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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21일째) 안녕, 유럽! 다시 올께!!!

by 연우아빠. 2010. 9. 10.

□ 2010.7.16(토)

 

판테온!

로마 제국을 실질적으로 건설한 카에살의 예지력과 
그 예지력에 부응해 준 아그리파의 위대함이 낳은 로마 건축물의 최대 걸작품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건축물은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카에살과 옥타비아누스 그리고 아그리파에 얽힌 인간적인 이야기 때문이었다.
판테온 근처에는 로마 3대 젤라또로 명성을 얻은 지올리티도 있어서 아이들에겐 좋은 유혹이 되었다.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나갔다.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우리가 늘 보던 지도에서 우리 호텔 바로 뒤에 지하철 역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모르고 계속 테르미니 역까지 걸어다녔으니 살짝 어이가 없다.
휴일일텐데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마구 밀면서 탄다.
우린 다음 열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고대 유적이 너무 많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로마는 지하철을 만들 수가 없어서
지금껏 외곽을 끼고 다니는 A, B 두 개 노선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하철을 밀어가면서 타야한다는 것.
한 정거장에서 밀리니 다음 정거장에서 오는 지하철은 기다려야 하고 이게 연쇄적으로 지하철이 지연되는 이유가 됐다.
이번에는 무조건 타야했다. 시간이 금쪽이라.
지하철을 타고 가며 판테온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었다.
아빠가 이 판테온을 로마시대 건축물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이유도 함께.

 

스페인광장 역에 내려 호텔에서 받은 지도를 보며 꼰도띠 거리를 따라 내려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지도에는 거리이름이 나와 있어서 건물에 표시된 거리 이름과 비교하면서 길을 잡아 갈 수 있다.
길을 헤매지 않으려고 간선도로를 기준으로 걸어간 탓에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판테온은 여전히 웅장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바깥은 수리를 하는지 비계를 설치해 놓았다.

 

2천여년 전,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가 될 뻔 했던 카에살이 자기 양아들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삼았는데
아들에게 군사적인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평생을 함께할 조력자로 군사분야의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아그리파라는 젊은이를 발탁했다.
아들과 비슷한 연배.

그의 예상대로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를 도와 평생을 완벽하게 군인으로 살았고
혼인을 통해 인척관계를 맺은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협력하며 로마제국의 기틀을 탄탄하게 쌓았다.
아그리파는 관용의 상징으로 로마인이 모시던 모든 신에게 헌정할 공공건물을 지었는데 바로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모방한 판테온이다.
이 판테온은 변변한 동력과 기계장치도 없던 그 시절에 직경 50미터에 가까운 돔형 건축물을,
중간에 받치는 기둥 하나 없이 만든 불가사의 한 건물이다.

천장 가운데 직경 9m짜리 구멍을 냈는데 격자형 지붕구조는 마치 원근법을 알고 있는 듯한 구조이고,
이 돔의 구멍을 통해 빛이 내부로 쏟아져 들어와 별다른 조명없이도 환하다.
그리고 웬만한 비는 상승기류 때문에 구멍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며 설령 들어오더라도 바로 배수구로 빠지도록 되어있다.
또 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 때문에 해시계처럼 시간을 알 수 있다.
카톨릭이 국교가 되면서 이 위대한 건축물은 성당으로 둔갑했고
지금은 근대 이탈리아의 통일 영웅 빗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 황제와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다.

 

이 건물은 자기 나라가 오래오래 계속 번영하기를 바란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과 노력을 투자해 만들어 시민들에게 헌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의 기념물이자
모두의 신앙을 평등하게 인정해 준 관용의 상징이다.
이 건물은 신의와 우정을 끝까지 지킨 사람의 숨결이 담겨 있고,
사람을 알아보는 예지력을 가진 사람과 그 사람의 뜻에 끝까지 보답하여 노력한 사람의 의리가 숨쉬고 있다.
나는 신의를 지킨 아그리파와 로마인이 믿는 모든 신을 수용한 그의 관용정신을 존중하며
비록 독재권을 가진 황제였지만 친구를 끝까지 믿고 의지한 옥타비아누스의 신뢰를 높게 평가한다.

