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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이웃과 함께 해서 더 즐거운 곳 청태산 휴양림

by 연우아빠. 2006. 9. 28.

이웃과 함께 해서 더 즐거운 곳 청태산 휴양림

2006.9.23~24(1박2일)

청태산에 왜 사람들이 이렇게 몰리는 거야?

지난 봄, 산림청 우수제안에 뽑혔을 때 아무 생각없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보자는 생각으로 중미산을 선택했지요.
그런데 얼마 뒤 산림청에서 보내온 공문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뽑힌 10사람 가운데 6명이 청태산을 신청한 겁니다.

청태산에 왜 이렇게 많이 가지?
고속도로에서도 가까워서 별로 좋을 것 같지 않은데???

휴양림은 두메산골(?)이라야 숲 좋고 공기 좋다는 생각을 했던 저로서는 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은 엄청 자주 찾아 간다는 청태산 휴양림의 명성에 깜깜했던 터라 아무 생각 없었지요.

금년 7월초에 다유네에 정식 가입해서 후기들을 읽어보니 청태산 정말 괜찮아 보였습니다.
가을에 한번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아내가 하고 있는 ‘동화 읽는 어른모임’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여름휴가를 휴양림에서만 보낸다"고 했더니 그렇게 좋다면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답니다.


청태산자연휴양림 휴양관(신관)


예약성공, 만세!

해서 총대를 매고 8월 3일 휴양림 예약에 온 힘을 기울였지요.
지금까지 3년 동안 예약 성공확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마침 휴가철이라 다들 자리를 비웠는지
평소보다 너무 쉽게 예약이 되었습니다.


청태산자연휴양림 생태안내소 옆 벽을 장식한 새집

17평짜리, 다락방을 갖춘 숲속의 집 해송!
아마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숲속의 집을 다시 예약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였습니다.
아내에게 성공 메시지를 날리고 나서 주변에 볼만한 곳, 맛있는 곳을 찾아 다유네를 열심히 뒤진 덕분에
제성아빠님의 도움으로 횡성축협(둔내분소) 위치도 정확하게 파악하여 1박2일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토요일 저녁 숯불 바베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세집 아이들 4명을 위해 청태산 다람쥐공방에서 만들기 할 것도 미리 예약했고요.
10명 이상이어야 하는 게 좀 불안해서 연락을 드렸더니
권태원 소장님께서 “대한민국에서 안되는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시면서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얘기했더니 8월초부터 들떠서 “언제 가요 아빠?”를 연발합니다. ^^


드디어 출발!

손꼽아 기다리던 두 달이 지나고 드디어 출발하기로 한 날,
아이들 보다 이상하게 제가 잠을 못 잤습니다.
운전 담당인데 잠이 오지 않아 서너번 깼습니다.

우리 가족 여행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이른 8시에 출발 준비를 마치고 세 가족 9명이 제 차에 타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영동고속도로는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날씨는 좋지요, 명절 벌초하러 인파는 몰리지요,
게다가 우리 같은 가을여행에 나선 사람도 만만치 않은 탓에 둔내IC까지 3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먼저 둔내축협에 들러 맛있는 항정살 1kg(17,000원), 목살 1kg(13,000원)을 사고
막국수 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습니다.
양을 엄청나게 많이 주시고, 아이들 밥까지 주시고 달랑 1인당 4천원만 받아서 좀 미안하더군요.
모범 음식점이었는데 청용막국수였던가?
맛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을 만했습니다.

아이들이 잠자리 잡고 있는 동안 아내와 친구들은 감자, 고구마, 상추 같은 음식 재료들을 시장에서 샀습니다.
길가에 예쁘게 핀 코스모스와 벌개미취 같은 꽃들을 구경하며 가노라니 금방 휴양림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침엽수 냄새와 서늘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아 오니 천국에 온 것 같습니다.
첫번째 방문했던 용대 휴양림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꼈던 그 상쾌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1시 반에 도착하니 아직 청소중이라 2시 반 이후에 오시라는 말을 듣고 해송집 앞에 차를 대고 개울 나무다리를 넘어 잔디광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아주 멋진 초록융단이 깔린 잔디밭을 보더니 아이들이 저마다 굴러 봅니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마침 경향신문사에서 어린이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벌써 많은 사람들이 휴양림에 들어와 여기 저기 나름대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숲 해설 구간 앞에 있는 안내소 벽에는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새집들이 달려 있고,
통나무 시소와 흔들이 그네가 아이들을 신나게 만듭니다.
같이 간 분들은 통나무 시소를 타며 좋아하셔서 마치 아이들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유네 님이 말씀하신 대로 잣송이가 제법 떨어져 있는데 주워보니 모두 비어 있더군요.
아마 산짐승들이 속이 빈 것만 남겨 놓은 모양입니다.


 
생태안내소 앞 나무그네에 나란히 앉은 아이들(정모, 준기, 연우, 봉관)

천천히 숲을 따라 올라가며 재미있게 숲을 감상하고 이것저것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같이 해 보면서 여유로움을 즐겼습니다.
2시 반에 안내소에 가서 열쇠, 휴양림 안내도, 전국휴양림 지도를 받아서 올라 왔습니다.
7시부터 다람쥐공방에서 아이들 만들기 체험을 한다고 해서 5시부터 저녁 먹을 준비에 들어가기로 하고
아이들과 지나가는 다람쥐도 보고 애벌레들도 보면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감체험 숲해설 구간에서 통나무 건너가기

사내아이들에겐 차에 늘 싣고 다니는 축구공을 꺼내 주고, 연우랑 저는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8월달 삼봉휴양림에 가서 처음 가르쳤는데 9살짜리 녀석이 제법 야무지게 칩니다.
트렁크에 인명 구조용 밧줄을 꺼내 아줌마들은 아이들과 줄넘기 놀이를 같이 하는데 애고 어른이고 모두들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줄 하나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 같이 간 사람들 말씀입니다.

