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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검봉산 자연휴양림 야영

by 연우아빠. 2009. 8. 25.

독특한 바닷가 문화를 간직한 삼척(검봉산자연휴양림 야영)

2009.8.21~8.23

8월21일

방태산 야영에서 유진맘님께 전해들은 정보로 순식간에 결정한 검봉산휴양림 야영.
그러나, 7월초에 돌아가신 연우 외숙모의 영혼을 위로하는 49재와 겹치는 일정.

게다가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과는 완전히 반대쪽인 강원도 화천의 작은 절(관음사)에서 처가 식구들과 처남댁 친정 가족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우리가 꼭 가야 하느냐는 이기적인 생각에 짜증이 섞인 불평이 터져 나오는 나.

“이미 화장을 하고 유골까지 묻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49재냐”
“영주, 예천, 안동, 봉화 고향 근처에도 절이 무수히 많은데 하필 멀고 먼 강원도 하고도 화천이냐고?”
“게다가 하필 오후 3시에 시작이냐고. 언제 끝내고 언제 그 먼길을 출발하냐고. 화천에서 임원리까지 300km가 넘는데”

지난 주 검봉산 간다는 결정을 해버린 상태라 이에 대한 장애 요소라고 인식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 나를 중심으로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과 휴일과 휴식시간까지 점점 깨뜨리고 들어오는 업무. 거기에 치이지 않고 탈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점점 강렬해지고 아무 죄도 없는 아내에게 신경질. 소갈딱지가 좁은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내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시. 휴가는 내지만 제대로 출발할 지나 의심스러운 회사일.

거기에 내 손으로 처음 뽑았던 대통령의 서거와 국장. 노짱 때와는 달리 꼭 조문을 가야한다는 생각도 옅어진 국장. 그러나 우리 청춘을 독재정권 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라는 목마름을 달래준 이 분의 장례식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의무감 때문에 조기를 내 거는 것으로 자기 타협과 합리화.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았던 노 대통령과 조부모님 돌아가신 것 같은 김 대통령의 차이는 아마도 세대 간격에서 오는 감정의 차이일까? 처음 알게 된 때부터 ‘선생님’이었던 분과 ‘노짱’으로 불렀던 차이일까? 

토요일, 일요일 근무로 대체휴가는 낼 수 있었지만 하필 실장님의 지방출장으로 마음 속이 편치 않은 휴가. 휴가를 냈지만 어쩔 수 없이 금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해서 중요한 일은 마무리하고 11시 15분쯤 사무실을 나섰다. 편치 않은 휴가길. 사무실을 지키는 직원들에게 결코 모범적이지 못한 상사라는 것을 느끼지만 사람이 살면서 맘대로 되지 않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서둘러 집에 도착. 점심은 유부초밥 몇 개로 대충 때우고 늦기 전에 화천을 향해서 출발. 금요일 낮인데도 46번 국도는 많이 막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춘천고속도로를 탈 것을. 뒤늦게 후회해 보지만 속절없는 짓.

지리한 막힘 끝에 화천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 49재는 오후 4시에 시작해 처음 대해보는 불교식 제례가 낯설었지만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리에서만은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지만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의 칭얼거림을 가끔씩 달래가며 6시 45분에 행사를 마쳤다. 네비게이션 검색해보니 검봉산자연휴양림은 뜨는데 자동차가 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대충 임원리를 찍으니 거리 300km, 도착 예상시간은 00시 05분. 깝깝함이 밀려 온다. 이번 여행은 40년 전에 떠난 고향 묵호를 지나는 길이라 한번 둘러보려고 했는데 오늘 밤 안으로 휴양림에 도착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휴양림에 전화를 해 보니 다행히 데크는 많이 비어 있는 모양. 성수기에서 조금만 비켜나면 이렇듯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대한민국 참 불쌍한 국민이다.



