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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운장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11. 1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일정 : 2007.11.10~11.11(1박2일)
장소 : 운장산자연휴양림
컨셉 : 다유네 사람들 정기모임

다유맘님의
반가운 정모 예고에 수련관에 합류할까 생각했지만 아버지께서 젊은 사람들 속에서 소외감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숲속의 집을 잡기로 했다. 11월 운장산은 인기가 없나? 너무 쉽게 종달새 방을 잡고 보니 조금 싱겁다. 10월달 휴양림 여행이 매주 이어지고 따라다니는 아내는 조금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말은 늘 씩씩하게 하지만 홀로 되신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리라. 게다가 11월에 동화읽는어른모임 연례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느라 몸 상태가 별로였다. 모임날짜는 다가오는데 계획에 없는 외부 행사 관계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장이 잡혔다. 대전(수,목), 제주(목금토).... 겹치기 행사, 게다가 제주 행사는 토요일에 행사 참가자들이 한라산 등반을 한단다. 대전 행사는 하루만 참가하고 집으로 올라와 제주로 날랐다. 제주 지부에서 근무하는 후배가 "이렇게 제주 자주 오실거면 제주지부로 전보오세요" 한다. 제주 행사는 다행히 금요일까지만 메인행사였고 토요일은 자유참가였다. 게다가 별 다섯개짜리 호텔을 주최측에서 제공해 주는 행사였는데 별다섯개 숙소보다 휴양림 야영장을 더 좋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심한 병이리라. 예전 같으면 한라산 등산이라면 얼른 따라갔겠지만 지금은 다유네 모임이 먼저니까 망설임없이 한라산 등산은 패스....아이들은 제주 출장이라니까 “아빠! 알지?” 한다. 감귤초콜렛 사오라는 소리. ^^



용담댐


세미나는 예정보다 2시간 쯤 일찍 끝나 저녁 먹기도 어정쩡하고 비행기 시간 당기는 것도 주말 저녁이라 불가능하고...숙소를 정리하고 제주공항까지 해안도로를 걸어가 보기로 했다. 2시간 쯤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해안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5월달에 제주 갔을 때 보지 못했던 ‘용연’을 보고 산하아빠께서 설계하셨다는 용연구름다리도 건넜다. 밤에 보았더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숙소에서 용연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 생각 못했다. 지난번 태풍 ‘나비’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용연 근처 마을과 도로는 아직도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용두암에도 그날의 상처가 여전하다. 멀리 공항의 철책이 보이고 하늘을 향해 솟아 오르는 비행기가 분주하다. 노을지는 제주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걷노라니 걸어서 제주도를 일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마을에 들러 아이들이 주문한 초코렛을 사고, 공항으로 가는 시내 안쪽길로 접어드니 해가 넘어갔다.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아무도 걷는 이 없는 긴 공항로를 따라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소요시간이 한시간 남짓... 밤 11시가 되서야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그 시간까지 자지 않고 아빠를(아니 초코렛을) 기다렸다. 출발준비를 끝낸 준기맘, 아마 남편의 잔소리가 지겨웠던 듯...암튼 이러면 가끔 잔소리 하고 싶어지는 유혹에 빠지는데... 12시를 넘긴 시간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우리가 머문 숲속의 집. 종달새 방. 

토요일
아침, 사흘간 계속한 지방출장 때문인가 8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다유네의 새로운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최종적으로 정리해 달라고 주은아빠가 부탁한 게 생각이 나서 PC를 켜고 의견을 스크린 한 뒤 정리 작업을 해 다유네 알림판에 띄우고 집을 나섰다. 의외로 무척 쌀쌀한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어 겨울 같다. 이번에는 나 때문에 10시 30분이 넘어서 출발한 셈... 조용히 운전만 했다. 운장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볼만한 곳을 사전에 검색해 보았는데 운일암반일암, 대아수목원, 용담댐, 마이산이 나온다. 운장산은 휴양림에서 상당히 멀어 당일 산행으로는 좀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나면 갈거계곡을 답사하던가 구봉산 정상에 올라볼까 생각하며 일단은 용담댐 쪽으로 길을 잡았다.
 


