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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봄날을 기다리는 오서산 여행

by 연우아빠. 2009. 2. 4.

봄날을 기다리는 오서산 여행

2009.1.30~2.1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박사님 연구실에서(준기의 저 진지 모드 ^^) 
이융남 박사님은 올해 49살이시네요.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공룡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지질자원연구원으로 옮기셨다고 합니다.


지질박물관에서 최범영 박사님의 지구 내부 구조 설명


이융남 박사님이 몽골에서 최근 발굴한 공룡화석 모형(지질박물관)


지질박물관의 암석 샘플 전시장(이렇게 암석 종류가 많은지 몰랐습니다)


여름이면 저 푸른 초원이었을 지질자원연구원의 잔디밭..연우와 준기가 냅다 뛰어갑니다. 


오서산의 아침, 아직도 잔설이 많습니다. 여기에서 철수


무령왕릉 앞 전래놀이 체험마당(굴렁쇠 굴리기)


국립공주박물관의 무령왕릉 전시실


10여년 만에 들린 공주박물관은 완전히 상전벽해가 돼 있었습니다.


천수만의 일몰(1.31)


수덕사 가는 길에서 만난 한국고건축박물관 


한국 고건축박물관의 고건축 축소모형 전시실


이응로 화백이 말년에 머물렀다는 수덕사 앞 수덕여관


나무야 사랑하는 나무야 


수덕사 대웅전 앞


대웅전에 본 수덕사 앞 산


간월도에서


공룡을 너무 좋아하는 준기는 대전에 있는 지질박물관에 가겠다고 한 달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주말마다 출근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는 나날의 연속인데 몸을 뺀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개학을 앞둔 마지막 주말, 회사 창립 30주년 기념식은 너무나 소박하게 지나가고 돌아가며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침 지질자원연구원에 근무하는 최박사님께 찾아간다는 연락을 하니 반갑게 대응해 준다. 준기가 공룡을 좋아해서 찾아간다고 하니 이융남 박사님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한다. 이융남 박사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공룡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공룡연구의 권위자로 몽골지역의 공룡화석 발굴과 연구를 오랫동안 담당하고 계신 분이다. 지난 1월18일 MBC 스페셜에서 그간의 연구성과 가운데 일부를 방송한 바 있어 그 방송을 본 준기는 하늘을 날아가는 듯 신이 났다.

30일날 연우가 방학 중에 배우는 천연비누와 샴푸 만들기를 마치고 12시 반쯤 대전으로 출발했다. 명절 다음 주말 때문인지 경제가 어려운 탓인지 모르겠지만 차가 별로 없어서 대전까지 가는데 두시간 남짓 걸렸다. 최 박사님은 이 날 휴가를 내셨다는데 뒤늦게 우리가 방문한다는 약속을 기억하고 연구소로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미안함에 인사를 나누고 이융남 박사님 연구실을 먼저 찾았다. TV에서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발굴작업을 하고 있어서 50대쯤 되신 줄 알았더니 실제로 보니 면도를 말끔하게 한 모습이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보인다. 이 박사님이 번역한 어린이용 책인 ‘공룡을 사랑한 할아버지’를 가져가서 사인을 받았다. 게다가 최 박사님 부탁으로 이 박사님의 저서인 ‘이융남 박사의 공룡이야기’를 한 권 선물로 받았다. 연구실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을 수 있게 해 주셔서 준기는 너무 기분이 좋았던 듯, 표정도 자못 진지하다.