22일 아침 검봉산휴양림 오토캠핑장

19:50분 인사도 대충하고 휴양림을 향해 출발. 도중에 아이들이 잠들어 한번도 쉬지않고 내리 달렸다. 그 가운데서 계속 아내에게 쓰잘데기 없는 궁시렁 궁시렁을 늘어놓고. 23:30 휴양림 도착. 숯불 쓰면 안된다는 안내소의 당부. 데크는 2.7m × 2.7m 30개. 데크가 예상외로 작아 약간 당황. 운악산 같은 분위기가 나는 휴양관을 지나 야영장에 올라가는 4팀이 야영중. 텐트를 칠 데크를 고르는데 바람이 상당히 불고, 나무가 없어서 해가 뜨면 상당히 더울 것 같아 고민을 했다. 일단 텐트를 치고 내일 아침에 다시 자리를 잡기로 하고 화장실, 샤워장, 취사장을 찾아보니 오토캠핑장 아래 개울 건너 한참 떨어진 곳에 있다. 100m는 넘을 것 같은 거리. 설거지나 화장실 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하나? 하는 아내. 움직일 때마다 차에 타야 하니 그야말로 “오토캠핑”이 될 것 같다. 야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의 작품이 틀림없을 듯.



오토캠핑장 아래에 자동차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일반야영장 데크 4개.
계곡 아래쪽 건물은 최신식 샤워장, 화장실, 취사장을 갖춰놓았다. 야영장에서 너무 먼 것이 흠

바람이 불어서 나는 시원하고 좋은데 아내는 춥다고 몸을 사린다. 텐트를 치는데 새벽 1시가 되니 가로등을 모두 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이 장관이다. 텐트를 치고 차안에서 곤히 잠든 아이들을 안으로 옮기고 샤워장으로 내려가 땀에 젖은 몸을 씻고 잠을 청했다.


8월22일

계곡 물소리에 전혀 방해받지 않고 푹 잤다. 방태산의 천둥소리 같은 물소리에 익숙해진 것인가? 습도가 낮은 쾌적한 대기가 썩 맘에 든다. 6시쯤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나와보니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바람도 상당히 부는 편. 화장실에서 일을 보며 생각해 보니 쌀을 가지고 올 걸하는 후회. 다시 허덕허덕 걸어 올라가 솥을 들고 쌀 씻으러 가는데 정말 먼 길.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야영하면서 살이 많이 빠질 것 같다.


혼자놀기 하는 준기. 자칭 야전 침대.

잠에서 깬 아이들이 화장실이 저 멀리 있다는 사실에 ‘으악!’. 준기는 야영을 한번도 안 해 본 사람이 틀림없어. 이렇게 야영장을 만드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씩씩거린다. 나무가 적어서 타프 치기는 국립휴양림 가운데 제일 좋은 편. 하지만 3~4개 데크를 빼고는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고생해야 하는 환경이라 성수기에는 타프가 있다고 해도 피해야 할 곳 같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전망이 제일 좋은 16번 데크에 타프를 치고 오프로드 동호회에서 온 사람들이 친절하게 말은 붙여 온다. 다들 강원도 분인데 방태산이 강원도에서는 제일 좋다고 한마디씩 하신다. 타프나 텐트는 원래 혼자치도록 되어 있는 것이라고 웃는 나에게 그 분들은 함께 웃었다. 온 가족이 텐트를 잡은 채 그대로 텐트 이사. 재작년 검마산 야영 때 정모 장소를 제3야영장으로 바꾸는 바람에 1야영장에 쳤던 텐트를 그대로 들고 데크를 옮겼던 생각이 난다. 청소하는 아저씨가 경운기를 끌고 올라오시더니 아이들게게 “경운기 태워줄까?” 하고 물어본다. 친절한 말씨. 첨엔 주저하더니 엄마가 먼저 타니 따라 탄다. 야영장을 한바퀴 돌며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
 



토요일 아침에 다시 친 텐트. 뙤약볕이라 타프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 것 같은 곳.
타프가 있어도 숲 속으로 대피해야 할 것 같고,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 쾌적하지만 텐트와 타프 묶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

