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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100만원 과태료를 물리시겠다고요?

by 연우아빠. 2010. 1. 9.

http://media.daum.net/press/view.html?cateid=1065&newsid=20100107130120635&p=yonhappr

언뜻 보면 소방방재청장의 말이 맞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다른 면이 숨어 있는 것을 그냥 넘기면 안됩니다.
이번에 서울경기지역에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그러니까 103년만에) 최대 폭설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사흘 연휴로 쉬다가 새해 첫 출근이었지요.
저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1호선 전철로 출근을 했는데 전철까지 걸어가는데 30분,
그리고 17개 정거장을 가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7개 구간을 가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구로 전철역 안전장치가 고장이 나서 사람들이 전동차 속에 갇혀서 마냥 기다렸지요.
온 도시가 거의 마비된 상태였습니다.

평소 1시간 10분 걸리던 것을 3시간이 넘어 10시 15분에 사무실에 도착했지요.
제가 타고 가던 전철 안에서 체력이 약한 몇분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고요.

12월 25일 이후 지금까지 15일 가까이 낮 최고 기온이 영하에 머물러 있고 급기야 어저께는
시베리아보다 더 낮은 기온이 한반도 남쪽에 등장했지요.

내린 눈은 1주일이 지나도 녹지 않고 단단하게 다져졌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에는 수요일이 돼서야 시청에서 제설차를 동원해 그나마 간선도로만 간신히 치웠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많은 시청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문제의 본질은 집앞 눈을 쓸지 않는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절반이 살고 국가 경제력의 절반이 집중된 좁은 수도권이 마비된 것입니다.
자기 집 앞 눈을 치워서 될 일이었던가요?

이 정도 눈이라면 정부에서 당연히 하루 이틀은 휴무를 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겁니다.
그 사이에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고 도시 기능을 정상화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힘들게 출근해봤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에게 영하 10도~15도 정도 추위와 눈 때문에 일주일이 되도록
지하철과 전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장이 계속 되었습니다.
어제도 출근시간에 시청역 구간에서 전철이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서울역 환승구간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시민에게 100만원의 과태료를 생각한 소방방재청과 정부는
이번 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2천만명이나 되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도심의 눈도 제대로 치우지 못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국민의 세금으로 소방방재업무를 하는 공무원과 재해대책을 관장하는 정부는
얼마의 과태료를 국민에게 내야 하는 것인지
그들의 뻔뻔한 얼굴에 대고 불어보고 싶군요. ^^

새벽별보고 출근해 아이들이 잠자는 시간에야 겨우 퇴근을 반복하는 대한민국 가장들.
그들에게 눈을 치우라구요? 국가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는 이 엄청난 폭설을?

오늘(토요일) 아침에야 우리 아파트 제설작업을 위해 삽을 들었습니다.
금요일 낮에 집에 있던 주민들(부녀자와 노인들)이 나와서 눈을 치웠다는데
이미 단단히 다져진 눈은 손을 못댔더군요.
저 혼자 2시간을 치우다가 동네 남자 한분이 더 나와서 한시간을 더 치웠습니다.

휴식이 없는 워커홀릭을 조장하는 나라에서 무슨 한가한 눈치우기 과태료 타령입니까?
차라리 겨울에 일용직 일거리도 없어 끼니 걱정하는 분들에게 공공근로사업으로
눈 치우는 작업을 맡기는게 머리를 제대로 쓰는 공무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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