수련관 아래 계곡에서 소꼽놀이 중인 아이들

대전까지 지지부진한 속도... 차 안에서 여행을 다 보내는 것 같아 답답증이 난다. 한명만 더 타면 전용차선을 탈텐데....달랑 한명만 탄 채 전용차선을 달리는 승합차가 몇 대 보이니 짜증 조금 났다. 그러나 나는 내 길을 가리라. 결국 점심을 휴게소에서 때우는 것으로 해결하고 전북 땅으로 넘어오니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금산 IC를 나와 용담댐 근처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구경을 하려고 차를 세웠는데 바람이 어찌나 심하게 부는지 준기맘과 아이들은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와 둘이서 용담대교 앞 망향탑에 올라가 용담댐을 조망해 보기로 했다. 정말 넓은데 다니는 이가 거의 없으니 을씨년스럽다. 저 거대한 물 속에는 옛날 평화롭고 아담한 마을들도 잠겨 있겠지...개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이 망향탑에서 옛날을 그리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더 쓸쓸하다. 길을 재촉해 오후 4시쯤 운장산 휴양림에 도착했다. 종달새방. 검마산 휴양림의 달새님이 생각난다. 아버지께서 종달새 방 앞에 있는 고욤나무(저 어렸을 때는 김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를 발견하시고 즐거워하셨다. 어릴 때 생각하며 한개 따서 맛을 보았는데 역시나 뒷맛이 떫다. 잠시후 반가운 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대개 휴양관 쪽이라 숲속의 집을 잡은 사람들이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연우와 준기가 좋아하는 은주와 승환이를 찾아 휴양관 쪽으로 가니 몇가족이 삼삼오오 나와 있고 은주네와 지인이네 우리아이들은 은주아빠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물은 수많은 가랑잎에 막혀 거의 흐르지 못하고 있다. 4월달에 산음에서 소꼽놀이 밥상을 차렸던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산중이라 해가 일찍 넘어가서 아이들의 놀이는 아쉽게 완성하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상린이와 채린이를 만나겠다고 휴양관으로 들어가고 다유아빠, 다유맘과 함께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야영장에 사이트를 구축한 세가족, 승목이네, 우탁이네, 정은이네


우리의 씩씩한 윤이네, 정은이네, 승목이네 세 가족이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영장에 사이트를 구축해 놓았다. 아! 사이트를 보는 순간 어쩔수 없이 밀려오는 야영에 대한 강렬한 유혹! 새롭게 보강한 야영 장비들이 반짝인다. 날렵한 타프를 보니 10월부터는 야영이 불가능한 우리 가족에겐 부럽기만 하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승목이네랑 처음 인사를 하고 같은 수리산파임을 확인했다. 역시나 어린 승목이는 그동안 쌓인 야영경험인지 자연과 함께 놀 줄을 안다. 부러움을 잠시 접어두고 다들 저녁을 먹은 다음 야영장에 모이기로 하고 일단 내려왔다.

삼계탕을 끓여 저녁을 먹고 내일 아침을 위해 닭개장을 끓여 놓고 야영장으로 올라갔다. 채린이가 배탈이 나서 빠지고 아이들 대부분을 우리집 차에 태우고 올라갔다. 정은이네 식탁은 테이블 장식이 멋진 관계로 맘님들 시선을 끈다. 야영팀에서 멋진 식탁에 어묵을 맛있게 끓이고 있었다. 정다운 얼굴, 반가운 얼굴이 대부분 모이니 스산했던 야영장에 온기가 감돈다. 조상님께 받은 체질이 술을 전혀 못하는 지라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저녁 촬영을 대비해 플래시를 미리 준비해 갔는데 넓은 야영장을 커버하기에는 약간 역부족....(10여년 넘게 장롱 속에서 잠만자던 플래시가 이날 간만에 기지개를 켰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넘어가니 사진 찍히는 것을 피해 다닌다. 그래도 윤이랑 정은이는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 정은이는 포즈까지 잡으며 찍어달라고 해서 웃음을 선사한다. 준수는 쌀쌀한 날씨에도 침낭 속에서 새근새근 잘도 잔다. 플래시를 터트리면 깰 것 같아 준수 사진은 생략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너무나 행복해 한다. 맛있는 어묵, 따뜻한 난로, 오랫만에 보는 동무들......



타프에 모여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아이들에게 이 행복한 순간이 아름답게 오래 남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에 싣고 다니던 침낭을 아이들에게 가져다 주고 아이들 모습을 하나씩 사진에 담았다. 에코로그를 도끼로 잘라 화로대에 넣는 손가락장갑 낀 준수아빠가 풍기는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광민아빠의 카리스마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야영 전문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준수아빠와 쌍벽을 이루겠다는 말들이 오고간다.



상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석화구이, 그리고 야영팀이 내 놓은 맛있는 꽃게해물탕


이날 준수아빠는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활약을 보였다. 다들 저녁 먹으러 내려온 사이에 등산을 하기 위해 야영을 하던 다른 팀 사람들이 가솔린을 잘 못 다루어 옷에 불이 붙었는데 준수아빠가 휴대용 소화기로 불을 제압하고 사람을 구한 것이다. 병원으로 간 그 사람은 화상이 커서 결국 서울 큰 병원으로 옮겼다고 한다. 준수아빠, 대단해요. 그 분 무사하시길....타프를 아이들과 맘들에게 내주고 남자들은 작은 화로에 준수아빠가 내 놓은 에코로그로 불을 붙이고 상린채린아빠께서 통영에서 공수해온 석화구이에 따끈한 꽃게탕을 더했다. 탐이 나는 야영장비들이 속속 등장하고 다들 탄성을 보탠다. 역시나 좌중을 압도하는 정호아빠의 재담...멋진 사진 부탁하신 맘님께는 따로 사진을 찍어드리는데 슬그머니 다가와 예쁘게 찍어 달라고 부탁하시는 우리의 큰 형님 상린아빠... 아내 사랑은 남다르다.