아침을 먹고 구문소 가자는 아들과 구수곡 온천에 가자는 아내와 딸이 편을 가른다. 고생대 지층과 화석을 봐야겠다는 준기 따라 가보자고 출발했는데 거리는 60km 남짓.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삼척 → 봉화 → 태백 가다보니 지나가는 지명들. 높은 고개와 구불구불 고갯길을 헉헉대며 오르내리다 땡볕에 지치고 잠 부족으로 너무 졸려 순간적으로 위험할 것 같은 느낌. 사고나기 딱이다. 봉화로 넘어가기 직전 고갯길 중턱에 차를 대 놓고 30분 정도 취침. 너무나 꿀맛. 가는 동안 아내의 불만. 아들 녀석 말 따라 다니면서 헛고생 한다고. 거기대고 어제부터 있었던 그 시간낭비에 대한 궁시렁거림. 견디다 못한 아내의 날카로운 반격.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 깐죽대네. 내가 후기 쓰면 당신의 조작된 이미지는 한방에 깨져”
“그래? 그럼 후기 써 봐.”
“내가 꾹 참고 있으니까 나는 속이 없는 줄 알아. 어제부터 그냥 계속 성질 긁고 있어. 확!”
깨갱, 꼬리 내리고 침묵.

지나간 일 자꾸 긁어 대서 좋을 일도 없는 데 이 넘의 성질을 가끔은 통제할 수 없다. 지도를 찾지 않고 네비게이션만 쫒아 운전한 탓에 이리저리 헤매기. 화석전시관 앞에서 차를 돌려 올라온 길 되짚어 내려가 구문소 자연학습장을 찾았다. 길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뚝방에 오르니 썰렁한 구문소. 개울 건너편에는 고생대 자연사박물관 공사 중. 저거 완성되면 다시 보러 오자는 준기. 헉, 이 먼길을 다시?....


구문소 앞에서. 카메라를 의식하면 표정이 잘 안나오는 아들



구문소 앞 벌개미취.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

잘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를 건너 반대편 쇠다리를 지나니 가파른 산길 계단. 그냥 준기와 함께 올라가니 한참 만에 정자에 도착. 전망 좀 보다가 되짚어 내려와 길 건너편 화석화장실 이용. 화장실은 현대적으로 아주 잘 지어 놓았는데 안에 이용하는 사람들은 엉망진창. 온통 쓰레기 천지. 짜증나는 사람들. 너무하다. 2008년에 완성한다는 자연사 박물관은 2009년 8월인 아직도 공사 중. 이걸 완성하면 화석전시관에 자료를 이리로 모두 옮긴다고. 삼척 죽서루를 목표로 출발하려니 거리가 50km가 넘는다. 그제서야 보이는 구문소 안내판과 주차장. 정작 원하던 곳을 지척에 두고 엉뚱한데서 열심히 헤맨 셈. 다시 내려 기념사진 찍고 삼척을 향해 다시 출발. 가는 길에 제왕운기를 지은 이승휴가 머물렀다는 천은사를 거쳐 가려고 했더니 20km가까이 돌아가는 길. 죽서루 문 닫는 시간이 있을 것 같고 지쳐서 천은사는 패스.

 


삼척 죽서루에서 양말던지기 놀이. 장거리 여행에 심심했던 아이들이 모처럼 활기차게 놀고.

죽서루, 관동팔경의 하나라는 정자는 예상과 달리 바닷가가 아닌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고성의 천간정부터 울진의 월송정까지 동해안에 줄줄이 서 있는 정자를 모두 섭렵하긴 했다. 고려 때 처음 만들었을거라 짐작하는 정자는 주변에 여러 가지 대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 무료관람에 시간제한 없이 출입도 자유로운 곳. 이럴 줄 알았으면 천은사를 들렀다 올 것을..시원한 정자에 신을 벗고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불고 500km가 넘는 운전에 지친 몸은 누워서 자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건너편에 보이는 엑스포 공원에는 삼척을 대표하는 동굴체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체험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삼척에 왔으면 삼척 구경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을 엉뚱한 곳을 헤매며 하루를 날린 것이 몹시 아깝다는 아내의 푸념.

서늘한 정자에서 아내의 주도로 아이들과 양말놀이. 양말을 뭉쳐서 멀리 던지기. 멀리 굴리기 등등. 준기는 자기가 이길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데 이 녀석은 이상하게 승부욕은 지나치게 강하다. 어쨌든 차 안에서 보낸 하루를 보상할만큼 재미있는 놀이.

