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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춘천여행 #3 박물관 순례

by 연우아빠. 2010. 11. 15.
2010.11.13(토)

휴양림에서 아침 잘 먹고 준기가 챙긴 춘천 관광지도를 들고 구경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저녁까지 먹고 집으로 갈 생각입니다. 내일이 일요일이니까요. ^^


첫번째, 준기가 고른 곳은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입니다.
여긴 막국수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아쉽게도 목요일 밤에 검색해보니
이미 예약이 꽉찬 상태라 구경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생긴 모습이 가마솥 위에 걸린 막국수 틀입니다.


이건 호롱불이라는 거야.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 말이다...
준기와 할아버지가 막국수 박물관 내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옛날 물건을 보며 옛날 경험을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2층에는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체험관이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먹으면 더 맛있겠죠?


이 곳은 국립춘천박물관입니다. 국립 강원대학교 근처에 있습니다.
이 박물관,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우선, 바깥 모습이 이렇게 예쁩니다. 박물관 마당에서 본 건너편 동네 모습인데요
이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본 아름다운 마을을 연상케 하는 잔잔하고 조화로운 색깔과 깔끔함..


박물관에 들어가면 먼저 선사시대부터 보게 됩니다.
이 안내판 앞에서 연우와 준기를 데리고 이야기를 해 봅니다.
이 분포도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니? 어떤 느낌? 사람들이 왜 저렇게 모여 살까? 등등등
박물관에서 메모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박물관 구경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저 즐거운 놀이일뿐입니다.

고대의 유적 분포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은 정해져 있나 봅니다.
현대 인구분포와 거의 겹칩니다.

박물관 내부는 상업적 사진이나 삼각대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맘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건, 유럽의 박물관과 같아서 박물관장님과 관리자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 분들 분명 유럽의 박물관을 가 본 것이 틀림없습니다.


흑해와 지중해 연안의 스키타이 문명과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건너 신라, 가야까지 이어지는 문명의 끈을 보여주는 뿔잔입니다.
혹자는 선비족 같은 유목민들이 함경도 해안과 강원도 해안을 지나 신라까지 내려가 토착세력과 연합해 나라를 세웠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신라의 대릉원과 가야의 뿔잔까지 이어지는 문명의 유사성.

어떻습니까?
저 흑해연안에서 한반도 동해안까지 이 뿔잔 하나가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것이 멋지지 않나요?


국사 교과서에서는 별로 주목해서 가르치지 않는 옛날 사람들이 사는 모습.
왼쪽 사람 손모양은 글을 모르는 사람이 땅을 팔기 위해 자신의 오른손을 대고 그려넣은
모습니다. 가족사항과 토지매매 문서도 있습니다.
국사 시간에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정치사보다 문화사와 생활사를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생활에 쫒겨 토지를 사고 파는 문서가 상당히 많다고 하네요.


이건 결혼에 관련된 문서. 납폐(패물)와 함께 사돈끼리 주고받는 문서네요.
결혼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보는게 왕과 대신이 뭘 했는지 못지않게 재미있지 않을까요?


개방형 설계와 함께 큐레이터의 솜씨와 안목이 시각적으로 시원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박물관도 정말 멋지게 발전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게 뭔지 아세요?
혹시 미천골 휴양림 입구에 있는 선림원지를 기억하시나요?
거기 홍각선사 탑비는 사라지고 좌대만 남아있는 것을 보신 기억이 나시나요?
그 비문 조각이 이렇게 춘천국립박물관에 남아 있습니다.


이 휴게 공간에서 저는 오르세 미술관 못지 않는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춘천 국립박물관은 전시물도 잘 관리하고 있지만 이런 문화공간이 박물관을 친근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어린이 체험 박물관과 문화체험 공간, 작은 도서관도 함께 있어서 지역문화의 중심공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야외에는 주변 산을 잘 살려 이런 석조물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설명자료도 훌륭하고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서 평지에 그냥 진열해 놓은 석물보다 더 정감이 갑니다.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서 부분만 남아 있는 탑을 모아서 이렇게 전시해 놓았습니다.
단단한 화강암에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꽃무늬를 정교하게 새겼는지 1,400여년 전 석공의 실력이 놀랍지 않습니까?


맞은 편에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쉴 수 있는 원두막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그마한 산을 잘 활용한 멋진 춘천국립박물관. 뜻하지 않았던 멋진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