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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하루에 봉우리 두 개를 오르다

by 연우아빠. 2010. 11. 10.

(까페이 올렸던 글을 그냥 옮겨왔습니다)

2010.11.7  혼자서 영남 알프스를 가다

11월6일(토) 남에게 끌려서 마지못해 경주 남산(금오산)을 다녀오느라 주말에 집에 올라가지 못하게 되니
대구에서 뭘할까 막연했는데 영남 알프스의 단풍이 주말에 절정이라는 뉴스가 생각이 나서 신불산을 가보기로 정했습니다.

제가 가세가 곤궁(?)하여 차없이 대구에서 보내는 관계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신불산 가는 길을 찾아 보았습니다만,
그 동네를 자가용 가지고 두번 가본 것이 전부라 일단 신불산휴양림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휴양림 공지게시판에 보니 언양과 원동 두군데에서 오는 방법을 소개해 놓았길래
기차가 가는 원동을 통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만, 일하느라고 지도 검색도 제대로 못하고 나섰습니다.
결론적으로 등산이 목적이라면 원동보다는 언양에서 접근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일요일 새벽 5:40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밥을 해 먹고 6: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서 지척 분간이 안되는 날씨.
동대구 역에서 07:26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원동역에 내린 것이 08:35분(10분 연착했습니다)
무궁화호 기차에는 한 칸에 사람이 6~7명 정도 타서 한산했습니다.

역 앞에 나갔더니 8:35에 배내골로 출발하는 시내버스는 없었습니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앞에 있는 원동 파출소에 가서 물어보랍니다.
파출소에 시내버스 시간표가 있더군요.
파출소 경찰관들 아주 평온한 표정과 친철한 말씨에 여유가 있는 시골을 느껴봅니다.
(선진국 경찰관들은 원동파출소 경찰관들과 아주 비슷합니다)

조금 전에 버스는 갔고 다음 버스는 11:04분에 있다는 말씀.
"여기는 오지라서 그 버스 말고는 없어요. 택시도 안다니는 곳입니다"라는 말씀.

30분쯤 서 있는데 손이 시려서 장갑을 꼈습니다. 마침 부산에서 왔다는 분들이 기차역에서 나오시더니
버스 얘기를 듣고는
"기차 시간표가 11월1일부로 다 바뀌었으니 당연히 버스 시간표도 바꿔야지. 뭐 이런 버스회사가 다 있노?"
해싸면서 기다릴수 없다고 마을로 가시더니 봉고차 가진 분에게 사정해서
수고비로 얼마를 드리고 배내골 간다는 겁니다.

"같이 안탈라능교?" 저보고 그러더군요.
얼른 합류했심더. 그라고 저도 기름값을 조금 드렸심더.
배내골 사과축제를 하고 있더군요. 아름답디더. 참말로.
동네 주민 말씀으로는 얼음골 사과가 참 맛있다 카데예.

배내골 입구에서 내린 분들이 지를 상단휴양림 입구까지 태워드리라꼬 신신당부를 합디더.
그 덕에 거서 6km를 더 올라가 신불산 상단휴양림입구 2.5km라고 쓰인 임도 앞에 내라 주데예.

예전에 그 많던 차들. 한대도 몬올라가그르 차단기 닫아 놨드라고요.
10: 18분 등산 작대기 꺼내 들고 신이나서 막 올라갔니더.
왜냐꼬예? 먼길 간만에 왔는데 간월재 갔다가 신불산, 간월산 다 올라가볼라꼬 그랬다 아입니까.


사진기가 없어서 아이폰 가지고 찍었는데예. 색깔 보정해도 원판이 워낙 안좋아가꼬 뭐 빌로네예.
실물은 억수로 멋있었는데... 



휴양림 안내소 바로 못미쳐서 임도길로 올라가다가 죽림굴에 도착했니더.
와! 얼매나 치달려놨는동 여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까 40분밖에 안걸린기라예.
해서 정말 오랫만에 천주교 신자로서 여를 일부러 안올라갔능교.
계단 몇개 올라가니까 성모 마리아 상도 모셔놓고 무너지지 말라꼬 작대기도 동굴안에 좀 받챠났디더.

여서 꽤 얼쩡거리다 연우엄마한테 전화가 와갔고 통화하다보이 11:15분이 됐디더.
다시 열심히 올라갔지예.
차가 한대도 못올라 오게 해놔서 그란지 참말로 좋디더.
날은 얼매나 더분동 등산복 하나만 입었는데도 땀 마이 나디더.


캬! 간월재 죽이지예. 간월산 쪽 방향입니더. 이 쪽 모탱이 짝에는 사람도 거의 없디더.





근대 억새는 이 모냥이디더. 작년보다 폼이 영 안나네예.
두 군데 다 올라가 볼라꼬 얼매나 달려놨는동 11:45에 간월재에 도착했네요.
어디부터 갈까 궁리하다가 힘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더 먼 곳을 갔다와예되지 않겠나 싶어 신불산을 먼저 가기로 했심더.
신불산까지 1.4km, 간월산까지는 0.7km라고 돼 있데예.



