집주인 따님인지 아드님인지 헷갈리는데 다섯살 생일이라 케익 점화식을 하시더라구요. 덕담 한마디 올리고 나왔습니다.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T-50 조종 시뮬레이션, 국산 초음속 훈련기로 세계에서 12번째로 초음속 훈련기를 개발했습니다

잘 먹고 나서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항공우주박물관은 아이들이 참 좋아할만한 곳입니다. 여의도에 있던 옛날 비행기가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와 있었네요. 여행경력이 쌓여가니 길을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점점 생깁니다. 5시 반까지 구경을 하였습니다. 연우에게 일몰을 찍으라고 카메라를 넘겨주고 여유 있게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창선교를 건너 아무 생각없이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휴양림에 전화했습니다. 동천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봉화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들어가는 곳을 해안가에 있다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캄캄한 길을 되짚어 어렵게 휴양림에 들어갔습니다. 돌섬 열쇠를 받아 들어가니 방은 따뜻하게 덥혀 놓았는데 실망스러운 곳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옵니다.

실내 조명이 너무 어둡다, 역시 우풍이 제법 있다, 다락방 올라가는 사다리 설계가 잘못되었다, 행주가 없다, 방 닦을 걸레가 없다...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대조영 드라마도 중간쯤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남해의 석양/연우 작품, 전기줄이 눈에 거슬리네요.


12월24일, 한려정 올라가는 길

숲속에 들어 있어서 그런지 7시가 넘었는데도 햇빛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고 일어나 등산준비를 하는데 준기가 아빠를 따라 나서겠다고 합니다. 목표를 전망대로 잡았습니다. 숲속의 집 앞을 따라 올라가면 1km 정도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린애를 데리고 가는 길이라 임도를 따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3.3km라는 표지가 나오더군요. 준기에게 좀 멀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제1휴양관은 화니엄마께서 올린 사진처럼 깨끗하더군요.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반대쪽에 제2휴양관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마 내년 봄에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준기는 먼길을 신나게 잘 올라 갔습니다. 아이가 컸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진도 찍고 동물들 배설물에 관심을 보입니다. 책에 나와 있는 것을 기억하고 노루똥, 토끼똥, 야생염소똥을 구별합니다. 실제로 그런지 저도 자신 없습니다. 다른 등산객의 칭찬을 받으며 준기는 잘도 올라갔습니다. 40분쯤 지나서 전망대(閑麗亭)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앵강만이 보이고 복곡저수지도 보입니다. 휴양림 입구 쪽에 생긴 바람흔적미술관과 나비생태공원도 보입니다. 바람이 제법 차고 밥먹을 시간이 지난 것 같아 가까운 길로 내려왔습니다. 잠깐 아주 경사가 심한 길이 나오더니 곧 평탄하게 이어져 숲속의 집 앞으로 내려왔습니다.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한려정에서 본 남해바다


나비생태공원, 바람흔적미술관, 물건방조어부림, 해오름예술촌

 
나비생태공원, 준기를 찍는데 아내가 장난스럽게 얼굴을 내 밀었습니다


 
바람흔적미술관, 바람의 흔적이 보이시나요?


아침을 마치고 키를 반납하고 남해섬 구경에 나섰습니다. 나비생태공원과 바람흔적미술관을 보고 나서 물건방조어부림으로 갔습니다. 유람선을 타보려고 몇군데 전화했더니 시간이 맞지 않는데다가 관광객이 일정숫자 이상 모여야 출발한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방풍림을 보니 초등학교 때 배운 덴마크의 달가스와 프레더릭 부자가 생각납니다.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를 인공림으로 덮어버린 이야기 말입니다. 가혹한 자연에 맞서 바람막이 숲을 만든 3백년전 어부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어부림 마을을 나와 해오름예술촌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랬습니다. 바깥만 구경하고 사진 몇 장만 찍고는 점심 먹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물건방조어부림, 물건리에 있는 해변입니다. 몽돌도 예쁘고 바닷물도 맑습니다.
연우가 돌팔매질을 하는데 우연히 성능 떨어지는 똑딱이에 돌이 잡혔습니다


