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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방태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7. 10. 23.

방태산 제일봉(주억봉)에 오르다

여행컨셉 : 결혼10주년(10.19), 장모님 생신(음력 9.11) 기념을 빙자한 방태산 등산
일정 : 2007.10.20~10.21
동참인물 : 장모님, 우리부부, 연우, 준기


출발시간 한번 당겨보고 싶다

2005년 판, 유니맘님의 방태산 후기에 필이 꽂힌 지 어언 2년, 그 사진의 단풍 빛깔은 꼭 가봐야 할 의무감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방태산 매니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이번 여름에 직접 겪어봤는데 여름 휴가기간 추첨이 끝나고 대기 1순위로 걸어 놓았던 방이 3개나 있었건만 단 하나도 취소하는 사람이 없었고 데크가 아닌 맨땅에도 텐트를 치는 사람들 때문에 넘쳐난 민원으로 몸살을 앓았던 휴양림이다. 학교가 쉬지 않는 1, 3주차 토요일, 선호도가 낮은 1층을 공략하기로 정하고 예약일을 기다리다 9월3일, 준기맘의 ID로 1층 산철쭉 방이나마 낚는데 성공하니 지난 두 달여가 즐겁기만 했다.


방태산의 단풍. 가물어서 단풍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평가


체력이 약한 준기맘은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때맞춰 준기맘이 하고 있는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 가을 행사 준비로 금요일 저녁 퇴근을 해 보니 여행준비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단다. 게다가 적어도 목요일에는 올라오시라고 장모님께 그렇게 부탁을 드렸건만 바깥사돈 혼자 냅두고 사위랑 단풍구경 가시는 게 영 맘에 걸렸는지 금요일 밤늦게 시골에서 올라오셨다. 설상가상으로 목요일~금요일 사이에 온 비는 전형적인 한랭전선을 동반한 차갑고 짧은 강우시간을 보이며 기온을 한겨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퇴근 때 사온 결혼기념케익은 냉장고에 모셔두고 연우, 준기는 숙제에 몰두하고 행사 준비로 지친 아내와 함께 겨우겨우 짐을 쌌다. 속으로는 “이렇게 팀웍이 안 맞아서야 뭔 여행을 즐긴단 말인가?” 하는 불만과 매번 늦게 출발해 차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그런 여행이 반복되는 것을 예상하며 짜증이 밀려 왔지만 참을 忍자를 새기며 밤 12시까지 짐을 챙겼다.


누가 나에게 결혼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그건 참을 忍자를 새기며 체력과 인내심을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리라 - 남편 버전

토요일 아침, 어제 늦게 잠든 아이들은 8시가 넘어도 일어날 줄 모르고 여행 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와는 달리 준기맘은 청소하고 빨래하고 있다. 그 사이에 설겆이를 하면서 짜증이 밀려온다. 8시전 출발 → 10시 도착 →  방태산 등산 → 정상에서 점심 → 석양을 받으며 하산 → 휴양관앞 숯불구이와 저녁식사.... 대충 이런 구도인데 현실은 완전히 딴판으로 10시30분이 넘어서야 간신히 출발했다. 오늘 일정은 포기할 수 밖에 없겠다. 에궁 내 팔자야...... 


방태산 휴양림의 산책길



방태산 2단폭포의 하단부분, 이 날 가을을 주제로 몰려든 전문 사진가들 때문에 저 폭포에 다가가는 것이 몹시 힘들었음


밀리고 밀리는 길을 따라 엉금엉금 가다 오후 1시가 넘어서 겨우 양지말화로구이집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철정삼거리를 우회전하여 아무도 없는 호젓한 지방도로를 단풍구경하며 올라가니 계곡에 흐르는 물이 너무도 맑다. ......여름에 야영하기 좋겠다..... 휴양림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역시 도시보다는 훨씬 차가운 기온이다. 추위에 약한 준기맘은 방에 들어가자 마자 난방을 최대로 올려 놓고 이불부터 깔고 “애구 애구” 하면서 드러눕는다. 지난주 일월산 올라갔을 때 찬바람 맞고 냉두드러기 현상을 보였던 연우도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조금 걱정스럽다.


호젓한 방태산 산책

등산은 내일 아침 혼자 하기로 하고 등산로 정찰겸 산책을 나섰다. 장모님은 힘들어서 이불깔고 누우셨고, 준기맘과 준기만 데리고 길을 나섰다. 박리현상을 보이는 단단한 바위들이 만들어 놓은 계곡 모습은 금강산 상팔담 올라가는 계곡모습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2단폭포는 생각보다 아름답다. 2단폭포에는 사진작가들이 중무장 장비를 널어놓고 2단폭포를 찍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 같은 구경꾼은 폭포근처에 가보는 것이 왠지 머쓱한 그런 분위기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폭포 관람의 기회를 달라고요.....




야영장 아래쪽 계곡


청소년 야영장에는 캠사와 오캠 동호회에서 눈으로만 봐 왔던 리빙쉘을 갖춘 야영객들이 여럿 진을 치고 있었다.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한 아이들이 많다. 10.5km 서클형 등산로 입구를 지나 내일 아침에 올라가리라 계획하고 있는 왼쪽 길로 5백미터 쯤 들어갔다가 내려왔다. 준기맘과 준기는 마당바위 위에서 놀다가 함께 내려왔다. 오랫만에 아빠엄마를 독점한 준기는 신이 났다. 준기맘이 협조 해 주지 않으면 준기 데리고 나 혼자 등산갔다 오겠노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기온이 너무 낮고 내일 아침에도 몹시 추울 거라는 예보를 보니 이번에는 정찰 겸해서 혼자 갔다 와야겠다. 내려오면서 준기 사진을 좀 찍으려고 했더니 이젠 영 협조가 안된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



숲해설을 하는 탐방로 구간

휴양관 앞에서 벌써 한 가족이 숯불구이를 시작했다. 우리는 밖에서 내가 고기를 굽고, 집 안에서 밥을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온이 너무 찬데다가 쇠로 만든 바베큐 통이 차가워서 그런지 숯불이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곧 비실거린다. 겨울에는 잔나무 가지가 있으면 먼저 바베큐 통을 좀 데운 다음에 숯을 피워야 할 것 같다. 대충 고기를 구워 안에 가지고 들어와 저녁을 먹고 잔불에 감자를 넣어 두었다. “내일 등산식량으로 써야지”



야영장을 지나서...옆에 보이는 분들은 영하 10도의 추위에 동계 야영을 하는 가족들




야영장 앞 마당바위



완연한 가을색으로 물든 방태산 계곡


2단폭포 위쪽 야영장 가는 길 왼쪽에 있는 목교

* 이 글은 다유네(
http://www.dayune.com/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