신불산쪽으로 올라가다가 간월재를 찍어 봤심더.
차가 하나도 안보이지예. 산은 원래 이래야 하는거 아잉교?
작년까지만 해도 저 보이는 길에 차들이 빽빽했단 말입니더.



신생대에 생성된 지층이라 한반도에서 제일 젊은 축에 속하는 곳이라 캅디더.
그래서 이런 바위가 많심더. 잘 뽀사 지는 바위지예.


빤히 보이는것 같디만 그래도 도착했심더. 12:25분
근데 안내문에 1189m라 카디만 와 보이께네 1209m라고 돼 있네예. 속았다 아입니꺼.


신불산 꼭대기에도 이래 데크를 만들어놨네예. 다들 경치 감상도 하고 간식도 먹고 점심도 먹고...


지는 요래 단촐하게 싸왔니더.
보온도시락에 밥 한사발, 된장찌개 따로 담고 김치 쪼매 담아갖고...
지 뒤에는 버너 가져와서 밥 해먹는 사람들도 몇 있디더.
다들 지나가면서 욕은 하는데 그 사람들한테 대 놓고는 못하데예.
정말로 먹을거를 많이 싸온 사람 많았니더. 

 


20분만에 밥 잘 묵고, 간식도 먹고, 과일도 먹고 간월재로 다시 내리갑니다.
차를 못오게 하니까 사람도 적게 올라옵니다. 13:20 간월재 도착.
우짜까? 잠깐 고민하다 애라 여 까정 왔는데 간월산도 올라가보자! 이 카고는 다시 간월산으로 붙었심더.


간월산 올라가믄서 간월재 봤는데 사람이 예전에 비해 확실히 많이 줄었심더. 차 못올라오게 한 거는 백번 잘한거 같심더


13:50 간월산에 도착했네예.
와! 그카고 보이 하루에 천미터 넘는 산 두개나 오른 대단한 날이네예.
근데 간월산이나 신불산이나 능선 생긴게 비슷하네예.
인증샷 찍으면서 찍어준 분 손가락이 살짜기 찍헤삐렛네예.
꼬맹이가 지그 엄마한테 인증샷 찍어 달라고 보채는 것 보고 쪼매 지둘기다가 제 사진 찍었심더.
고넘, 초등학교 2~3학년도 안되보이던데...


하! 이젠 집에 가야지예.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내려갑니다. 


여는 그래도 쪼매 억새가 폼이 나는데 옛날에 비하면 택도 없다 카데예.





아침에 배내골에서 차를 탔던 분들 얘기를 듣고 언양으로 해서 대구로 갈라꼬 언양쪽으로 내려가는 중이라예.
경사 억수로 급하고 간월산장까지 4.5km가 넘는 길이라네예.
해가 서쪽으로 기울었을 때라 동쪽은 춥네예.

 


하이고마! 다 내려왔네예.
혼자 다니니까 걸음만 억수로 빨라져갔고...




간월산장 앞에 등산로 표지판인데예.
등산로 억수로 많지예?
저기 등억온천단지 앞에가서 323번 버스 타면 언양 시외버스 터미널 간다 캅니다.
누가 갈차 줬냐꼬요? 지는 아이폰한테 물어봅니다. 낯가림이 심해서..ㅋㅋ
간월재에서만 아이폰이 되고 양쪽 산 꼭대기에서는 안되데예.



요, 다리 위에서 323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관광버스 타고 온 사람들이 저 길바닥에다 천막깔고 음식을 차려가지고 차가 드나드는
길을 막아버려가꼬 오가는 사람들이 욕 엄청 하데예. 물론 그 그 사람들 귀에는 안들리그르 하디더. 물론 사진에 찍힌 저 분들이
좌판 벌린 사람들은 아닙니더. 저분들 지나가고 한참 있다 벌어진 일이지예.



323번 기사님 말씀이 언양 읍내가 마이 맥히가꼬 시내버스가 제시간에 못온다 캅디더.
30분 좀 더걸려서 언양 시버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저 시간표 보는 것 맨치로
대구가는 버스는 저녁 6시 50분 차 밖에 없다 카네예.
그러디만 경주가믄 대구 가는 차 많다고 경주로 가라고 갈차줘서 경주가서 동대구로 갔니더.
그랬디만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고 돈은 600원이 싸네예.

아따, 오늘 하루 날씨도 좋고 잘 다녀왔니더.
신불산에서 재약산 쪽으로 가는 길인가에 억세평원이 2km나 된다는데 거를 눈으로 보기만 하고
밟아보지 못했네예. 좋은 산임니더.
수도권에서 가기에는 좀 멀지만, 성영아부지가 자주 갔다는 얘기가 실감이 나는 등산이었네예.

깅상도 말로 써 노인께네 지도 다 헷갈리네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