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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으악새와 노을이 아름다운 가을 오서산

by 연우아빠. 2009. 9. 30.

으악새와 노을이 아름다운 가을 오서산

2008.9.27~9.28(1박2일)

상린채린이네 가족, 은주네 가족, 재성이 가족(은주네 이웃사촌), 유진아빠와 지환이, 우리가족
오서산 휴양림 연립동 407호(모란꽃)



광천IC에 도착. 서너달 못 본 사이에 훌쩍 커버린 듯한 은주가 반갑게 달려 옵니다.

 
올밤이 많은 곳이라 이미 떨어진 밤은 벌레 먹어서 쓸만한 게 없었습니다.
상린아빠께서 밤을 털어 봅니다. 햇살이 너무 강렬하네요.

 
늦밤이 있는 곳으로 밤을 주우러 갔습니다.

 
상린아빠님 이모님댁 앞에 있는 논에서 준기는 엄마랑 메뚜기를 찾고 있는 걸까요?
예전에는 여기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는데 수십년 전에 간척을 해서 논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서산 노을을 보러 올라갑니다. 숲 그늘 때문에 사진이 다 흔들렸습니다.
준기는 사진 찍지 말라고 손으로 가렸네요.

 
8부 능선에 오르면 바닥판 처럼 만든 논이랑 아름다운 산과 들이 보입니다.
서해 바다도 보이고, 11월 같은 깔끔한 공기는 아니라서 시야가 약간 흐리네요.

 
으악새 밭에 꼽사리 낀 들국화인가 구절초인가?

 
강렬한 오후 햇살을 받아 으악새가 멋진데 사진 노출을 맞추기에는 난감한 상황

 
으악새가 바람을 타고 하늘 거립니다.

 
목요일~금요일 사이에 비가 와서 그런지 하얀 으악새와 노릇한 저녁 햇살이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오서산 북쪽 능선

 
오서산 정상표지석. 현지아빠님과 우현맘님의 손만 등장한 "조처산" 사진이 생각나서 찍어봤습니다.

 
'70년대 스타일의 기념사진을 연출하신 상린아빠님.
기념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는 것도 '7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재연하셨습니다.

 
채린이 표정 참 예쁘죠? 힘들고 가파른 코스를 잘 올라온 아이들


저 길이 휴양림을 내려가는 완만한 하산길입니다.
유니맘님 옛날 후기에 나왔던 편안하고 아이들과 산책삼아 올라올만한 그런 길이었습니다.


오서산의 노을이 아직 자리를 잡기 전 모습, 멀리 가로로 길게 누운 땅이 안면도라고 합니다.

 
일요일 오후, 아직은 초록색이 많은 야영장 계곡


상린이네가 먼저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은 야영장으로 자리를 옮겨 파전과 간식을 먹습니다.


은주네 이웃사촌 재성엄마께서 열심히 파전을 부치고
아빠들은 매점에서 사 온 막걸리 한사발을 하고 있습니다.


과일을 꺼내 마지막으로 입가심을 하고 휴양림을 나섰습니다.




2006년부터 매년 9월에 가던 상린아빠님 이모님 댁에서 하는 밤 줍기. 그 즐거움을 금년에도 변함없이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3주차에 가는 것이 가장 밤상태가 좋은데 아이들 학교를 쉬는 토요일이 아니라하여 4주차에 은주아빠께서 오서산(407호 방)을 예약한 것을 발판삼아 27일에 오서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밤 줍기에 대한 계획을 알리는 날부터 설레는 모양이다. 8명만 숙박할 수 있는 방이라서 2~3가족은 야영을 해야 할 것 같아 아버지께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게다가 수요일부터 날씨가 차가워져서 비도 오고 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내가 그래도 계획을 알려는 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해서 목요일 아침에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야영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다. 밤 줍기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눈이 빛난다. 누구네가 오느냐? 아이들이 온다면 놀이감을 준비해야겠다 하시면서 갑자기 의욕을 보이신다. 추운데 괜찮겠냐고 여쭈었더니 겨울 침낭이 있는데 뭐 괜찮지 않겠냐고 하신다.

