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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가을 햇살 따사로운 칠갑산 휴양림 야영

by 연우아빠. 2009. 9. 17.

가을햇살 따사로운 칠갑산 자연휴양림(19번째 캠핑)

2009.09.12~13

가을!
이맘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주제는 2006년부터 시작했던 밤줍기 행사.
상린채린아빠님 이모부 댁 뒷산에 널린 밤나무는 아이들에게 오래 간직하고 싶은 추억일 터.

아쉽게도 올해는 이모부님의 건강 때문에 밤줍기를 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에 너무 섭섭해 한다. 다행히 오랜만에 휴양림에서 사귄 동무를 만난다는 생각에 연우와 준기는 즐겁기만하다. 연우는 오서산이 해발 1,000m가 안된다는 사실에 좀 실망. 휴대폰 사는 일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 아내가 예견한 부작용이 드러나는가? 


숯불을 피울 때 이렇게 하시면 연료도 적게 들고 안전하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1회용 석쇠 3개를 ㄷ자 형태로 구부려 2단으로 만들고 그 위에 덮게로 덮으면
습기를 먹은 숯이 튀더라도 다치지 않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스는 불을 붙이기 전에 통을 흔들어 주면 액출현상을 방지하면서 안정적으로 불꽃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오서산에서 했던 맛있는 새우구이를 기억하며 남당항에 가서 새우를 살 생각에 기대가 크다. 모임이 옛날처럼 쉽지 않은 것이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는 직위 때문에 걸리는 일이 많아지고, 아이들은 나름 일정이 많아져서 한 가족이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 않다. 8월 중순부터 계속된 주말 근무.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말 대기 요청과 더하여 부서원 전체가 참여해야 하는 1박2일 직무 워크샵.


은주아빠님 오시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불놀이를 할 수 있는데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래 봅니다.

 

9월 12일(토)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선재도에서 워크샵. 많은 준비와 활발한 의견피력을 통해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는데 늘어난 야영인구 때문에 출발을 늦게하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토요일 아침에 서해를 뒤덮는 검은 구름과 엄청나게 퍼붓는 비. 10여초 사이에 완전히 흠뻑 젖을 만큼 거세다. 긴급한 일이 있으면 연락하기로 하고 정과장은 사무실로 나갔다. 마침내 확정된 예산. 거기에 맞춰 미리 세부 예산도 짜 놨지만 작은 계수 조정 때문에 결국 정과장의 토요일 휴일은 사라질 터. 미안한 마음 크지만 다음에는 내가 자리를 지키리라 자위하며 집으로 갔다.


아내의 생일 케익 점화.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렌즈 앞부분에 습기가 많이 찼습니다.

토요일 점심을 생략한 채 늦은 출발. 길이 많이 막힌다는 상린아빠님 전화를 참고해 39번 국도로만 내려갔는데 다행이 그리 밀리지 않았다. 2시 반쯤 우리가 먼저 용현에 도착했지만 데크가 없다는 얘기. 맨땅 야영은 불가하다 하고 근처에 있는 영인산은 야영장이 원래 없고, 금강 휴양림은 7~8월만 야영장을 운영한다 하고 오서산은 빈 데크가 없다고 한다. 잠시 후 칠갑산으로 가자는 상린아빠님 전화. 한참 뒤 데크를 잡아 놓았다는 상린아빠님의 전화를 받고 청양 시장에 들러 돼지고기와 고구마를 사서 칠갑산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요즘 개장하는 국립자연휴양림보다 훨씬 좋은 자연환경과 야영조건을 갖춘 칠갑산. 아내가 오래전에 한번 와 봤다고 하면서 두어번 한번 가보자고 했던 곳을 우연찮게 왔다.


칠갑산 휴양림 산책로의 꽃밭(혜원준섭맘님 사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리어카에 짐을 싣고 30m쯤 걸어가야 하는 야영장. 데크는 3m × 3m 10개, 야영장에는 잔디밭도 있고 철봉, 족구장, 간단한 운동기구 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산이 참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상린네와 나란히 텐트를 치는 사이 아이들은 작은 동물원에 가서 동물구경과 먹이주기.

텐트를 치려고 내 놓으니 바람이 좀 많이 불어 조금 힘들었다. 계곡물은 완전히 말라 버렸는데 여름에는 아이들을 위한 계곡 수영장을 운영한다. 오랜만에 함께하는 상린이네와 야영. 채린이가 약간 감기기운이 있어 기운이 좀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간만에 즐거운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노는 듯.