 


준기가 제일 좋아했던 물고기 먹이 주기. 민물고기 전시장에 있는 무지개 송어.

강 건너편 엑스포 공원은 그냥 눈요기만 하고 패스. 동굴체험관을 비롯해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만한 놀거리가 많아 보이는 곳인데 아쉽다. 죽서루에서 좀 떨어진 민물고기 전시관을 찾아 관람이 가능한 지 알아봤다. 관람시간 지났는데도 의외로 들어오시라고 해서 구경하는데 2가족이 더 들어왔다. 실내 전시장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고기가 가득하고 밖에 나와 먹이를 한컵 사서 무지개 송어에게 준다. 아무 생각없이 철갑상어에게 먹이를 한 번 주었는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뒤늦게 발견한 “철갑상어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경고판. 옆에 있는 무지개 송어 먹이 주니 물 위로 뛰어오르는 송어들. 연우와 준기 환호성을 지르고 내일 또 오자고 조른다. 때 마침 관리인이 철갑상어, 무지개 송어 등 양식 물고기에게 저녁 먹이를 주는 시간인 듯. 바가지로 퍼서 먹이를 뿌리니 모든 물고기들이 자맥질을 하고 뛰어 오르며 힘찬 몸짓. 철갑상어 먹이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먹이고 송어 먹이는 물에 뜨는 먹이다. 물고기 마다 생태가 다른 것이 먹이에서도 드러난다. 아이들 더욱 신나 하고 내일 집에 갈 때 또 오자고 몇 번을 조른다.

저녁 늦은 시간. 임원항에 가서 회를 뜨기로 하고 달려 갔다. 7번 국도는 완전히 고속도로 수준. 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산은 거의 대부분 산불흔적이 남아 있다. 10여년 전 울진 원자력 발전소까지 위협했던 그 산불의 흔적인 듯. 임원항 횟집거리와 대게가게들이 있는데 7호집인 임원횟집에서 회를 샀다. 회를 떠서 야영장에서 먹으려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밥 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횟집(임원횟집)에서 먹기로 결정. 4만원(넙치+우럭+오징어+매운탕)에 푸짐하고 맛있는 저녁. 회도 좋았지만 매운탕이 특히 맛있었다.

오늘 일찍 들어가서 자고 내일 아침 등산을 하기로 했다. 야영장에는 몇 팀이 더 들어 왔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행복해 보이는 가족 팀. 내일 등산을 위해 일찍 자라고 했더니 둘은 해리포터 보고 싶다고 해서 11시까지 해리포터 영화 보기. 쉽게 깊은 잠에 빠졌다.


8월23일

한번도 깨지 않고 깊이 잘 잤다. 반면 아내는 밤새 강한 바람이 몰아쳐서 몹시 불안했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몰랐다. 이젠 완전히 야영에 적응한 것인가? 겨울 침낭을 펼쳐서 이불 삼아 덮고 잤는데 침낭은 역시 겨울 침낭만 있으면 충분할 것 같다. 방태산과 달리 여기는 텐트나 타프에 이슬도 전혀 맺히지 않고 침낭은 너무나 뽀송뽀송. 역시 모두 나쁘거나 모두 좋거나 한 것은 없는 게 세상 이치인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따라 검봉산을 올라갑니다. 

하늘은 어제와 달리 구름한 점 없이 높고 푸른 것이 한더위 할 것 같다. 아침을 하러 내려갔더니 취사장 옆 음식물쓰레기 모으는 곳에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것도 집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조금 편하려고 정리하는 사람들 무척 힘들게 하는 이기심. 산에 오지 못하게 해야 할 사람들이다.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서 봉투에 넣으라고 소쿠리도 준비해 놓았건만 개수대에 그냥 쏟아 버리거나 소쿠리에 모은 찌꺼기를 방치해 놓고 가버리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공공질서와 위생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것 같다.