 

건물 내부에 들어간 아이들은 이 건물의 규모와 내부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동안 구경을 하고, 서둘러 근처에 있는 지올리티로 젤라또를 먹으로 갔다.
가이드 북인 ‘유럽 100배 즐기기’는 결정적일 때 ‘유럽 100배 고생하기’로 둔갑한다.
부정확한 약도 표시 때문에 이리저리 헤매다 마지막으로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는 완벽한 이탈리아 말로 설명을 했고 이탈리아 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는 그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해 그 가게를 찾았다. 스
페인어를 전공한 아내는 같은 라틴계 언어라 그 말뜻을 어느정도 이해한 모양이다.
세컨드가 세군도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담백하고 맛있는 지올리티(Via degli Uffici del Vicario 40 00186 Roma, Italia)의 젤라또.
가게에서 받아 든 환상적인 맛은 아이들의 환성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
여름 더위를 한 번에 날려 주는 그 맛을 잊지 않고 다시 또 찾아갈 것이다.
지올리티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해 시간이 부족했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올랐다.

 

테르미니 역에서 환승을 하려고 내리는데 내 왼쪽 바지 주머니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지퍼를 채워놓은 바지 주머니로 손이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 보려는 순간 내 왼쪽에 있던 중년 여자분이 화난 표정으로 그 손을 치며 뭐라고 소리를 쳤고
내 뒤에 젊은 여자가 뭐라고 화를 내며 사라진다.
중년 여자분은 나를 보며 이탈리아 말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소매치기를 하려는 여자를 막아준 것 같다.
“그라찌에!”를 외치며 지하철 B선 구간으로 달려갔다.
방 앞에 도착했지만 카드키가 먹지 않는다.
전자칩이 있어서 체크아웃 시간인 11시를 넘기면 작동이 안되는 모양이다.
프런트에 달려가 양해를 구하고 짐을 꺼냈다.
호텔은 다음 손님을 위해서인지 부분수선과 정비에 여념이 없다.
행운을 비는 인사를 받으며 감사인사를 남기고 호텔을 떠나 떼르미니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시간과 지오반니 파시가 문여는 시간이 맞지 않아 역 반대쪽에 있는 지오반니 파시의 젤라또는 이번에도 맛을 보지 못하고 떠나야 했다.
26~28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데 이쪽 플랫폼은 역 남쪽 한국인 민박이 집중된 곳에서는 가깝지만
북쪽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운영하는 호텔촌에서는 제일 멀다. 정말 질리도록 길게 걸어간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더럽고 복잡한 나라로 많이 알려졌고
사실 머무는 동안 정신없이 혼잡스럽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오고 싶은 나라다.
이제 로마를 떠난다.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연우의 이를 다빈치 공항 근처에 남겨 놓았다.
유럽여행 중에 이를 3개나 갈다니.
다시 이탈리아로 올 날을 기대하며 다빈치 공항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준기는 인천행으로 환승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이탈리아 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로마! 안녕 이탈리아! 안녕, 유럽! 다시 올께!!!”



판테온 가는 길에 있는 트라야누스 황제의 원기둥



거의 2천년이 다 된 판테온은 수리중
장군 아그리파의 이름이 선명하다.



동력도 기계도 변변하게 없던 시대에 완벽한 돔을 쌓아 올린 로마인들의 건축기술에 그저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판테온
돔 천장 가운데 뚫린 지름 9m짜리 구멍으로 빛이 들어온다.



판테온에 안장된 거장 라파엘로의 무덤



근대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 빗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 황제의 관
관의 장식과 자재에서 이집트와 로마황제를 잇는 문화적 유사성이 이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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