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휴가 마지막날 받은 초대

by 연우아빠. 2011. 8. 21.

2011.8.15(월)

현지아빠의 제천집이 저 멀리 보입니다(제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현지맘님 블로그에서 빌려 왔습니다)


아쉬운 마지막날. 6시 넘어 일어났는데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몸이 먼저 느낀 것인가? 일주일 중 제일 몸이 무거웠다. 오후 5시에 서울에서 일정이 있는 상린네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8시 15분쯤 귀경길에 올랐다. 8월27일 용대 야영정모에 꼭 오시라고 배웅 인사를 했다. 세월이 갈수록 큰형님의 간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로 9시쯤 아침을 먹고,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데다가 서울 올라가는 길이 너무 막히니 처가에서 하루 지내고 내일 올라가기로 해서 돌아가는 시간이 여유가 많았다. 짐을 거의 다 수습한 11시쯤 현지아빠께서 전화를 하셨다.

성영이네 가족이 점심 때 제천에 들린다고 시간되면 오라고 하신다. 순간 망설였다. 가보고 싶은 곳인데 처가 앞을 지나 제천 갔다가 다시 오후 늦게 내려와야 하니 장모님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장모님께서 굳이 들릴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집 앞으로 지나가면서 그냥 갈 수는 없는 일. 30분 쯤 고민하다가 제천에 먼저 가서 점심을 먹고 두어시간 얘기하다가 영주로 다시 내려오면 되겠다고 결정하고 12시 10분쯤 출발했다. 바람처럼 달려 제천 TG에 도착한 시간은 2시. 제천 톨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으악!”소리가 나왔다. 서쪽으로 가는 38번 국도는 주차장이었다. 10분 동안 겨우 500미터를 가는 속도. 그나마 금방 5번 국도로 갈라져서 다행이었다. 깊고 깊은 휴양림처럼 멋진 계곡을 거쳐 마을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제천 오드리 헵번님 댁에 도착한 시간이 2시 20분.

바람 같은 속도로 우진맘과 성영맘께서 내 주신 정갈한 점심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심심하지도 않고 센 맛을 낸 음식도 아닌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음식 재료 본래의 맛이 살아 있는 완전 유기농 밥과 반찬은 요즘 맛보기 어려운 진수성찬이었다. 게다가 정자에 둘러 앉아 오늘 딴 찰옥수수를 반찬삼아 맛있는 이야기 꽃을 피웠다. 우리가 곧 맞이할 청소년기 자녀의 변화를 먼저 체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경험. 정말이지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이 야속한 순간이었다. 30분쯤 앉아 있어다고 느낀 시간이 벌써 3시간을 넘었다.

빈손으로 찾아가서 죄송하고, 맛있는 음식과 정을 듬뿍 받아와서 미안하고, 오래 앉아 있지 못해 너무 아쉬운 그런 마음이었다. 5시 반을 넘긴 시간, 다음을 기약하며 현지네 집을 나와 영주 처가로 출발했다. 먼저 대구행 고속버스표를 끊고 처가에 도착한 시간은 7시. 잠시 장모님을 뵙고 저녁을 먹고 대구행 버스에 올랐다. 5박6일간의 야영이라 남들은 긴 휴가라고 하지만 너무 짧았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세월이 가면 세상의 풍경은 변하는 게 당연하듯 휴양림의 야영장 풍경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작년에 비해 타프 사용자는 압도적으로 늘어나 타프 사용하지 않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적인 장비가 되었다. 텐트와 각종 장비도 고급화 되어 선뜻 사기 어려운 비싼 장비들이 너무 흔하게 되어 일반 야영장과 비슷한 고가 장비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동생활의 규칙을 잘 안지키는 사람들이 많다. 음식물 분리수거, 취사장에 버리지 말고 꼭 음식물 통에 버려달라고 하는데도 그냥 세척해서 개수대에 부어버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점은 다음 세대가 이 아름다운 야영장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우리가 주의를 해야 할 점인데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에 여전히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