잠시 후 음식물 쓰레기 수거하러 다니는 경운기 아저씨의 혀 차는 소리.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나 봅니다”라고 맞장구 쳤더니,
“외국어 배우는 사람은 많은데 한글 읽고 제대로 행동하는 교육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 거드시는 아저씨.

취사장 청소 도중에 뿌린 물에 맞아 날개가 젖은 태극무늬 나방이 날아가지 못하고 앉아 있다. 준기에겐 신기한 구경거리. 텐트에는 새끼 여치도 날아 오고, 식기에는 자벌레도 기어 다니고 텐트 안에는 언제 들어왔는 지 거미도 다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 게다가 데크에는 알집을 물고 다니는 늑대거미도 보이고 죽음을 맞은 매미도 보이니 준기는 무척 바쁘다.



중턱을 넘어 산마루에 오르면 동해바다가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산불 흔적과 함께 어린 나무들이 새로 자라고 있습니다.

좋은 환경과 함께 야영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참 좋은 곳이지만 설계 변경이 좀 필요할 듯. 데크 크기는 좀 키우고, 야영장 한 가운데에 있는 데크는 철거하고 대신 식수대와 취사장을 배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짐을 내리고 실을 때만 차를 들어오게 하면 아이들에게 안전할 것 같고 야영장 위에 있는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을 따로 만들어 두면 좋겠다 싶다. 땅을 돋아 올려 야영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원래 그 자리에 있던 큰 소나무들이 1m이상 깊이로 묻혀 흄관으로 둘러 놓았는데 나무의 성장에도 좋지 않고 또 쓰레기 통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차라리 지형을 따라 층층이 데크를 설치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오토 캠핑장 아래에 있는 일반데크 4개는 철수하는 게 좋을 듯. 목교가 떠내려가면 고립될 우려도 있고 건너편 산은 산사태 위험성도 있어 흙이 무너지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위치.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부는 산바람과 골바람이 고도가 낮은 야영장인데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바람 때문에 화기를 사용하는데 주의가 필요한데 가운데에 취사장을 조성한다면 여기에다 숯불구이를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데크는 요즘 텐트에 비해 너무 작아서 조만간 큰 것으로 교체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산 길에 기겁을 하며 만난 뱀. 독사인 쇠살무사인지 그냥 황구렁이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등산 출발 전에 빈 데크에 돗자리를 깔고 침낭과 식기를 꺼내 햇빛 쬐기를 해 놓고 검봉산 등산에 나섰다. 입장할 때 안내 해 준 대로 오른쪽 코스로 올라가 정상에 갔다가 되짚어 내려오기로 했다. 10시 20분 출발. 뙤약볕이 드는 입구를 지나자마자 마치 삼봉휴양림 계곡 같은 깊은 그늘이 드리운 숲길이다. 중간 중간 힘들다고 궁시렁거리는 연우. “어제 늦게까지 영화를 봤으니 수면부족으로 다리에 힘이 없는 게다”라고 타박을 하고 준기는 쌩쌩하게 걸어가는데 연우의 페이스에 맞춰 할 수 없이 중간 중간 쉰다. 과일 먹고, 물마시고 설렁설렁 올라가는 길은 곳곳에 작은 폭포와 물길이 있어 여름 등산에 딱 좋은 길이다.
 
1시간 쯤 지나니 이제 뙤약볕으로 나서는 길. 원래 등산로가 아닌 곳을 사람이 일렬로 서서 겨우 지나갈 정도로 길을 냈다. 다녀와서 성영아빠 후기에서 확인해보니 예상이 맞았다. 가파르고 일렬로 서야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 위험한 비탈길은 마른 바람 때문에 상당히 미끄럽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날에는 한참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급경사지. 올라갈 때는 괜찮은데 내려올 때가 문제. 금요일 밤 들어올 때 받았던 안내에는 정상을 지나 한바퀴 도는 길은 위험하다는데 여기가 이런 정도라면 그 길을 어떤 길일까 하는 걱정이 든다. 잠시 서서 뒤를 돌아보니 동해 바다가 보인다. 올라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바다. 그리고 산불이 난 뒤에 새로 자라기 시작하는 듯한 소나무들. 그리 감동적인 산은 아니다. 칠보산 휴양림 등운산 올라가는 듯한 느낌. 가파른 갈지자 길을 올라가는데 준기는 힘들다 하고 반대로 연우는 쌩쌩하다.
 


