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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유럽 가족여행을 끝내고...

by 연우아빠. 2010. 9. 10.

□ 여행을 끝내고

3년 가까이 준비한 여행이지만 역시 현장에 가면 또 다르다. 
실현 불가능한 듯 했던 여행은 우연과 필연이 엮이면서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아직도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유럽 가족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막판 시간에 쫓겨 지나치게 디지털 기기에 의존했던 것 때문에 지도를 출력해 가지 않아서 
숙소를 찾는데 애를 먹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더위에 힘이 들었다. 
특히 아내의 체력 저하와 준비과정에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은 탓에 
역할분담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현지에 가서 많은 시간을 의미없이 낭비해 버렸다. 
그 때문에 아내와 여행 도중에 티격태격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서 결혼 13년동안 싸운 것보다 더 많이 싸웠다.

 

8년전 처음 유럽 땅을 밟았을 때 경이로운 세계를 본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가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유럽사람들이 여행자에게 배려하는 모습 그리고 낯선 사람에 대해 아주 열심히 도와주려고 해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는데
여행 중에 이런 친절한 사람을 계속 만난 것이 제일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도 우리와 정서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들은 젊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고 그분들에게 길을 물으면 정말 열심히 가르쳐 주신다.
가족사진을 성의를 다해 찍어 준 젊은 외국인들, 외국어를 몰라도 자국어로 최대한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그래도 불안하면 직접 데려다 준 성의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해야 할 일이다.
미소와 양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힘을 보여 주었다.

 

20박 22일 동안 6개 나라의 많은 도시를 아이들까지 데리고 다닌 것은 분명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다음에 혼자 여행할 수 있을 나이가 되었을 때 이번 여행을 줄기로 계속 가지를 칠 수 있도록 해 줄 생각이었고,
아이들 눈으로 유럽사람들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려는데 중점을 두었기에 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덕분인지 한국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여행을 한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세상에는 볼만한 것도 많고 아름다운 사람들도 많다.

3년 뒤 다시 유럽여행을 꿈꿔본다.
그리스와 터키, 그리고 스페인, 북유럽..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고생스러움을 넘어 새로운 것을 보고 싶기도 하다.

 

이번 여행의 총 경비는 1,200만원이 들었다.
항공료 부담이 제일 컸는데 여행기간이 짧으면 항공료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더 커진다.
앞으로 유럽여행을 간다면 1~2주일 정도 머물며 한 나라를 좀 자세히 보고 오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빨리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섬으로 고립되었기에 우리 주변국가와 인적 교류는 극히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동유럽의 젊은이들이 서유럽에 물밀 듯이 들어와 여행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신발 네 켤레, 배낭, 침낭을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씩씩하게 길을 가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을 보았고,
장거리 여행용 자전거에 야영장비를 챙겨 여행하는 연세 지긋한 노인들도 만났다.
각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으로 여행하는 정신적인 여유가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영국에서 불편하거나 깔끔하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고 받아들이는 인내심을 키울 수 있었고,
완벽한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인내심과 협력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에 뒤져 늦게 통일을 한 때문에 경쟁에 뒤쳐졌던 독일이 국토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채택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필연을 느꼈고,
그들에게 지금도 그 습관이 진하게 배어있음을 느꼈다.

 

아름다운 자연도 훌륭한 관광자원이지만 이야기가 남아 있는 폐허도 훌륭한 관광자원이었다.
장대한 건축물이나 미려한 미술품일지라도 스토리가 없으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없고
아주 소소한 분야까지도 전문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관광자원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을 들여다 보고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사람이 사는 세상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를 가르던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느낄 수 있었고,
쾌활하고 밝은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과 손을 펴서 악수를 하고 안을 수 있는 사람만이 넓은 세계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유럽에 대해, 그리고 외국에 대해 우리랑 비슷한, 사람 사는 나라라고 느꼈다면
그것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를 더 보고 싶고 갔던 나라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발동했으니 그것만으로 이번 여행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벌써 스페인과 폴투갈, 그리스, 터키는 언제 갈거냐고 조르고 있다.
끝이 아니라 다음 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잠시 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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