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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2009.5.28

by 연우아빠. 2009. 5. 29.

그 분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눈물을 보이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차마 갈 수가 없었습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28일 저녁, 사무실을 나와 마지막 가시는 길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인사드리러 갔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했던 분이
가시는 마지막 길은
그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수만 시민들은 묵묵히 5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 길을

한마디 불평없이 엄숙하게 따라갔습니다.
그 길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5월28일 회사를 마치고 광화문 전철역에 도착해 찾아간 덕수궁 분향소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추모객으로 길을 건너
반대편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20분만에 겨우 끝에 도착해 줄을 섰습니다. 저녁 8시 20분.


길 반대편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보이는 저 줄이 덕수궁 방향으로 가는 조문객 줄입니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 시청역에 도착합니다.

 


서울시와 정부는 이날까지도 시청광장을 점거한 채 시민들에게 내 주지 않고 있었고 도로 양쪽에는 전경들과
경찰버스로 바리케이트처럼 줄세워 놓았습니다. 이제 조문객의 줄이 시청역 안으로 이어져내려갑니다.

 


시청역 안에는 다시 끝없이 구불구불 줄이 이어져 있습니다.
오가는 시민들 불편하지 않게 넓은 곳에서는 4줄로 좁은 곳에서는 2줄로 이어갑니다.
곳곳에 2인1조로 자원봉사자들이 자리잡고 물, 과자, 초, 근조휘장 등을 시민들에게 전해 줍니다.

 


줄을 선지 1시간 쯤 지났을 때 시청역 기둥을 지나갑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차분하게 줄을 지어 갑니다.
예상과 달리 20대 젊은이가 너무 많아서 놀랬습니다.

 


오가는 시민들이 지하철 역사 벽에 사람들이 붙여놓은 글과 사진을 읽고 있습니다.

 


그 속에 우리 대통령은 시골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인자한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습니다.

 


행사를 알리는 대자보도 있고

 


추모하는 글을 적어 매달아 둔 사람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다시 지상으로 줄이 올라옵니다.

 


누군가 국화꽃을 물병에 꽃아 가로수 옆에 모셔놓았습니다.

 


당신은 갔지만 당신의 뜻은 살아 있는 우리가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내건 글이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 우뚝 서 있습니다.

 


줄 서서 기다린 시간이 2시간이 지났건만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고,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립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먼저 분향할 수 있도록 주최측에서 세심하게 배려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다시 행렬이 덕수궁 지하보도로 이어집니다. 들어가는 줄과 나오는 줄입니다.
지하도로 안쪽에는 또 끝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더위에 지치는 사람들이 없도록 차가운 물을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고 있었고,
제 앞에 서 있던 부부는 신랑되시는 분이 직장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하였는데
신랑되시는 분이 얼린 생수를 10여병 사오셔서 주변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시더군요.
참 멋진 분입니다.

 


다시 지하도를 나와 서울시의회 건물앞으로 행렬이 이어집니다.

 


줄서서 걷기 시작한 지 2시간 반쯤 지났을 때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이렇게 걷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제 뒤에 서 있는 젊은 부부가 얘기하더군요.

 


덕수궁 안쪽으로 이어졌다가 다시 돌아 나가는 줄입니다.
곳곳에 아주 훌륭한 이동식 화장실을 배치해 놓아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고
세상이 많이 세밀해졌음을 느낍니다.

거리에는 쓰레기 하나 없을만큼 깨끗하게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느껴봅니다.

 


작은 빛으로 어둠을 밝히는 시대의 희망이었고,
빛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신 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자정무렵 풍등날리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모두 '상록수'를 부르기로 했었지만 제가 있었던 곳까지는 음향시설이 없어 전달이 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에 빼곡히 붙어 있는 노무현 대통령님에 대한 추모의 글은 보는 사람들을 모두 숙연하게 만듭니다.

 


드디어 시청광장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제 차례가 멀지 않았네요.

 

 

 


마침내 분향소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분향소 근처에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밝혀 놓았습니다.

 


저기가 대한문 앞,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놓은 분향소입니다.

 


오른쪽에 희망나무가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모의 글을 적고 종이학을 접어 장식을 해 놓았습니다.
줄서기 시작한 지 4시간 반이 지난 2009.5.29 00:47 노무현 대통령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절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차례를 기다리며 들어가는 사람과 나름의 방식대로 이날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시청 역 벽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벽을 이렇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뜻을 제 아이들에게도 전달해 아름다운 세상을 꼭 만들겠습니다.

 


제가 줄서기 시작했을 때 보다 더 길어진 것 같은 끝없는 추모행렬이 이어집니다.

 


당신은 당신의 몸을 던져 우리에게 세상의 빛이 되셨습니다. 
당신이 있어 희망이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저희들에게 맡기시고 하늘에서 편안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