삼척의 전통문화를 잘 전시해 놓은 해신당 공원 안 어촌민속박물관 입구. 

1시간 정도 지나 산 마루턱에 올랐다. 한참 전에 1.8km 남았다는 표지를 봤는데 여기서 정상까지 1.2km라는 표지판. 아무래도 믿음이 가질 않는 표지판. 나무 벤치 2개, 소나무 몇 그루. 시원한 바람. 바다 전망도 좋고 주변 산에는 많은 산불 흔적. 우리가 밟고 있는 땅에도 20년생은 돼 보이는 큰 나무가 불탄 흔적이 뒹굴고. 역시 이런 가파른 산에서는 특히 불조심이 필요하다는 생각.

여기에서 세 사람(남자 1명, 여자 2명).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산행이라며 그냥 내려가는 세 사람. 우리 뒤를 따라 올라온 여자 분은 물병도 없이 혼자서 계속 정상 쪽으로 간다. 산이 가파르기만 하고 등산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산세를 핑계삼고 가져간 1리터 물병은 바닥난 것을 안주 삼았다. 이렇게 더운 날 산행을 더 하는 것은 별 득도 없는 것 같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도 고려해 하산하자고 결정. 아이들 제대로 잘 내려가나 살피다가 정작 내가 미끄러져 왼쪽 팔꿈치를 긁어 먹고. 아이들은 조심조심 아내는 성큼성큼 하산했다. 내려오다가 나뭇잎 위에서 매미가 우화등선하고 남겨 놓은 빈 껍질을 발견했다. 약간 노란색이 나는 반투명한 매미생김새만 남았다.



직접 해 보는 것보다 재미있는 것은 없지요.
오징어 채낚기 배를 재현해 놓은 곳에서 열심히 채낚기를 돌리는 아이들.

다시 그늘진 계곡으로 들어서며 준기에게 낙엽이 쌓인 곳을 밟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허방 위에 쌓여 있을 수도 있고 너덜 지대가 많아 잘못 밟으면 발목 접질리기 좋은 곳. 그렇게 주의를 주었건만 준기는 낙엽 위에 아무 생각없이 풀쩍 뛰어 내렸는데 갑자기 뭔가 누런 것이 구불구불 앞으로 달려가는 모습. 순간 아내가 “뱀이다!”라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머리가 독사 같은 느낌이 들어 머리 털이 쭈볏 섰다. 

준기 앞으로 누런 물체가 빠른 속도로 도망간다. 다행히 준기가 뛰어내린 곳이 뱀의 꼬리 쪽이라 뱀이 앞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괜찮았지만 머리 쪽으로 뛰어 내렸거나 뱀이 몸을 되돌아 뒤로 움직였다면.... 아찔했다. 누런 색을 띤 뱀. 쇠살모사일까? 황구렁이일까? 길이는 얼추 50cm는 넘어 보이는데...뱀도 놀랬는 지 잠시 후 바위 옆에 가만히 자리를 잡고 꼼짝도 않는다.



삼척 해신당 공원 안에 있는 자연관찰 학습장 

뱀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뒤에 있던 아내에게 “배낭에서 카메라 꺼내줘”라고 하고...
“이 와중에도 저걸 찍을 생각을 먼저 하다니!”라는 아내의 탄식.
사진을 찍고 나서 준기에게 야단치고...준기는 뭐 별로 겁내는 기색도 없고.

다시 주의를 주고 하산. 2시간 반쯤 걸려서 다시 입구로 내려왔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는 준기. 아침에 화장실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준기. 너무나 멀고먼 화장실 때문에 야영장 아래쪽으로 뛰어가며 성질을 낸다. 간신히 일을 해결한 준기는 누가 이 따위로 야영장을 설계했냐고 버럭버럭.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이웃에 캠핑 온 100일도 안돼 보이는 듯한 아기를 보며, 아내가 이야기. 우리는 아이들이 10살, 8살 때 야영을 시작했는데 저 아기는 벌써 야영을 시작하는 참 행복하겠다고.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우리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야영을 했을텐데 그나마 더 늦기 전에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되돌릴 수 없는 세월. 그래도 함께 하는 행복함에 즐거운 시간이다.



