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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단풍나무 관찰기록4

by 연우아빠. 2024. 11. 29.

2024.11.29. 부러진 단풍나무

관찰 대상으로 찍었던 아파트 놀이터 단풍나무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폭설이 내리던 날 밤에 나무를 흔들어 줬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또한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하나? 라는 자기 합리화가 슬며시 제 부주의를 덮습니다.
(자연의 일부라 생각해야 하는지 자연을 관리해야 하는지는 계속 논쟁거리죠?)

서랍 안에서 잠자고 있던 2008년식 니콘D80을 들고
관찰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나무가 부러진 덕분(?)에 씨앗과 겨울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카메라를 너무 오랜만에 썼더니
접사렌즈를 어떻게 작동시켰는지 기억이 안나더라구요.

눈이 나빠져서 그런지 촛점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
접사렌즈 모드로 가면 자동초점 기능이 안되기 때문에 애 먹었습니다.
게다가 엣날 카메라라서 무선통신 연동이 전혀 안되는지라
PC로 옮겨서 휴대폰에 업로드하는 수고까지…

사진 찍고 나서 3시간 동안 아파트 앞에 쌓인 눈을 치웠는데,
쇠삽도 아니고(대체 누가 플라스틱 삽 따위를…)
혼자서 삽질(?)하느라 힘을 썼네요.

혼자 치우니까 3시간 동안 겨우 주차장 10면을 치우는데 그쳤는데,
예전과 달리 오래된 주민들은 연세가 많아져서 힘을 쓸 수가 없고,
(제가 이 아파트 20년 거주 고인물)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제가 치워놓은 주차장에
차를 편안히 대고 그냥 가버려서 맥만 빠지더라구요.
한 사람도 삽을 들고 동참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히 위층에 사는 전문대학교 총장님께서
제가 치운 주차장에 차를 대시고 저를 보더니
삽을 들고 오서셔 30분 동안 같이 치우고 가셨습니다.

아무튼 20년 동안 이 나무를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동무들과 함께 하는 과제 덕분에 이리 자세히 보게 됐네요.
단풍나무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는 당연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지 뭡니까?

관찰나무로 점찍은 단풍나무 동남쪽 방향 가지가 이렇게 부러졌네요. 습설은 무게가 정말 무겁습니다. 이 나무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눈 때문에 부러지고 꺾이고 그렇습니다.
그 옆 가지는 이렇게 부러지기 직전인 큰 상처가 생겼습니다. 묶어서 수분손실을 막는 조치를 해야 할텐데 그런 조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관리사무소에 있을 것 같진 않네요. 저대로 시간이 지나면 말라서 결국 부러지겠죠.
반대쪽 북서쪽 가지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입니다. 낙엽을 떨어뜨릴 시간도 없이 나무의 생체시계는 혼란스럽겠네요.
부러진 가지 덕분(?)에 가까이에서 겨울눈을 볼 수 있게 됐네요. ㅠ
겨울눈을 접사로 찍어보려고 했는데 16년이나 된 옛날 카메라라서 쉽지 않네요.
내년 봄이면 새로운 움이 틀 준비를 지금부터 하고 있는 나무
단풍나무 씨앗.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땅에 안전하게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단풍나무 겨울눈. 내년 봄 저기에서 새 순이 돋을 겁니다.
단풍나무 씨앗. 불행하게도 부러진 가지에 매달려 있어서 새싹을 틔우긴 어렵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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