항정살을 구워 모인 사람들을 먹여 살리느라 바쁘신 정은맘님

조금 늦게 올라온 유진이를 본 정호아빠, 갑자기 삘이 팍 꽂혔는지 유진이에게 정호 자랑을 하면서 말을 건다. 이건 다유네 두번째 예비 사돈이 탄생하는 분위기....^^  하지만 똘똘한 유진이 역시나 대단하다. 어린아이에게 ‘조선시대식 정혼’ 분위기는 사양하겠다는 논리 정연한 대응에 다들 웃음보가 터진다. 연우가 저 또래가 되면 유진이처럼 멋진 소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호가 다음 모임에는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운장산 제 1비경(제방바위)에서 숲해설 중인 다유네 사람들

지환이는 우탁이가 오지 않은 것이 못내 서운한 듯 또래 친구들이 오지 않은 탓에 유진이와 지환이는 잠시 후 슬그머니 하산... 다유네 모임이 늘 그러하듯 술이 여기저기서 계속 나오고 맛있는 안주가 속속 등장하니 운장산 밤은 깊어가도 다유네 즐거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초승달이 무척 아름다운 날이다. 라파엘 가족과 석이네 가족도 뒤늦게 합류했다. 라파엘아빠와 석이아빠는 약속이나 한듯이 은발이 섞인 머리를 짧게 깎고 오셨다. 정은맘님은 우우 몰려든 사람들 맛있게 해주려고 항정살 구이를 직접 하시고, 유니맘님은 역시나 통큰 포도주에 맛있는 안주를 계속 조달하신다. 예비사돈으로 확실하게 증거를 남기려는 정호아빠의 요청으로 유진-정호 아빠 증명사진을 찍었다. 사실 아들 있다면 유진이 같은 아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다. ^^   누군가 부부간 나이차이를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다섯살 차이인 우리 부부가 차이가 제일 많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유네에 6살 차이나는 부부가 왜 그렇게 많은지....대세가 5~6살 차이라는 공통점에 또한번 웃었다. 부인의 나이는 신랑을 따라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 나이를 따라가야 하는 것인가를 가지고 또 한참 설왕설래....



거대한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는 소나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30살이 된 나무인데도 크기가
5~6년 밖에 돼 보이지 않는 상태


늦은 밤, 하나둘 잠자리를 찾아 내려가시는 분들을 위해 어두운 밤길 대리운전으로 모셔드리고 사진찍기를 대충 접은 후 남은 사람끼리 타프에 모였다. 타프 아래가 참 따뜻하다. 에코로그 위에 챠콜이 더 들어가 밤늦은 시간까지 온기를 더 한다. 새벽 2시 가까이까지 다유네 앞날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답이 없는 일이고 다들 맘이 약해서 쉽게 끌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구봉산 위로 늦가을의 파란 하늘


이날 주은아빠, 정호아빠, 유진아빠가 나를 '형님'이라 부르는 바람에 소외감 많이 느꼈다. 난 아이들 나이 따라 어른 나이를 맞춰 갈랍니다. 초등 3년, 초등1년. 아이들 나이로는 내가 아직도 한창 어린 쪽.^^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취침했던 우탁이 아빠가 뒤늦게 합류하고, 아낌없이 내놓던 준수아빠께서 ‘그것만은 안돼’라는 애원도 무시하고, 우동 사리가 해물탕 속으로 잠수하더니 맛있는 우동으로 변신...다들 한 젓가락씩 거든다. 정말 맛있는 우동....유니맘님 손을 거친 맛있는 우동은 조금 있다가 이 친구인 라면까지 불러낸다. 술이 더 있음을 확인한 라파엘아빠는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소주 한병을 꺼내 놓아 다들 박장대소...2시쯤 내일을 기약하며 야영팀을 남겨 놓고 숙소로 내려왔다. 라파엘아빠와 석이아빠는 산보를 겸해 어두운 밤길을 걸어 내려오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청소하러 올라와야겠다 생각하며 아래로 내려오니 미리 내려와 있던 맘님들은 휴양관에서 모여 석이맘님의 맛있는 우동을 맛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했다고 한다. 각자 숙소로 돌아와 내일 일정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유명한 소주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는 이끼계곡

일요일 아침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다. 휴양림에 와서 제일 늦잠을 잔 것 같다. 역시 4학년 중간반이 되니 밤에 늦게 자면 다음날 표시가 난다. 야영장 청소에 동참하지 못하고 야영팀에게 무지 수고를 끼쳤다. 다시 한번 죄송함과 함께 감사를.....주은아빠에게 아침 드시러 오라고 전화했더니 라면으로 먹었단다. 주은이와 정호네 밥까지 준비했던 터라 밥이 남았다. 닭개장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있는데 주은아빠께서 운장산 비경 숲해설에 모이라고 한다. 늦게 일어난 아이들 먹이고 씻기고 10시 30분 약속시간을 넘겨 안내소에 도착해 숲해설에 동참했다.