 
해오름예술촌, 미술이나 공예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맛있는 공주식당,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

미조항에 들러 수협 옆 공주식당을 찾으니 2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줄 서서 있습니다. 먼저 점심을 먹고 나오는 분들이 불만을 내 쏟습니다. “유명한 집이라 카더니 배가 불렀는지 서비스도 엉망이고 김치 쪼가리 하나만 달랑 있는데 비싸기만 하네” 뭐, 대충 이런 얘기를 하는지라 조금 걱정스러웠습니다.
갈치무침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있는 젊은 남녀가 맛을 보라고 하면서 건네줍니다. 손님이 너무 친절한 집입니다.^^ 갈치무침(2만원)에 밥을 비벼서 먹었는데 맛은 좋았습니다만 장모님이 이가 좋지 않으셔서 씹느라 고생을 좀 하셨습니다. 깔끔한 점심을 먹고 상주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모래가 정말 고운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

자갈로 된 어부림 해변과는 달리 모래가 너무 고운 상주해수욕장은 남해섬 제일의 해수욕장답습니다. 남해군 제일의 경승지인 금산 보리암의 석양을 보려고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장모님이 무릎이 좋지 않은지라 쉬운 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물어보니 8km를 더 가면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보리암 8백미터 앞에서 내린다고 합니다. 저수지까지 올라갔는데 길 가에 주차된 차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남해대교 쪽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 남해읍에 들어가 산타할아버지와 접선을 했습니다.



노량 바다에 서다

저녁노을이 물들 때 남해대교를 건너 하동 쪽으로 갔습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U턴을 해서 노량해협이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두며 보았을 노을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삼면의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지막 힘을 다해 적을 섬멸하고 민족을 구해낸 위대한 사람의 혼이 거기 서려 있는 것 같습니다.

 
노량해협과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다시 남해 쪽으로 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내려와 충렬사로 향했습니다. 지역 선비들이 정성을 모아 이순신 장군의 유해를 잠시 모셨던 곳에 충민사라는 사우를 지었고 이순신의 가묘를 세워 장군을 기념한 곳입니다. 충렬사 정비 때 땅속에 묻혀있던 충민사 비석이 발굴되어 충렬사 왼쪽에 서 있습니다. 장모님은 이순신 장군의 영정에 절을 올렸습니다. 눈을 돌려 바다를 보니 노량해협과 남해대교가 보입니다. 장군의 영혼은 지금도 마지막 전장터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준기는 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 안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고 잔소리를 계속 합니다. 충렬사 앞 횟집(생선횟집 055-862-2627/8)에서 저녁을 먹고 유자차를 한병 샀습니다.(1만5천원인데 식사를 한 손님에게는 1만2천원에 판다고 합니다) 캄캄한 어둠이 밀려오는 노량해협을 떠나 휴양림으로 돌아오니 8시가 넘었습니다. 할미꽃방 열쇠를 받아 휴양관에 들어오니 정말 좋습니다. 우풍도 없고 따뜻하고 새로 지어서 그런지 내부도 아주 깨끗합니다. 아이들은 잠들면서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준기는 누나와 싸운 일이 몹시 걱정되나 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없고 양말도 없는데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줄 것 같이 않아서 걱정입니다. “연우야, 준기야. 산타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인지 아닌지 보는 분이란다. 트리나 양말 같은 것을 보는 분은 아니란다”라고 얘기해 주었지만 못내 걱정인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자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왔습니다. 카드까지 가져 왔더군요.