휴양림 안에 있는 작은 동물원에서(혜원준섭맘님 사진). 왼쪽부터 상린, 채린, 연우, 준섭, 준기, 혜원

텐트 설치 끝내기도 전에 배고프다고 졸라대는 아이들. 밥 짓고 고기 구울 숯불 준비. 채소를 씻어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굽는다. 맛있는 돼지고기 훈연. 연기가 산바람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니 미안해서 계곡쪽으로 웨버를 옮겨서 잔디밭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공수. 5분에 한번씩 왔다갔다 하느라 밥먹는데 집중하긴 좀 곤란한 상황이었지만 훈제는 생각만큼 맛있게 잘 되었다. 역시 숯을 가득 채워 훈연을 하니 불조절도 쉽다. 좀 사그라지만 뚜껑을 열어 불을 올리고 불이 올라오면 다시 훈연.

이웃 텐트에서 한분은 망치 빌리러 오시더니 이어서 다른 분이 불판 빌리러 오셔서 조개구울 거라고 썼던 것도 관계없다 하셨지만 새것으로 빌려 드렸다. 좀 있다가 상린아빠께서 ‘그런거 그냥 빌려 주면 안되는데...’ 하신다. 하나 가르쳐 주거나 빌려주고 맛있는 거 하나 챙겨오시는 유진아빠님 생각이 나서 그 얘기를 하며 웃고 있는데 석쇠를 빌려간 분이 갯벌에서 잡은 거라며 맛조개 한웅큼 가져 오셨다. 좀 전에 하던 얘기가 생각나 함께 웃으며 맛을 삶았는데 배가 불러 못먹겠다. 내일 먹자.

호일 한 장을 빌려 감자를 굽고,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웨버에 남은 숯불을 쬐며 자기들끼리 앉아 논다. 한참 있다가 잔디밭으로 가자고 웨버를 되가져 왔는데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다. 알고보니 그 자리에 있던 돌들이 숯불을 받아 따뜻한 채로 있으니 그냥 앉아 있어도 춥지 않았던 것. 은주아빠께서 오셨다면 해 주었을 재미있는 불놀이. 그러나 땔감으로 쓸 만한 것이 별로 없다. 휴양림 청소를 워낙 자주 하시는 듯. 작은 가지 몇 개를 구해 그걸로 아쉬운 대로 놀이감으로 썼다. 


텐트 안에서(혜원준섭맘님 사진)

밤이 되자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야영장에는 마치 비가 온 것처럼 온통 이슬로 축축하게 젖었다. 늦게 도착해 배고프고 해서 타프를 치지 않았더니 활엽수 그늘 아닌 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젖었다. 지금 치자니 너무 시끄러울 것 같고.

10시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익 점화. 작은 케익을 놓고 아이들이 함께 불러주는 생일축하노래. 케익을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계속 이어간다. 최근에 군포시청에 와서 강연한 이범씨의 강의도 역시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빼 놓을 수 없는 주제.


뭣이든 재미있는 놀이도구를 만드는 아이들. 연우가 만드는 작품이네요(혜원준섭맘님 사진)

연우가 핸드폰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걸었던 1,000m급 산 10개 등산. 아내는 그 조건이 불러올 부작용을 걱정한다. 1,000m가 아닌 산에 대한 집착과 가족끼리 즐거운 등산을 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휴대폰을 산 뒤에는 등산을 쳐다보지도 않을 수 있다는 점. 해서 연우에게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타협을 보기로 했다. 휴양림 여행갈 때 등산에 10번 참여하면 휴대폰을 사주고, 산 뒤에도 계속 가족 등산에 동참해야 하고 핸드폰을 산 뒤에도 등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회수한다는 조건. 1,000m급 산이 알려진 것이 146개 밖에 없는데다가 휴양림에 1,000m급 산을 10개 오르려면 중 3때까지 가도 달성하기 힘들지 모른다는 얘기가 통했는지 여러번 망설이고 물어보는 연우(일요일 오후가 돼서야 동의)


놀다보면 배도 고프지요? 맛있는 라면 먹기(혜원준섭맘님 사진)

설거지와 샤워를 하고 자려고 챙겨서 밤10시쯤 취사장에 들렀더니 펌프 고장으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사무실 전화번호 몰라서 연락을 못하겠다고 했는데 상린맘께서 114에 물어보고 고장 신고. 흠, 융통성이 부족한 나에 대한 아내의 핀잔. 우리는 잠을 자러 가고 상린이와 연우는 불놀이를 더 하다가 새벽 1시 좀 넘어서 잠든 모양. 샤워를 하지 못하고 잠을 청하니 상쾌한 기분이 나지 않았다.

 

9월13일(일)

6시 15분 상쾌한 공기를 느끼며 일어나 설거지하러 취사장으로 갔다. 7시쯤 준섭이네가 출발한다는 연락. 토요일에 가족 행사가 있어서 야영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아침에 합류. 방태산에서 아쉽게 작별했던 준기는 준섭이 오는 것이 너무 신나고, 연우는 동갑내기 혜원이를 만나게 돼서 좋고, 작년 청옥산 야영 때 보고 1년이 넘게 못뵌 상린채린네 가족도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듯.


