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여행

투덜이 스머페트와 천마산의 봄꽃

by 연우아빠. 2010. 4. 6.
지난 4월 4일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산하아빠께서
천마산 봄꽃 등산을 가자고 하셔서 길을 나섰습니다.
올 봄에 유행하는 감기가 보름 넘게 저를 괴롭히고 있었는데
산길을 오르면 나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사실 3월달에 산에 전혀 가보지 못해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산에 안간지가 한달이 넘어서 걱정했습니다.
수영은 일주일에 사흘씩 했기 때문에 숨이 차거나 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몸 상태 점검을 위해 토요일에 수리산에 중턱길을 한시간 반쯤 걸어봤습니다.

2년만에 함께 산에가는 산하네 가족, 늘 붙어다니는 유진아빠와 유진맘,
그리고 우리 가족 4명 이렇게 10명이서 천마산 아래에서 만나기로 했지요.
일요일 아침 6시에 알람소리에 일어나 천천히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깨웠습니다.

7시에 일어난 아이들을 챙겨 8시에 길을 나서야 했는데
굼뱅이 가족 답게 8시 20분이 되서야 출발했습니다.
중간에 유진아빠와 유진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외곽순환도로에 올라 9:30분 약속시간 맞추려고 달렸습니다.

네비게이션만 쳐다보다가 길 옆에 있는 플래카드를 주의깊게 보지 않아서
엉뚱한 길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바람에 약속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산음에서 보고 2년만에 다시 만난 산하와 준하는 훌쩍 자랐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약간은 서늘한 기운이 남아 있는 천마산 등산로를 올라갑니다.

겨울을 지내고 나니 작년 봄에 배운 꽃이름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산하아빠께서 어찌 봄 꽃을 그리 잘 아시는 지 감탄하면서 졸래졸래 따라 올라갔습니다.
앉은부채입니다. 멀리서 보면 꼭 배추처럼 생겼습니다. 앉은부채 군락지를 지날 때는 꼭 배추밭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 추워요!"  꿩의바람꽃입니다. 바람꽃은 여러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햇빛이 조금 덜드는 곳에 자리를 잡아서 아직 꽃봉오리를 닫고 있습니다.
해가 비치고 기온이 올라가면 활짝 꽃봉오리를 연다고 합니다.

우수 경칩 다 지났으니 개구리가 알을 낳는 것은 당연한 일인가요?
지난 주말에도 눈이 왔는데 계곡에는 개구리 알이 이렇게 새 생명을 품고 있습니다.

숨어서 핀 현호색. 색이 참 아름답습니다.

고양이 눈을 닮아서 괭이눈이라고 부르지요?
이른 봄에 피는 봄꽃들은 화려한 색으로 나비와 벌을 유혹하려고 가짜 꽃잎을 만드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올라가는 동안 내내 다리 아프다고 궁시렁 거려서 도중에 버리고 싶었던 투덜이 스머패트 연우.
성장통인지 연골이 아픈 것인지 헷갈리는데 버리고 싶기도 하고 업고 가고 싶기도 하지만 이젠 6학년인데....
산하아빠께서는 차근차근 요리조리 꽃밭을 찾아 아름다운 봄꽃들을 설명해 줍니다.
산하와 준하는 출발 때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빠른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이라 그런지 맑은 계곡물이 참 보기 좋습니다.
바위마다 이끼가 끼어 있어서 이곳 공기와 물이 참 맑다는 것을 눈으로 알 수 있게 합니다.
조선 태조 천마산을 일러 "가히 하늘을 만질만한 산"이라고 했다지요.

이 분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유진맘님이 알려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유진맘님께서 미치광이풀이라고 하는군요. 독초입니다.

해발 812m인 천마산 정상 가까이에 샘이 있습니다.
돌핀 산악회에서 잘 건사해서 돌핀샘이라고 부른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샘이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샘 옆에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유진아빠는 이미 정상으로 가셨고요. 우리는 얼음이 보여서 올라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필 유진아빠께서 전화기를 유진맘님께 맡겨놓고 올라갔기 때문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천마의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유진맘님 혼자
저 길을 올라갔습니다. 정상까지 320m가 남았네요.

우리는 돌핀샘 옆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돌핀샘 옆에는 이런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역시나 아직은 겨울이 좀 남아 있나 봅니다.

햇볕이 잘 드는 남사면은 온통 진창길입니다.
그 사이사이에 옛사람이 늘 베개에 새겨 함께 하기를 기원한 복(福)과 수(壽). 그 이름을 받은 복수초를 만났습니다.
뒤를 돌아 보니 복수초가 사방에 넓게 퍼져있습니다.

그 사이사이로는 햇빛을 받아 한껏 꽃망울을 편 꿩의바람꽃이 봄을 만끽합니다.

이건 얼레지라고 합니다. 연 보라색 꽃이 피는데 가운데에 꽃대가 올라와 있습니다.
산하아빠 말로는 하루이틀이면 활짝 필 것 같다고 합니다.
잎사귀가 두장씩 나오는데 한쪽은 뜯어 먹어도 잘 산다고 합니다. 두쪽을 다 뜯으면 죽는답니다.
한장 뜯어서 맛을 봤는데 싱거운 고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등산 내내 투덜거린 연우는 산하맘이 씌워준 무릎보호대를 하고 있습니다.
얼레지가 핀 개울 옆에서 진창길에 흙덩어리가 된 신발을 씻습니다.

투덜이를 데리고 꽃구경 하며 느릿느릿 걸었더니 예정보다 1시간 30분 정도 늦게 출발점에 도착했습니다.
산하아빠께서 맛있는 식당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점심값까지 혼자 내셨습니다. 항상 더치페이를 하는 우리 모임에서 이런 파울플레이는 안되는데...^^;;

오랫만에 이웃들과 함께 아름다운 등산을 마치고 늦은 점심에 이야기 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6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 돼서야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게다가....돌아오는 길에 유진맘께서 저녁먹고 가자고 하셔서 청계산에서 숯불구이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오감이 즐거운 하루였는데 저녁까지 유진네에게 대접받고 나니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우리가 낼 기회를 주세요....아니지! 저희가 낼께요. 제발 지갑 닫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