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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신록과 죽음의 교차 ...통고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9. 5. 25.

제 맘 속에 유일한 대통령, 우리 노무현 대통령님! 
인간이 만든 필설로 어찌 이 맘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지지하고 앞으로도 지지할 것입니다.
존경했고 사랑하고 제가 살아있는 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부디 편안히 쉬십시요.

제 맘 속에 유일한 우리 대통령님!
눈물이 나서 더 못쓰겠습니다.......

국민을 위해, 원칙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당신의 영전에 이 꽃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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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계곡을 아름답게 수 놓고 있는 꽃사진 


이름 모릅니다. 가르쳐 주시면 수정해 넣지요. ^^;;
유진맘님 힌트를 가지고 찾아보니 쇠별꽃이 제일 비슷하게 생긴 것 같네요.


쪽동백꽃, 마치 아카시아 꽃처럼 화사하고, 향기는 행운목 같은데 훨씬 부드럽고 은은한 향이 납니다.


삼각대가 없어서 손각대로 찍었는데 역시 저속셔터는 무리(셔터 속도 1.3초)


함박꽃(일명 산목련)


층층나무 꽃이 이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줄 왜 예전에는 몰랐을까요?


휴양림 순환산책로의 작은 계곡. 작년 수해 피해가 굉장히 컸던 모양입니다.
아직도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식당동 옆에와서 뭔가 먹고 있던 다람쥐. 카메라를 가지고 다시 나와서 찍었는데 한참을 기다려 주더군요.


광각이 아니라서 싱그러운 녹음을 시원하게 담지 못하겠네요. 수련관에서 아래쪽으로 본 모습


이름 잊어버렸습니다. 졸방제비꽃과 비슷한데 흰색 꽃잎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색깔은 태백제비꽃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등산로 중턱 쯤에 사진 찍으라고 장승 10여개를 세워 놓았습니다.

 


수련관 앞에 핀 붓꽃


고기 구워 공급하느라 바깥에서 식사 중인 두 동생


1,700원 주고 산 일회용 석쇠와 남들이 한번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 석쇠를 구부려 만든 숯망.
여기에 모닥불을 붙여 밤늦게까지 3형제 부부가 끝없이 이야기를 이어 갔습니다.


준기맘과 준기 사촌 여동생. 맑디 맑은 계곡에 꽃 배를 띄워놓고 어서 흘러 가라고 물을 뿌립니다. 



통고산자연휴양림 여행(2009.5.23~24)

아버지 생신을 맞이하여 4남매 가족이 모두 모여서 휴양림 나들이 하는 것은 어떠냐는 아내의 말에 뒤늦게 경북지역 휴양림을 뒤져 봤지만, 빈방은 없다. 대기를 몇 개 걸어 놓고 당일까지 빈방이 나오지 않을 경우 타프 들고 낮에 휴양림에 들어가 가족끼리 놀다가 밤에 돌아오는 것으로 일단 정하고 누나와 동생들에게 알렸다. 누나는 주말근무 때문에 못온다 하여 3형제만 모이기로 했다. 21일 밤 11시쯤 확인해 보니 1순위 대기가 4개가 걸려있다.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금요일 오전에 다시 체크해보러 들어갔더니 대기가 모두 자동취소로 되어 있다. 휴양림관리사무소에 알아보니 어이없게도 예약시스템은 하루 전날 대기는 모두 자동취소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단다. 어처구니가 없다. 해당일이 지난 다음에 자동취소되도록 프로그램 수정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홈페이지에 민원글과 답을 남기도록 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 없다. 금요일 오후, 퇴근 시각이 됨과 동시에 인사를 남기고 용수철처럼 사무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집에 도착하니 7시 20분.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8시에 출발했다. 준기는 키우던 사마귀가 지난번 도룡뇽처럼 죽을 것이 걱정되었는지 출발하기 전에 숲속에다 사마귀를 풀어주고 왔다. 고속도로에 차는 많았지만 생각처럼 속도는 줄지 않고 잘 나간다. 밤 11시 조금 넘어서 셋째네 집에 도착했다. 평일과 별반 차이가 없는 속도.

23일 아침, 눈을 뜨니 하늘이 우중충하다. 비도 약간 뿌리고 연무인지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황사인지 암튼 뿌옇다. 막내동생이 수련관이 비어 있으니 수련관을 예약하자고 한다. 낮에 비가 올지도 모르고 부산에서 동생도 오는데 거기까지 몇시간을 달려와서 하룻밤 자지도 않고 나온다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면서....13명이 자기에는 너무 크지 않냐 싶었지만 오가는 번거로움보다 그게 낫겠다 싶어 예약을 했다. 출발 준비를 끝내고 여자들이 내려오길 기다리는데 10:37분 (시민광장 모임에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이게 무슨 소리야? (곧이어 노사모에서도 같은 문자가 날아왔다) 라디오를 켜니 청천벽력 같은 자살 소식. 헉! 순간 속이 메스껍고 기운이 빠지면서 눈앞이 흐릿해진다. 이럴 수가...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순간만큼 충격이었다. 온갖 상념이 순식간에 머리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한동안 마음을 진정시키고 11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아버지도 충격이 크셨던 듯, 여기까지 오지 않았으면 오늘 진영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라고 하신다.