산책로(혜원준섭맘님 사진)

아침에 준섭이네 오면 구워주려고 고기와 숯을 남겨 두었는데 휴게소에서 드시고 온다고..아침을 먹고 나니 9시쯤 혜원이네 가족 도착. 넓은 운동장에서 어울려 배드민턴, 물총싸움, 동물원 구경 등 신나게 노는 동안 어른들은 시시각각 높이 뜨는 해를 피해 조금씩 조금씩 반대편 그늘로 자리를 옮겨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혜원맘께서 퀼트샵을 하고 계시니 다음 모임 때 여자 아이들을 위해 퀼트 체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고 혜원맘께서 그리 하겠다고 하시니 관심 있는 가족들에게 좋은 체험 기회가 될 것 같다.

상린이네는 서울에서 상린이 검증시험이 4시에 있어서 11시에 철수하고, 남은 우리는 만약을 위해 가스 1개, 라면 2개 받아 놓았다. 배가 별로 고프진 않지만 라면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 숟가락이 모자라 라면을 끓여 아이들 먼저 주니, 라면에 남은 밥까지 말아먹는다. 어제 남은 군고구마, 과일을 차례로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이들 데리고 등산 다녀오라고 보냈다. 널어놓은 침낭과 짐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이제 텐트만 남았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텐트를 걷을 생각으로 샤워실에 갔더니 문을 잠궈 놓아 사용 불가. 할 수 없이 머리만 감았다. 그 사이에 산책을 끝내고 돌아온 아이들.


장곡사 입구.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찍은 모습

공주 근처에 갔으니 밤을 사오라는 부탁을 받은 혜원이네는 밤을 산 다음 남당항으로 간다하고 우리는 근처 장곡사 길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 길을 감상하며 장곡사에 들렀다가 남당항에 가기로 했다. 10월 둘째주에 방태산 휴양림 모임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4시에 휴양림을 나와 장곡사 길을 들어갔는데 벚나무 가로수가 참 좋다.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 많이 본 관계로 옛날 같은면 “우~와!” 했을 법한 아름다운 길이었는데도 그냥 “좋네” 이런 반응. 살짝 노란 빛을 띠기 시작한 나락을 초가을 햇살이 비스듬히 비추는 길을 따라 장곡사로 갔다. 케니지의 클라리넷 연주가 배경으로 깔리면 더 좋을 것 같은 가을 길.

 


장곡사 올라가는 길 옆 계단식 논

입구에 있는 장승공원은 달리는 차안에서 눈으로만 스쳐지나고, 장곡사 산문 앞에서 차를 세웠다. 차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없다해도 이런 길을 걷지 않는 것은 많이 아쉽지 않겠나? 아스팔트 포장을 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1.3km는 걸어가기에 적당한 거리. 야트막하고 덕성스럽게 생긴 칠갑산은 가을에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다. 1,200여년 전에 지었다는 장곡사는 보수중이고 아래쪽 대웅전에는 건물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설명문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절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칠갑산 등산을 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느꼈지만 등산로 입구만 맛보고 되돌아 나왔다.


 길이 좋으면 사람 기분도 좋아집니다. 뛰어가는 가족

아름다운 햇살을 받으며 5시 50분쯤 연우준기가 좋아하는 새우를 사러 남당항으로 출발. 생각보다 빠른 6시 40분쯤 남당항 도착. 예전과 같이 새우만 파는 집은 없고 횟집 형태로 운영하는 가게만 있다. 작년에 자연산 새우를 팔던 할머니의 가게는 건물은 그대로인데 꽃게만 파는 가게로 바뀌었다. 얼른 결정 못하고 왔다갔다 하다가 준기가 주차장 앞에 있는 어떤 할머니가 하는 집에 들어가잔다. “제가 먹을 거니 많이 주셔야 해요”하는 준기. 할머니가 웃으시며 200g 더 준다고 하시고. 2kg을 54천원에 사서 왔다. 약 30마리 정도. 이번에는 새우양식업자 단체에서 주최를 해서 그런지 양식 새우 밖에 없다하는데 자연산은 어제 이 지역에 심한 돌풍이 불어 배가 전혀 출어를 못해 당분간 구경하기 어렵다고 한다.


장곡사 옆 칠갑산 등산로

7시, 밥 생각도 그닥 없고, 갈길이 많이 막힌다는 연락을 상린아빠님에게 받은 것도 있고, 방송에서도 계속 서울로 가는 모든 길이 막힌다고 하는 터라 먼저 집에 가는데 신경쓰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이제 잠을 자라하니 바로 잠에 든다. 기특한 녀석들. 국도를 잘 달리다가 혹시나 싶어 서산IC에 들어섰다가 너무 막혀서 시간만 잡아먹고 당진IC에서 나와 다시 국도로만 달렸다. 120km를 가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11시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배가 고파서 잠들기 어려울 것 같다. 사온 새우 몇 마리 구워 먹자 하는데 범생이 준기는 늦었다고 그냥 잠들고 셋이서만 소금구이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장곡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