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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산음자연휴양림과 홍유릉 나들이(1)

by 연우아빠. 2011. 9. 20.

산음휴양림

2011.9.17~9.18 / 소쩍새(숲속의 집)

어머니 제삿날이 추석 연휴가 끝나면 이틀 뒤. 추석과 제사를 연이어 모시는 아내가 힘든 시기다. 핑계 김에 산음휴양림 소쩍새 방을 잡아 두었는데 아버지를 모시고 놀러 가려고 했더니 아버지는 아니 가시겠단다. 아버지는 작년 춘천여행 때 차멀미로 고생을 하신 뒤에는 전혀 여행을 하지 않으려고 하신다.

우리끼리만 떠날 준비를 하는데 아이들 학교 가는 토요일이라 오전에 준비를 했다. 유진아빠께 물어봐서 안양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새우와 조개를 사서 구워먹는 것으로 저녁 준비를 하기로 했다. 새우 1kg(50마리), 조개 1kg. 사우디 산 냉동새우는 1kg에 1만3천원, 국내산 양식 새우는 산 새우인데 kg당 3만원. 일단 국내산에 손이 간다. 간이 부은 게지. 팔려가지 않겠다고 새우들은 사방 팔방으로 튄다. 힘도 좋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간만에 휴양림 한번 가서 쉬다가 오자는 생각. 3년만에 산음에 가는 길이라 준기는 마냥 즐겁다. 이제 여행의 재미를 스스로 알기 시작한 나이기도 하고 부모에게 가장 효도를 많이 한다는 5학년. 반면 사춘기인 연우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자질하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데 액정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 하다. 아무래도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휴대폰은 도움이 별로 안되는 물건인 듯. 휴대폰의 노예가 된 것 같아 맘에 안든다.


소쩍새방


소쩍새 방은 숲속의 집 가운데 주차하기가 제일 불편한 곳이었다. 옆 집에 먼저 도착한 가족들이 주차해 놓은 공간에 막혀 차를 제대로 돌릴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3시 좀 넘어 도착한 휴양림에는 야영장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너무 복잡해서 스탬프는 퇴실할 때 찍어 준다고 함. 산음에 와서 제대로 둘러 본 것은 숲해설 한번 참석한 것 말고는 없었던 듯. 이번에는 해도 많이 남았으므로 소쩍새 방에 주차해 놓고 산책 겸해서 돌아다녀 봤다. 비탈진 곳에 사방공사 하는 듯. 표토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망을 깔고 식물들을 이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공이랑 배드민턴도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발동물 이름을 달고 있는 집들은 마당에 텐트를 칠 수 있을 만큼 넓다


계곡을 따라서 만든 2야영장에는 여태껏 산음휴양림에 와서 본 것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이 들어온 듯. 데크 하나만 남기고 꽉 찼음. 좁고 긴 야영장 구조는 편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구조. 3년만에 왔더니 건강증진센터 건물이 들어섰다. 널찍한 공간에 휴양과 치료를 겸하는 건물. 잣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를 나무 데크로 만들어 놓았다.


약도를 들고 산책 중


새우 소금구이를 하려고 바베피아를 펼쳤더니 빗방울이 잠깐 동안 떨어졌다. 소나기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타프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장비에 대한 타박을 하는 아내 잔소리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왔는데...암튼 아내 말을 들으면 안된다는 머피의 법칙. 

다행히 2~3분 뒤에 비가 그쳤다. 야외 식탁에 식탁보를 깔고 바베피아를 꺼내자 준기가 “새우 굽는 거야? 아빠!” 하고 반색을 한다. 요리용 철판을 산 지 몇 년만에 다시 써 본다. 소금을 깔고 새우 상자를 열었더니 그 팔팔하던 새우들이 다 잠잠하다. 몇시간 밀봉된 박스 안에서 질식해서 죽었나 보다. 오와 열을 맞춰 소금 위에 진열하는데 갑자기 한 마리가 펄떡 뛰어 땅바닥에 추락했다. 체력이 좋은 몇 마리가 살아 있었던 것. 


새우가 발그레하게 익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워낙 맛있어서 그냥 먹어야겠다.”

흙을 씻어내고 기절을 시켜서 다시 구웠다. 맛있는 것을 구워서 그런지 연우도 슬그머니 다가와서는 집게를 들고 새우를 굽는다. 간만에 두 녀석 같이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고 했더니 사진기를 본 연우가 냅다 도망간다.


아빠가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보자마자 냅다 튀는 연우


누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온갖 포즈 다 잡으며 사진을 즐기는 준기


어머니가 남긴 식탁보. 이젠 가지고 다녀야겠다.


“새우야! 미안해! 하지만, 너무 맛있다.”

우린 이 말을 되뇌이며 잘 익은 새우를 먹어치웠다. 이어서 조개구이까지.
이 정도 양이면 배가 부를텐데 연우와 준기는 배가 고프단다. 자라긴 많이 자랐나보다. 이렇게 많은 걸 먹고도 더 먹어야 한다고 입맛을 다시니.

야외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마쳤는데 시간은 겨우 7시 조금 넘었다. 갑자기 창 밖에서 소나기 오는 소리가 났다.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많이도 온다. 저녁 먹는 시간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 제대로 맞을 뻔 했다. 역시 타프나 대형 비닐은 휴양림 여행에서 필수품이다.


맛있는 조개구이. 뜨거운 열기를 느낀 조개들이 도망을 가려고 관족을 쑥 내밀다가 그냥 익어버렸다. 미안하다.


우산이 없어서 밖에도 못 나가겠고 TV를 보지 않으니 조용한 숲속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 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더욱 심하게 내렸다. 시골에 살 때 비가 오면 후두둑 소리는 늘 듣던 익숙한 소리였는데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비 내리는 소리도 낯설다. 한여름 열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은 서늘한 바람이 상쾌하다. 일기 쓰고 공부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10시쯤 잠을 자기 위해 창문을 닫으니 갑자기 사방이 너무 조용하다. 


열심히 먹고 있는 아기 다람쥐.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아무도 이 다람쥐에게 몹쓸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겠지?


일요일 아침, 습관적으로 잠이 깼다. 5시 조금 넘은 시각.

아! 휴양림이지.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잠을 잔다. 1시간 쯤 더 자다가 휴양림 산책이 더 나을 듯 하여 혼자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비는 어젯밤에 그쳤던 모양이다. 바람이 어제 낮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서늘해 졌다. 시원하고 상쾌하다. 어제 내린 비에 숲은 모두 젖었다. 주변 봉우리는 모두 물안개를 쓰고 있다. 야영장을 지나 건강증진센터까지 내려와 한바퀴 돌고 다시 숙소로 올라갔다. 아침을 해서 아이들을 깨웠다. 숲속에서 이렇게 늦게 일어나기는 처음. 이제 키가 크려고 그러나?

9시 쯤 늦은 아침을 먹고 숲을 한바퀴 산책한 다음 홍유릉을 향해 출발했다.


치유의 숲. 나무 데크로 산책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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