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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당일치기 청옥산자연휴양림 답사기

by 연우아빠. 2007. 5. 8.

당일치기 청옥산자연휴양림 답사기   2007.5.6(당일)


여행갤러리에 사진만 올려놨다가 화니맘 한 말씀에 살 조금 붙여서 여행기에 올립니다.^^

5월5일, 휴일이기에 어머니 산골처를 형제들이 함께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가던 도중에 누나가 전화를 했더군요. 자기만 빼놓고 그냥 갔다고...결혼한 누나에게 나도 모르게 소홀해지네요.


막내동생 집에서 하룻밤 자고 해발 1,000미터 고지에 있는 어머니 산골처를 찾아보고 그리고 청옥산 휴양림 답사를 하려고 했습니다만 어린 아이들이 여럿 딸린 대가족이 움직이는 것은 소보다도 더 느립니다. 오전 10시가 되도 출발할 기색이 없고 결국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준비가 끝났습니다. 죽령 정상에서 차를 내려 산길을 올랐습니다. 평소 같으면 40분이었지만 2살 3살 4살 6살 꼬맹이까지 유모차에 태우고 올라가는 길은 무려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사방이 탁트인 높은 산위에 어머니 산골처는 아스라한 느낌만 납니다. 모든 생물이 살아 숨쉬고 철쭉도 꽃망울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머니 산골처에 만발한 할미꽃. 할미꽃 전설이 생각나네요

산골처에 도착해서는 아무도 어머니 얘길 하지 않습니다. 그저 먼 곳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3시가 넘어 산을 내려와 4시가 되서야 점심을 먹었습니다. 휴양림에 가겠다는 제 의도는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내일 가지 뭐.....


하지만 그 다음날도 모든 일은 여전히 느릿느릿합니다. 막내 동생은 야간 교대근무 때문에 출근하고 둘째네는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머리도 아픈데 이 곳까지 와서 지척에 둔 휴양림을 가보지 못한다 라고라????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내서 거품을 물었다.


마눌님이 한 말씀 날린다.
"가보자고, 가면 될 거 아냐. 이런 성질머리를 다유네 사람들이 봐야하는 건데...쩝"


까짓 집에 좀 늦게 도착하면 어때. 우리나라에서 제일 숲이 넓은 청옥산휴양림 구경하고 가는데... 영주-울진간 36번 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새로 건설하고 있는데 진도가 빠르지 않아서 아직도 봉화읍내를 조금 지난 곳 까지만 공사가 끝났다. 태백으로 넘어가는 31번 국도는 구불구불 또아리처럼 어지럽게 세반고리관을 흔든다. 60km를 45분만에 달려서 청옥산휴양림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온몸을 휘감아오는 서늘함과 상쾌한 공기, 그리고 그 속에 날리는 나무향기 꽃향기 숲냄새...


입장료와 주차료 5천원을 내고 휴양림에 들어가니 온통 연두색과 연초록 색이 반긴다. 인기척도 전혀없고 오직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뿐 우리가족 다섯사람만 호젓한 숲해설 길을 걸어 올라갔다.



청옥산 출렁다리, 연우는 신이 나서 왔다 갔다 하고 겁 많은 준기는 조심조심...



조금 성격 급한 철쭉도 피어 있어서 새 DSLR을 시험할 기회를 주네요

아이들이 한여름 시끌벅적하게 뛰어 들었을 물놀이터는 바닥에 나뭇잎만 가득 쌓였고
빈 나무데크는 아이들 다이빙대로 쓰기에 딱 좋은 높이다.



사방댐과 물놀이터가 만든 폭포



숲 해설길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사진보다 훨씬 멋있는 휴양관이 서 있고



그 앞엔 붉디붉은 명자꽃이 피어 있다.

야영장으로 걸어 올라 가려니 요즘 지병(?)으로 심신이 지친 아내가 차 타고 가면 안되냐고 한다. 창문 내리고, 선루프 열고 바깥 바람을 받으며 천천히 올라갔다. 아이들 놀기 딱 좋은 놀이터를 보더니 연우와 준기는 냅다 달려가 그네타고 미끄럼타고 줄 타고 신이 났다.



오월은 푸르구나, 하늘 향해 날아보자. 어린이놀이터

놀이터에 참드릅나무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서인지 키가 5~6미터 쯤 자랐다. 사람이 참두릅 새순을 꺾어 초장에 찍어먹는 일을 하지 않으면 드릅나무도 키가 크는 모양이다. 인적이 없는 길을 더 올라 가니 무림당(撫林堂) 당호가 붙어 있는 작은 집이 나온다. 분위기가 귀곡산장 같기도 하고, 소림사 같기도 하고,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예전부터 청옥산을 가꾸던 사람들이 임시로 거처하고 회의도 하던 장소였던 모양이다. 길 건너에는 수련관 3동과 세미나실 같은 수련장 1동이 줄지어 앉아 있다. "여기서 다유네 정모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바로 나는 것을 보니 중독증세일까?



무림당 옆 수련관

무림당을 지나 계속 올라가니 임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무림당 위쪽 끝없이 계속 이어진 임도


다음을 기약하며 길을 돌아 내려와 숲속의 집을 찾아 보기로 했다. 단풍나무집 아래 굵은 참나무 아래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쉽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여럿 있다. 단풍나무, 산솜다리를 지나 드디어 백설공주가 일곱난장이와 살았음직한 목향집이 보인다.



목향집, 다락이 있고 마당에는 평상이 있어서 텐트치기 좋은 곳

내 지식의 한계를 깨닫게 하려고 식물도감을 찾아보기도 벅찬 온갖 꽃들이 저마다 하늘 향해 꽃잎을 펼치고 있다.



목향집 앞에 핀 동의나물꽃

"이제 만족하남?!" 아내의 한마디에 실쩍 미소를 쪼개며 여름 휴가 당첨을 기대하면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