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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유럽연수(2007년)

영원한 도시 로마 (4)

by 연우아빠. 2008. 2. 20.
2007.12.25

크리스마스. 크리스트교 문화권의 명절에는 세상이 모두 끝난 듯 조용하다.
기차도 다니지 않고, 시내 버스만 움직인다.
하긴,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명절을 보내는 문화이니 우리처럼 떠들썩한 것은 없다.
남의 명절에 우리는 왜 그렇게 요란을 떨었을까? 통금 해제라는 풍습 때문이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에 유럽 여행을 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냥 거리를 걸어다니며 건물구경하는 것 외에는...로마는 걸어서 40분이면 동서를 가로지를 수 있다.


시내 구경을 하러 밖으러 나왔다.
떼르미니 역에는 그래도 여행자들이 보인다. 간단한 음식을 파는 오토그릴.
체인점인 듯 하다.



밤 늦게 까지 문을 여는 가게가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당일은 조용. 그래도 수퍼마켓은 문을 열었다.



떼르미니 역 구내를 지나 버스를 타고 로마 서쪽 쟈니꼴로(Gianicolo), 오르토 보따니꼬(Orto Botanico) 공원에 가기로 했다. 
공원 정상에 이탈리아 통일 영웅 가리발디의 동상이 있다고 한다. 

로마 시내 밖으로 나가는 모든 교통수단은 완전 스톱. 
우리나라에서는 명절이라고 해서 이렇게 모두 문을 닫는 경우는 없는데....
휴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모양이다.
명절 때는 모두 집 안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서유럽 사람들은
떠들썩한 우리나라 명절과는 분위기가 다른 모양이다.


구름이 약간 끼고 따뜻한 날씨,

조금 더워서 그동안 입고 있던 내복 윗도리를 벗고 가디건을 입었는데 걸어 다니니 땀이 날 정도였다. 

그동안 로마 시내를 다니면서 빗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의 기념물은 몇개 보았는데 

정작 가리발디는 그와 관련된 기념물을 볼 수가 없어서 이상했다.




어디를 지나 가야 할런지 지도를 보며 생각을 해 봅니다.
계획없이 어슬렁 거리기에는 좀 아까운 날이긴 합니다.



레푸불리카 광장에서 내려 길을 물어보고 베네치아 광장에서 버스를 갈아타기로 합니다.
경찰관이 길을 가르쳐 주러 오더니,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더군요.
로마에 처음 왔을 때는 일본인이냐고 물어보더니 그 사이에 우리가 많이 꾀제제 해졌나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깔끔해 보이는 동양인에게는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고 좀 지저분해 보이면 중국인이냐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에게 지고 난 다음에는 한동안 동양인만 보면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한적한 레푸불리카 광장



베네치아 광장에서 본 빗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 동상과 기념관
저 기념관은 타이프라이터 처럼 생겼다고 해서 별명이 타이프라이터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로마에 머물렀던 동안은 저렇게 수리 중이었습니다.



175번 버스를 타고 출발, 

레푸불리카 광장을 지나 베니치아 광장에서 하차했지만 민박집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44번 버스를 타는 곳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헤맸다. 사방에 있는 안내판을 다 찾아보며 헤매고 있을 때 

나이 많은 이탈리아 할아버지가 우리를 도와주려고 말을 걸어왔다. 


할아버지의 이태리어와 우리의 영어가 서로 엇갈리면서 할아버지는 결국 64번 버스를 같이 타라고 손짓을 하고

우리와 함께 버스를 타고 바티칸까지 갔다. 할아버지는 우리는 일본사람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국적을 묻더니 '꼬레아노'라고 말하자 남쪽이냐 북쪽이냐고 묻는다.


남쪽이라고 하자 자기도 서울에 가 봤다고 한다.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친절함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분이었다.

우리가 내릴 곳을 내리는 곳을 가르쳐 주더니 버스를 내리면 남쪽 방향으로 13~16분을 걸어가면 된다고 하며 손을 흔들고 갔다.

"그라시아스!"를 외치며 할아버지께 손을 흔들었다. 



크리스마스 때문인지 거리는 관광객 외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마차가 심심찮게 다님
 
 
남쪽 길로 내령가야 보따니꼬 공원으로 가는 길인데 저 멀리 산탄젤로 성이 보여서 우리는 먼저 저 곳에 가보자며 동쪽으로 걸어갔다.




로마제국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 

약 1900년 전인 서기 135년~139년 사이에 건설한 가족 무덤으로 로마 멸망 후에는 산탄젤로 성(Castel Sant'Angelo) 이라고 부른다.

높이가 170m 정도 되는 건축물이다. 한 동안은 로마 교황의 피난처였다고 한다.

