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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짜증 나는 MTB족

by 연우아빠. 2010. 2. 14.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산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아직 우마차, 자동차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 차에 속한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다니는 것은 관행적으로 용인하고 있지만
사실은 불법행위다.
달리는 자전거와 사람이 부딪쳤을때 사람이 입는 피해는 물어보나마나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 일부를 잘라 자전거 도로라고 하는
우리나라 행정관청의 일하는 태도는 이해 불가다.
과문한 탓인지 OECD 국가 중 어느나라도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 함께 붙어 있는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봤던 자전거 도로는 명백히 인도와 구분하고 있다.
사람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물론 산악오토바이라는게 있다.
그러나 산악오토바이는 산에 가져갈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4륜구동 ATV도 사람 다니는 등산로에 다닐 수 없다.
불법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산악자전거는 등산로를 휘젓고 다닌다.
물론 다니는 사람들은 자연을 벗삼아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체력도 단련하고 가족간 우의도 돋우고 동회인들끼리 친목도 도모하겠지.

하지만 그들 몇몇 덕분에 주말에 등산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가끔은 비명을 지르고, 가끔은 놀래고, 가끔은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하면서
MTB를 피해 다녀야 한다.

2월13일 토요일.
일기예보와 달리 눈이 계속 내린다.
간만에 배낭을 메고 산에 올랐다.
눈이 제법 싸여 미끄러웠지만 스틱을 사용해 올라가는 길은 그럭저럭 할 만했다.

하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본 산악자전거 동호인들.
'야!, 이런 날씨에도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눈길에 자전거를 타 봐서 알지만 약간만 경사가 져도 브레이크를 잡아봐야 소용이 없이
미끄러진다. 당사자도 아찔하지만 주변을 지나는 사람에겐 정말 등골이 서늘한 장면이다.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뒤에서 헉헉대는 숨소리가 나더니
"저 먼저 지나가면 안될까요?"라는 점잖은 부탁이 들린다.
당연히 그러라고 대답을 예상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긴다.

"아뇨! 안되겠는데요!"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경사가 급한 언덕받이에서 그 사람은 미끄러워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일행인 듯한 사람들과 주고받는 얘기가 뒤통수에 들린다.

"아, 저 사람이 끝내 비켜주지 않더라고. 그래서 ..."

그래. 사람은 자기 중심적이지.
그들은 한참 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임도 5거리 거의 다 와서 자전거로 치고 올라온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남의 안전을 위협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이 임도 5거리에서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고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다.
그들은 오르막 임도길은 위험할 것 같다고 하며 속달동 내리막 임도길을 택했다.

임도 5거리에서 등산을 포기하고 집으로 내려오며
그들 주변을 위험하게 지나갈 등산객들을 생각하니 짜증이 만땅이다.

자전거는 평지에서 즐겨주면 안되겠수?


수리산의 아름다운 설경.


수리산 설경을 즐기러 온 사람들.


속달동으로 내려가는 임도길.
등산 다니는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MTB족들은 제발 수리산에 오지 않기를 기대하지만 꿈이겠지요.
시청에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사람들 다니는 등산로에 자전거 다니지 못하게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방법이 없다는 한심한 대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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