삼척 해신당 공원 안에 있는 자연관찰 학습장에서 만난 참개구리.

철수준비.
아내와 아이들은 설거지와 샤워하러 내려가고 나는 천천히 짐을 싸고 텐트를 걷었다. 남은 가족은 한 팀. 그늘이 내린 데크 위에서 책을 읽으며 저 멀리 계곡 아래를 감상하고 있다. 짐 정리를 끝내고 더위를 식히려고 샤워장으로 내려갔다. 옷을 갈아 입고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 친절한 경운기 아저씨에게 안녕을 고하고...18번째 야영을 잘 마무리했다.

휴양림을 나와 해신당 공원 관람. 어른 3천원, 어린이 1,500원. 좀 비싸다는 느낌이었으나 안을 돌아보고 나서는 싸다는 느낌. 어촌민속전시관, 야외 전시물, 산책로, 생태관찰로 등 넓은 지역에 삼척의 모든 문화를 집약시켜 놓은 훌륭한 시설이었다. 바닷가 마을에서 특화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처음엔 아이들과 보기 좀 거시기 한 구성에 껄끄럽기도 했지만, 인류의 생존과 본성을 드러낸 전시물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하기로 결정. 나름 재미있다고 깔깔대며 웃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어서 “19세 금지” 이런 규정은 없어도 될 듯. 다만 어른들이 사전에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할 것인지 준비를 좀 하고 들어가면 좋을 듯. 뒤늦게 알고 보니 해신당 性민속전시관으로 들어갔던 것. 2주전 EBS에서 초등학생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시청했었는데 그게 뜻하지 않는 전시장 관람을 하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들도 별다른 거리낌이나 거부감 없이 재미있어 하고.



해신당 전설이 서린 애바위가 보이는 망원경 조망대에서 내려다 본 민속전시관 건물과 바다. 

조선 시대에 실제 있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전설로 남은 해신당 전설바위. 눈 앞에 보이는 바위에서 해초 채취작업을 하던 마을처녀를 풍랑 때문에 구하지 못하고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안타까운 마을 사람들과 처녀의 영혼을 위로하려고 총각의 상징을 드러내 놓고 제를 지내는 모습에서 바다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이 드러난다. 문화는 역시 역사성과 상대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며 존재자체로서 소중한 것. 

생태공원에서는 연잎 위에서 움직이는 살아있는 개구리를 직접 보기도 하고 그래도 시간 때문에 샅샅이 다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공원을 나왔다. 더운 날씨에 공원 앞 매점에서 얼음과자 하나씩 사서 물고, 마침 TV에서 중계하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안장식 장면. 그 분을 가까이에서 평생 모셨던 사람들의 엄숙한 헌화. 가슴 속에 뭉클한 그 무엇. 



독재자의 지배를 받는 아시아의 후진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인권 국가로 격상시킨
인권과 민주주의의 수호자

파산 상태의 국가경제를 회생시킨
참된 경제지도자.

민족 분단과 동족상잔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족화해를 통해 공존공영을 실현한
평화의 사도. 

노무현 대통령을 발굴해
민주주의를 성숙시킨
혜안을 가진
우리 민족의 영원한 선생님.

김대중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시간은 이미 6시가 넘어서 38번 국도를 통해 영월로 나가는 아름다운 귀가 길은 포기. 귀가 속도에만 초점을 맞춰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부일식당으로 내달렸다. 아이들은 배고픈 가운데도 부일식당이라는 말에 참아준다. 산채백반으로 조금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이젠 1인분에 8천원씩 한다) 긴 시간동안 이를 닦지 못하니 화장실에 가서 입안을 물로 깨끗이 헹구고 가자고 했다. 다음에도 먼 여행 중에 이를 닦지 못하면 이렇게 10번 정도 헹궈 입안을 깨끗하게 해 두면 이가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가르쳐 주고, 8시쯤 집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