영묘 주변은 거대한 해자가 파여 있어서 더 웅장해 보인다.

하늘에서 보면 사각형 성곽 안에 둥근 영묘가 자리하고 있고,

성곽 네 귀퉁이에는 둥근 옹성이 자리잡고 있다.


꼭대기에 보이는 것은 대천사 미카엘 상으로

페스트가 로마시내에 창궐했던 중세에 교황이 이 성 꼭대기에 대천사 미카엘이 내려오는 꿈을 꾼 다음에

거짓말처럼 페스트가 사라졌다고 하여 천사의 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원래 성 꼭대기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동상이 있었으나 교황은 페스트가 사라진 것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그 자리에 1536년 대리석으로 미카엘 상을 세웠다가 1753년 청동상으로 바꿨다고 한다.

교황 집무실에서 이 곳까지 약 800m 정도 되는 비밀 탈주로를 1277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천사의 다리(Ponte Sant'Angelo). 하드리아누스 영묘를 가려면 로마 시내에서 이 다리를 건너 가야 하는데

웅장한 조각상을 아치 마다 쌍으로 세워 두었다.


산탄젤로 성 동쪽에 붙어 있는 법원 건물(Tribunale di Sorveglianza)



법원 건물 옆, Triboniano 거리에 있는 대법원(Palace of Justice)

페루자 출신 건축가 굴리엘모(Guglielmo Calderini)가 디자인한 건물로 1888년~1910년 사이에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대법원 건물 옆에 네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으로 가는 거리 표시가 보였다.

집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공항 가는 표지가 왠지 반가웠다.

해외 여행 보름 정도 지나면 향수병이 생긴다는데 그런 것인가?


원래 목적지와 반대로 너무 와버렸으므로 이제는 원래 목적지를 찾아 되돌아 가야지?



산탄젤로 다리(Ponte Sant'Angelo)의 아름다운 아치

산탄젤로 다리에서 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다리에서 되돌아 보니 물에 비친 반영이 무척 아름답다.

티베르 강이 매우 얕아서 그런지 물이 강이 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흠이다.



이 과장이 어제 바티칸에서 산 묵주가 선물용으로 좋겠다고 하면서

다른 가족에게 줄 묵주 선물을 사러 간다고 우리와 헤어졌다.

가리발디 동상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바티칸에서 Viale delle Mura Aurelie 거리를 따라 가면 가리발디 동상까지 1.2km 밖에 되지 않는데

티베르 강변을 따라 가는 바람에 골목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게 되었다.


좀 헤매면 어떠냐? 로마도 볼 만큼 봤는데...



루가라(via della Lungara) 거리를 따라 보타니코 공원을 찾아 가다보니 예상치 못한

로마의 뒷골목을 걷게 되었다.



저 멀리 보타니코 공원 정상에 서 있는 우산 소나무가 보였다.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골목을 발견했겠어?"라고 배 팀장은 유쾌하게 웃으며

거리에 앉아 사진도 찍고 휘적휘적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정말 조용했다.

주차구역마다 자동차가 가득하다.

우리처럼 박스를 그리지 않고 줄만 그어 놓아서 주차 가능한 차량 댓수는

조금 들쭉날쭉 할 것 같다.




존 카봇 대학교.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겉 모습.

그런데 이 학교는 미국 대학교인 모양입니다.



중근세 로마식 도로 포장이 된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갑니다.





베스타 신전 사각형 버전 같은 '로마냐 죽음이냐(Roma O Morte)' 기념물



동판에는 주세페 가리발디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가리발디가 로마를 점령했다는 것일까? 

아니면 로마시대가 끝나고 통일 이탈리아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일까? 

그것도 아니면 로마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라는 뜻일까?

이태리어를 모르니 장님 문고리 잡는 격.



보타니코 공원 정상에는 가리발디 광장이 있고, 그 광장 한 가운데에 근대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의 기마상이 있다.

그 기마상 앞에서 동쪽으로 바라 본 모습



주세페 가리발디 동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이 나 있는데 이 언덕까지 자동차가 올라 올 수 있도록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도시인 로마에 높은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옛날 건물을 가리지 않아서 도시의 풍경은 더 품격이 있어 보였다.


이 과장과 여기에서 다시 만나 아침에 테르미니 역에서 산 빅맥으로 점심을 먹었다.

 


자니콜로 길(Passeggiata del Gianicolo)을 따라 언덕을 내려왔다.

오르토 보따니꼬(Orto Botanico) 공원 근처에 있는 

교황 바오로 5세(Papa Paulus Quintus, Episcopus Romanus)가 1612년에 세운 분수.

가리발디 거리(Via Garibaldi), Fontanone dell'Acqua Pao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