12시 조금 지나 통고산에 도착해 눈이 시원하고 마음이 상쾌한 녹색향연 속으로 들어갔다. 슬픔, 기쁨, 고통....희로애락애오욕, 4단 7정 모두 녹여버리는 이 아름다움은 진정 내 인생의 복이다. 이 아름다운 날에 몸을 던져버린 그 분의 명복을 빌어본다. 평생 기억하겠노라고. 

아이들과 함께 5년만에 다시 찾은 통고산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아이들은 올챙이 잡으러 개울에 들어가서 그들 방식대로 신록을 즐기고, 어른들은 아버지를 따라 천천히 등산길을 오르며 그 동안은 눈으로 보았으되 알지 못했던 많은 꽃들을 챙겨본다. 층층나무 꽃이 이토록 아름다운 줄 몰랐다. 너무나 확실한 층층나무 꽃과 산목련을 제외하고는 아버지에게 여러번 듣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하얀 꽃들이 저마다 천상의 향기를 흩날린다. 단순한 녹색향연이 아니라 그 속에는 별보다 아름다운 꽃들이 저마다 빛을 낸다. 텅 빈방인데도 3시가 되어서야 열쇠를 받을 수 있으니 이용자 개인은 좀 짜증나는데 관리하는 사람들은 열쇠가 다 모여야 내 줄 수 있으니 그들도 짜증나리라. 열쇠를 받아 들어간 수련관 숙소는 축구장만한 방이 2개에 거실이 하나. 각 방마다 20~30명은 거뜬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이부자리가 군용담요 비스므리 한 것이라 좀 황당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건물은 제일 위쪽에 있는데 한 테이블에 8명이 앉을 수 있고 모두 식탁 6개나 있다.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전세 낸 것 같은 규모다. 주변에 달리 놀러갈 곳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있으면 모두 불러오고 싶었다.

부산에서 출발한 둘째는 도착하는데 무려 6시간이 걸렸다. 점심을 간단하게 때우고 기다렸던 관계로 둘째가 도착하자마자 저녁밥을 안치고 바로 숯불을 붙였다. 숯은 집안에서 냄새 제거용으로 두세달 진열해 놓았던 것이라 그런지 습기 때문에 탁탁튀면서 불이 잘 붙지 않는다. 10여분 쯤 고생해서 겨우 불을 붙였다. 돼지고기 직화는 고기가 딱딱해지는데 웨버에서 훈제를 만든 돼지고기는 너무 부드럽고 맛이 좋다. 부드러운 것은 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께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아이들 주고...오랫만에 만난 사촌들이 예전과 달리 밥도 잘먹고 잘 어울려 논다. 초록 숲에는 생명력을 끌어 올리는 뭔가가 있다. 저녁을 먹고 나니 오후 6시, 아직 해는 한참 남았다. 은주네, 상린이네도 대공원 야영장에 있겠지 생각하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은주아빠와 유진아빠에게 배운 게 있어서 굴러다니는 작은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았다. 잠깐 사이에 꽤 많은 양을 모았다. 남자들이 모두 설거지를 마친 다음 마당에 둘러 앉아 모닥불을 붙여 놓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모이긴 했지만 애들 돌보랴 정신없어서 제대로 우리끼리 얘기해 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모닥불 주변에 둘러 앉아 가져간 포도주 한 병으로 2시간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8시가 넘어서 아버지와 함께 생신 케이크를 자르고 아이들은 제각각 방안으로 몰려 들어가서 놀기 바쁘고 어른들은 계속 불놀이를 했다. 우리에게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며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11시쯤 자리를 파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수련관에는 아쉽게도 온수샤워를 할 수가 없다.



24일 아침, 시간이 제법 된 듯하여 눈을 떴는데 겨우 5시. 차가운 물이지만 샤워를 간단하게 하고 낙엽송이 내뿜는 청량한 느낌을 온 몸으로 받는다. 새벽부터 날씨가 영 종잡을 수 없다. 심한 바람과 먹구름이 몰려와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큰 비가 올 듯 하다가는 금방 햇볕이 쨍한다. 그러더니 금방 또 빗방울이 떨어지고 어디선가 확성기 왕왕대는 소리와 시끄러운 노래 소리가 귀를 거슬린다. 아침을 먹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 아침 이 고요한 숲 제1야영장 데크와 떼로 몰려와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 그 확성기 소리는 바로 교회에서 몰려와 예배를 보는 소리였다.

아이들은 개울가로 우르르 몰려 내려가 그 차가운 물 속에 발을 담고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을 쫒아 다닌다. 그들을 뒤로 하고 아버지, 부산 동생부부와 함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니 통고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다시 되짚어 내려오는데 정말 큰 비가 올 듯이 바람과 먹구름이 몰려온다. 12시 조금 넘어 남은 음식으로 요기를 하고 휴양림을 나서려니 아이들이 너무 싫단다. 계속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하지만 어쩌랴. 너희들도 이젠 조금씩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걸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는 너희들에게 힘든 나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손바닥에 티눈이 생긴 준기는 시멘트 바닥에 몇일 문지르면 티눈이 사라진다고 했더니 외가에서 발견한 작은 시멘트 조각을 들고서 열심히 티눈을 문지르고 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처가에 잠깐 들러 장모님을 뵙고 30분쯤 눈을 붙인 뒤 4시에 귀가 길에 올랐다. / 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