야영장 앞에서 단체사진

운장산은 산책로도 길고(2km), 갈거계곡(7km)과 함께 전북지역 최고봉을 자랑하는 운장산 연봉들이 이어진 곳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많단다. 제방바위(제1비경) 앞에서 아이들은 숲해설 보다는 물수제비 뜨기에 하느라 바쁘다. 라파엘은 역시나 대단했다. 라파엘이 던지는 돌은 일직선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간다. 5학년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힘차다. 야구팀 스카우터가 봤다면 누구나 탐낼만하겠다. 마당바위에서 자라는 소나무(제2비경)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기에 변함이 없단다. 저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박고 살고 있는 소나무를 추석날 송편 찐다고 솔잎을 훑어 가는 사람이 있어서 혼을 냈다는 이야기를 곁들인다. 숱한 주당들의 사랑을 받는 소주 광고의 배경이 되었던 이끼계곡(제3배경)은 많은 아빠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늘이 져서 ASA를 400까지 올렸건만 셔터속도가 확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찍은 사진마다 다 흔들렸다. 비경구경(어른들)과 숲해설(아이들)을 끝내고 야영장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했다.




북부주차장에서 마이산을 올라가는 유진이네, 은주네, 우리가족

야영팀 사이트에 몇몇이 모여 유니맘님표 커피를 맛보며 가을 정취에 푹 빠져본다. 퇴실시간이 다가와서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구봉산 등산을 못한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은주네, 유진이네랑 마이산을 가 보기로 했다. 북부주차장이 가까워지자 특이한 산 모습이 보인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나 보던 마이산을 4학년 이 되서야 보다니...아직도 이 땅에 볼게 무궁무진하다. 북부주자창을 출발해 암마이산과 숫마이산 사이로 난 수많은 계단을 걸어 반대쪽으로 넘어가 은수사와 탑사를 구경하기로 했다. 두 산의 사이에는 암굴이 있는데 마치 말 귓속 같다. 우리가 들어가서 이야기 한 것 때문에 마이산 귀가 좀 간지러울려나? 암굴 속에 우물은 사람들 손을 많이 탓는지 오염이 되어서 씁쓸하다. 숫마이산에는 운장산 휴양림 제2비경처럼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한그루 있고 암마이산 탑사 쪽에는 암마이산을 타고 자라는 능소화 나무가 신비하다.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등산로


은수사의 큰 북은 소원을 비는 마음을 담아 웅장한 소리를 내고 조선 태조가 심었다는 청실배나무에는 아기 주먹만한 배가 열렸다. 탑사에서 보니 숫마이산은 큰바위 얼굴처럼 보이고 암마이산은 마치 거인이 떠먹다 만 아이스크림 덩어리 같다. 무슨 소원이 저리도 깊어서 저 돌덩어리 위로 기어 올라가 저기 저 자리에 돌탑을 쌓았을까? 암마이산 중간쯤에 난 홈에 나란히 줄서 있는 돌탑은 사람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느낌을 준다. 1920년대 나라 잃은 암울함을 가슴 속으로 삭히는 마음으로 쌓아 올린 것일까? 이갑룡 처사는 무슨 생각에 저 많은 탑들을 쌓아 올린 것일까? 이갑룡 처사의 석상은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섬진강 발원지가 여긴 줄은 미처 몰랐다. 섬진강 발원지 샘물이 용궁까지 흘러간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어디를 가나 소원을 비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탑사 뒷편은 온통 소원을 비는 동전이 바위를 장식하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숫마이산 뒷모습

막힐 귀경길 생각에 더 시간을 보낼 만한 곳을 이리저리 궁리해 보지만 요령부득이다. 어찌어찌하면 청태산과 칠보산에서 작은 모임이 다시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유진이, 은주 두 가족과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만나고 나면 더 오래 만나고 싶은 이것도 병일까나.




마이산 은수사 대웅전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마이산 돌탑을 쌓으셨다는 이갑룡 처사의 귀여운(?) 석상



암바위산을 타고 자라는 능소화



안에 뭐가 있지?



대웅전 앞, 섬진강 발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