최 박사님 연구실로 돌아와 학창시절부터 궁금했던 몇 가지 지질학적 문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얻었다. 최 박사님을 따라 스테고사우르스 모양으로 만든 지질박물관에 들어가 관람을 했다. 훌륭하신 최 박사님은 초등학생 아이들 수준에 맞게 정말 설명도 잘 해주시고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서슴없이 물어볼 수 있게 분위기도 잘 끌고 가신다. 1층에는 공룡에 대한 자료가 가득하고 2층에는 암석샘플과 각종 지질관련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시청각 실에서 관람한 고대 생물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늦게 도착한 관계로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5시를 넘겼을 때 쯤 최 박사님께 작별을 고하고 공주를 거쳐 오서산으로 향했다.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저기 쯤 있다고 설명해주고 늦은 시간이라 관람은 내일 하기로 했다. 오서산에 도착하니 입실한 가족은 우리를 포함해 2가족뿐. 휴양림 전체가 캄캄하다. 차에서 내려 하늘을 보는 순간 손에 잡힐 듯 하늘의 별이 가까운 곳에서 영롱하게 빛난다. 도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환상적인 모습. 짐을 내리고 살구꽃방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양념에 재워온 고기를 볶아서 저녁을 먹었다. 적은 양을 오래 씹으면서 음식재료가 갖고 있는 갖가지 향을 골고루 느끼며 먹는 맛이 포만감을 느끼며 먹는 푸짐한 음식에 못지 않게 맛있다는 것을 느낀다. 연우는 밤새 밀린 방학숙제와 일기를 쓰느라 바쁘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31일 아침, 바깥이 밝았다. 방이 너무 뜨거워 깊은 잠을 자지 못했지만 상쾌한 공기는 휴양림에 와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아버지와 함께 오서산의 뒤쪽 완만한 길을 올랐다. 고개를 올라가면서 왠지 잘못 들어온 것 같더니 지난 9월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 갈림길에서 길을 착각했음을 알았다. 아버지가 힘들어 하실 것 같아 내일 다시 올라오기로 하고 내려갔다. 아버지는 아들과 사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와 사는 것임을 각인시켜 드리느라 한참을 토론하다가 12시가 다 돼서 공주로 길을 나섰다. 무령왕릉과 공주박물관에서 연우와 준기에게 공주와 무령왕릉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 해 주었다. 연우는 역사에 관심이 많고 준기는 공룡에 관심이 많은데 둘 다 책만 많이 읽어서 그런지 역사이야기에 대한 질문이 귀찮을 정도로 많다. 지금은 지식을 주워 섬기지만 언젠가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굴렁쇠를 굴리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은 너무 지체했다. 이제 준기가 보고 싶어하는 천수만 철새를 보러 가야할 시간.

4시 50분에 공주에서 출발해 천수만 간월도를 향해 달렸다. 해가 조금 길어지긴 했지만 6시가 넘자 해가 산을 넘어 간다. 천수만이 보이는 방조제에 도착하자 해가 수평선 위에서 붉은 빛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십만마리 철새의 장관은 어디에도 없다. 논에도 없고 가끔 하늘을 날아가는 기러기와 청둥오리는 수십마리 정도밖에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탐조 포인트에는 썰렁한 흔적만 남아 있을 뿐....대체 어디에 간 것인고? 아쉬움과 실망으로 뒤집어진 준기를 달래 내일 다시 와보기로 하고 저녁을 먹으로 남당항으로 내려갔다. 새조개 축제를 한다는 깃발은 날리는데 정작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연우와 준기가 회를 먹겠다고 고집을 부려 상린아빠님께 전화를 해서 자주 가는 횟집을 물었다. 쌍둥이네 집은 문을 닫고 주변에 모범식당 팻말이 붙은 집으로 들어갔다. 광어 한접시와 매운탕으로 썰렁한 포구에서 저녁을 때우고 휴양림으로 돌아오는데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사람들이 필요이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위정자들이 걱정할 일이지만...

휴양림 숙소 여기저기에서 불빛이 보이고 숯불구이를 하는 집들도 제법 보인다. 휴양관은 그래도 좀 빈 숙소가 있는 것 같고. 밀린 숙제에 끙끙대는 연우만 남기도 모두 잠이 들었다. 연우는 가족기행 보고서 쓰는 일에 걱정이 태산이다.

 

2월1일 아침. 눈을 뜨니 아침 7시 40분. 어제보다 약간 차갑지만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아버지와 함께 오서산에 올랐다. 북사면에는 해가 비치지 않아 눈과 얼음이 제법 남아 있었지만 정상부분과 햇볕이 비치는 남사면은 질척거릴 만큼 봄기운이 차 오른다. 입춘이 다가오는 계절이라 그런지 시계는 흐린 편이라 사진 찍을 맘이 나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지만 눈이 모두 녹은 남사면을 타기로 했다. 가끔씩 오르내리는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며 야영장 쪽으로 내려오니 3가족이 데크에서 야영중이다.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에 등산복에는 땀이 가득하다.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마치고 짐을 쌌다. 12시에 휴양림 나서 수덕사를 향했다. 수덕사 근처에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에 잠깐 들러 옛 건물의 내부 구조를 정교하게 축소 제작해 놓은 전시물을 보고 수덕사로 향했다. 700년전 목조건물이라는 대웅전은 단층이 완전히 벗겨진 채로 관록을 뿜어낸다. 휴양림은 올 때마다 주변에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아직도 많은 매력을 갖고 있다. 느린 행보로 개심사는 다음에 보기로 하고 간월도로 다시 내려갔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어제보다 청둥오리 떼가 조금 더 늘었다는 것과 논에서 먹이를 찾는 새떼가 좀 더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대했던 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음에는 11월에 철새안내 정보를 제대로 찾아보고 와야겠다. 그런대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새 떼가 준기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봄날 같은 날씨지만 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상당히 싸늘하다. 사진도 거의 찍지 않고 어른은 산을 즐기고 연우는 좋아하는 박물관과 무령왕릉을 봐서 행복했고 준기는 공룡박사님과 지질박물관 그리고 천수만에 두 번 왔다는 것에 행복감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