집안에 들어간 녀석들은 다락방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이불이란 이불, 베게란 베게는 모두 다락으로 끌고 올라가
우당탕탕 놀이에 정신이 없습니다.



줄 하나만 가져가도 이렇게 즐겁습니다

운전하느라 피곤했을 거라며 열외를 시켜 주는 덕분에 저는 바비큐 통을 청소하고 불만 지폈습니다.
신문지 가져가서 잘 써먹었답니다.
소고기 보다 맛있다는 평가를 들으며 항정살과 목살을 차례로 구워 맛있게 먹었습니다만
고기량에 비례해 숯을 좀 더 사오는 것을 생각 못해서 2/3쯤 먹었을 때 매점에 가서 숯을 더 사왔습니다.
덕분에 고구마는 잘 익었는데 감자는 4~5개만 잘 익어서 설익은 감자는 나중에 삶아 먹었습니다.

대충 정리하고 깜깜한 길을 내려가 공방에 갔습니다.
신청은 나뭇잎 프린팅 티셔츠와 황토염색을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낮에 본 새집에 눈이 혹해서 새집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좀 난감한데 “대한민국에서 안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라는 청태산 사람들의 모토에 힘입어 그 자리에서 새집으로 목표 변경했습니다.


 
다람쥐 공방에서 나무공예품 만들기

시커먼(?) 봉화 서벽 출신 아저씨의 도움을 받으며 망치질도 하고,
4명 아이들이 이것저것 요모조모 예쁜 장식을 달아 새 집을 만들었습니다.
2시간이 금세 가버리더군요.
4명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토요일 밤 늦게까지 도와주신 도우미 아저씨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아버지께서 봉화 애당 출신인데 도우미 아저씨 분이랑 이웃동네더군요.
대한민국 좁아서 서로 예의 갖추고 살아야 된다는 얘기를 하면서 서로 웃었습니다 ^^

밤하늘에 초롱초롱한 별을 보며 해송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대충 씻기고 남녀 구분해서 각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내는 같이 온 아줌마들과 밤새도록 이야기 하는지 새벽에 화장실 간다고 일어났더니 여전히 이야기 소리가 들리네요.



반나절 동안 다락 계단에서 베개를 가지고 장난하는 준기


재미있는 숲해설

다음날 아침 6시 반에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머리도 맑고 피곤함도 사라져서 얼른 세수하고 혼자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제2휴양관 쪽으로 가니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제법 심하게 나더군요.
한 바퀴 돌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 되짚어 와서 제3야영장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서늘한 날씨에 야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가운데 길로 내려와 김치찌개로 아침을 해서 먹고 10시에 숲해설을 따라 나섰습니다.



숲해설

사람들이 많아서 세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우리를 안내해 준 분은 홍천이 고향이라는 젊은 분이셨는데 1시간 반동안 차근차근 재미있게 돌아보았습니다.
도꼬마리가 아토피에 좋다는 것도 알았고 무엇보다 무서운(?) 천남성에 대해 설명해 주실 때는 으악!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전날 우리 일행 중에 한분이 빨갛고 아름다운 앵두알처럼 생긴 덩어리 열매를 주워서 만졌는데
그게 옛날 사약을 만들던 천남성이었습니다.
먹거나 맛을 봤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산에 가시는 여러분 조심하세요. 

쑥을 뜯어서 코에 대고 있으면 비염에 걸린 사람도 숨쉬기 편해 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코피 잘 흘리는 아이에게도 좋다는 얘기도 해 주셨는데 쑥을 코에 대고 있으니 정말 숨쉬기도 편안하고 쑥 향기가 참 좋았습니다.

 
아이가 뛰면 어른도 뜁니다.^^

마지막에 잣송이를 하나 주워 오셨는데 그 속에 잣 열매가 바글바글 하더군요.
숲해설에 나온 아이들 몇 개씩 주고도 남아서 우리도 탈탈 털어서 챙겨왔습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합창을 하는 라면을 끓여서 먹고 남은 밥은 국물에 말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충 청소를 마치고 나오니 이미 1시 반이나 되었더군요.
그래도 청태산 휴양림 분들 여유만만이십니다.^^

7살 우리 아들 준기는 휴양림에 가면 집에 가지고 떼를 쓰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집에 가지 않겠다고 휴양림에 더 있자고 떼를 씁니다.
아마 친구들과 같이 지내서 재미있었나 봅니다.

겨울에 잔디광장에 와서 눈썰매 타자고 달래서 겨우 돌아 왔습니다.
휴양림을 나와 심순녀 여사의 안흥찐빵 가게에 들러 다섯 상자를 사서 맛있게 먹으며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역시 주구장창 막혔습니다만 개의치 않고 쉬엄쉬엄 찐빵 먹어가며 맛있게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자마자 벌써 토요일에 있을 오서산 정기모임이 기다려집니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