12월25일, 남해제일절경 금산보리암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맡에는 산타의 선물이 놓여 있었습니다. 맛있는 롤케익이랑 60색 크레파스 그리고 연우와 준기에게 주는 카드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연우 카드에는 10살이 되면 그때부터는 아빠 엄마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는 얘기가 적혀 있었고 준기 카드에는 누나와 싸우지 않고 착하고 씩씩하게 지내야 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두 녀석은 산타의 선물에 너무 신이 났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생각하니 남해 제일 경승지를 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 영 걸렸습니다. 해서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보리암에 올라가보자고 했습니다. 준기는 고성 공룡박물관에 꼭 가야 한다고 합니다. 아침을 먹고 임도를 따라 한번 둘러 본 다음 휴양림을 나와 북곡지로 갔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보니 어제 왔다가 되돌아간 곳에서 불과 5백미터도 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어른 1인당 천원씩 내고 셔틀버스를 타고 막 출발하려는데 아침 일찍 올라갔다 내려오는 승용차 한 대가 엔진룸에서 연기를 풀풀 내면서 굴러 내려 옵니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화니엄마님 후기가 생각나더군요. 경사가 몹시 심한 모양입니다.


풍경사진을 찍으면 꼭 후회를 합니다. 눈으로 본 모습에 미치지 못하는 보리암에서 본 남해바다

금강산 만물상 올라가는 셔틀버스처럼 굽이굽이 험한 길을 올라 보리암 근처에 도착해 조금 올라가니 좌우로 바다가 햇빛에 반짝입니다. 곧 쏟아질 듯 위태한 바위 앞에 절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아득한 낭떠러지 위에 암자가 걸려 있습니다. 까마귀는 마치 솔개처럼 바람을 타고 다닙니다. 장모님은 이 좋은 경치를 보지 못했으면 정말 아쉬울뻔 했다고 좋은 경치를 보게 되어 다행이라고 하십니다. 11시가 넘으니 셔틀버스에서 사람들이 계속 내려 좁은 절 안이 종로네거리 같습니다. 남해 제일경을 보고 나니 더 여유가 생깁니다. 지족에서 남해특산인 멸치를 3박스 샀습니다. 정말 맛있는 멸치였습니다. 어영부영 고성 공룡박물관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남해섬을 돌아보기에 2박3일은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이 먼길을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습니다. 봄이 되면 벚꽃길이 너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고성 공룡박물관과 귀경길

창선대교를 건너 고성가는 길을 찾다가 우회전해야 하는 길을 지나쳐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용현면사무소 표지를 보고서야 너무 지나쳐 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냥 가자는 장모님과 아내의 말을 묵살하고 고성으로 되짚어 갔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기초비용이 너무 커서 그냥 귀경하기가 싫었습니다. 77번 도로를 따라 삼천포 읍을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공룡박물관이 있었습니다.

 
“너 누구냐?”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공룡모형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두려움을 줍니다. 결국 전시관 구경 도중에 티라노사우루스 입을 통해 들어가는 길에 도착하자 준기는 냅다 바깥으로 도망을 칩니다. 할 수 없이 저는 바닷가 쪽 전시물을 구경하고 뒤에 나온 가족이랑 합류해 바다로 내려가 공룡발자국을 구경했습니다. 너무 넓어서 하루종일 구경을 해도 다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불고 초목들이 바짝 마른 상태인데 담뱃불 붙이고 다니는 몇 분은 눈에 거슬리더군요. 산타할아버지가 준 롤케익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구경했지만 벌써 3시...사천IC를 향해 길을 재촉했습니다. 오다가 보니 12월18일에 사천대교가 개통되었더군요. 많은 차들이 사천대교를 넘어 곤양IC로 향했습니다만 저희는 아무 생각없이 사천IC로 나왔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천IC에서 산본까지 311km...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덕유산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5시50분에 덕유산 휴게소를 출발했는데 8시에 산본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식사시간 포함해 불과 4시간만에 도착했습니다. 이런 신기한 일이 다 있다니???


* 여행기가 감상은 없고 기록물 같습니다.^^

* 남해대교에서 남해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봄에 벚꽃이 너무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 봄날 같이 따뜻한 날씨(1907년 근대적인 기상관측 실시 이후 가장 따뜻한 12월 기온)가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 남해군의 특산물은 멸치, 마늘(봄마늘), 유자차가 있습니다.


경남 고성군 상족암공원. 야영장도 있고 공룡박물관도 있고, 멋진 경치도....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