일요일에는 상린네가 서울에서 맞이해야 할 손님이 있어서 토요일 10시에 광천에서 만나 이모님댁에 가서 밤 줍기를 하기로 결정됐다. 토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는데도 이럭저럭 8시가 돼서야 출발했다. 지체할 것이 걱정돼 비봉IC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탔다. 차는 많았지만 생각보다 잘 빠져서 9시 45분에 광천TG를 빠져나와 기다리고 있던 은주네를 만났다. 조금 있다가 상린네 가족도 도착해 함께 이모님 댁으로 갔다. 늘 줍던 곳의 밤은 역시나 거의 다 벌레 먹은 상태였다. 논을 따라 더 안쪽에 늦밤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이미 추석 전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주워가고 그나마 남은 것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밤 줍기 준비를 단단히 하셨는데 올밤의 계절이 지난 탓에 작년 같은 재미를 맛보지 못하셨지만 아이들에게 많은 수확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기에 점심을 먹으러 이모님 댁으로 돌아가 준비해 온 점심을 펴 놓고 밥을 먹었다. 우리는 볶음밥, 옆에서 은주네가 라면을 먹는다. 준기는 한약을 먹고 있어서 라면을 먹을 수 없는데 떼를 쓴다. 결국 한 젓가락 먹이고, 그래도 자제심을 발휘해 조금만 먹고 내려 놓는다. 우리 준기의 장점. 은주아빠는 버팔로 의자 4개를 배달받아 이날 처음 펴본다고 한다. 앉아보니 편하긴 하다. 의자가 12개나 있다면서 4개 18,000원만 주고 가져가라고 웃는다. 이 의자는 결국 우리 집으로 왔다. 봄 가을 야영할 때 엉덩이 붙이기에 좋겠다. 상린이와 상린아빠는 늦밤이 있는 곳에서 한참 더 있다가 밤 한보따리를 안고 왔다. 아이들이 충분히 밤 줍기를 즐겼다고 생각해서 더 가지 않고 휴양림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상린네는 광천시장으로 어패류를 사러 가고 다른 식구들은 오서산으로 들어갔다. 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발코니에는 텐트 2개를 칠만한 공간도 있다. 우선 태성이네 가족과 우리는 야영장에다 텐트를 치고 상린네 가족을 기다렸다. 3시쯤 상린네 가족이 장을 봐서 도착했고 오서산 노을을 보러 등산을 가자고 3시 30분쯤 길을 나섰다. 4시 반쯤 올라갈 계획이었는데 너무 빠른게 아닌가 싶었다. 오후에 출발한 유진아빠와 지환이는 길이 막혀 좀 늦을 것 같다고 하는데 지금 가면 노을을 보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는 텐트에 들어가 누우시고 우리는 야영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준기는 투덜거리고 은주를 비롯한 아이들은 얼른 다녀와서 놀 생각에 빨리들 올라간다. 언젠가 라파엘아빠께서 올려놓은 후기에서 본 절 같이 생기지 않은 절 앞에서 목을 축이고 길을 올라간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긴 옷을 입고 올라갔더니 땀이 많이 난다. 1시간 남짓 등산을 했을까? 발아래 바둑판처럼 황금물결이 보이고 멀리 서해바다가 빤짝이는 모습이 앞에 펼쳐졌다. 2년전 다유네 모임 때 아침등산을 하지 못해 오서산의 가을 으악새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제야 풀어 본다. 시야는 좀 흐렸지만 초록이 좀 남아 있는 황금들판과 저녁 해를 받아 빛나는 으악새, 그리고 파란 하늘이 상큼한 가을의 서정을 느끼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강렬한 햇볕의 콘트라스트 때문에 적정 노출을 잡는 것이 어렵다. 으악새 밭에는 간간히 작은 국화가 바람을 타고 하늘거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으악새는 이리저리 출렁이고 사진기를 들여다보느라 일행이 저 만치 가버린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뛰어 다니며 사람들 사진이나 찍어 주는 게 좋으련만 멋진 풍경을 잡고 싶은 생각에 일행보다 뒤쳐졌다. 정상까지 평탄한 길이 100m쯤 이어지는데 좌우로 으악새 밭이다. 노을이 질 때 찍는다면 환상적이겠다 싶은데 바람이 역시 차갑다. 가족별로 기념사진 찍고 상린아빠께서 ’70년대 스타일 설명하길래 ’70년대 스타일로 찍고 정상 너머 평탄한 하산 길로 휴양림 쪽으로 내려왔다. 일행들 뒤에 따라다녀서 그랬는지 유진아빠가 뒤늦게 올라오고 은주아빠가 기다렸다가 같이 내려온다는 얘기를 흘려들었나보다. 그런 줄 알았다면 정상에서 노을 사진이나 삼각대 놓고 제대로 찍어 볼 것을..작은 삼각대 지고 올라갔다가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내려왔다. 헤드렌턴까지 다 준비했건만.....

유진아빠와 지환이가 은주아빠와 같이 내려오고 우리는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어쩐 일인지 웨버는 영 아니올시다 상태다. 숯불은 금방 꺼지고 결국 실패. 우리가족끼리 갔을 때는 두 번이나 잘 사용했는데??? 깨가 서말이라는 가을 전어구이에 키조개 양념구이, 장어구이, 돼지목살구이 등은 말 대신 우리를 살찌게 한다. 한 병, 또 한 병 소주가 사라지고 일요일 아침 사단이 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술이 나와서 화기애애한 가을밤을 함께 했다. 지환이는 놀다가도 아빠 옆에 자주 와서 술을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점검을 하면서 엄마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다들 등산을 해서 피곤했는지 휴양림에 다니면서 가장 모범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10시 30분쯤 자리를 파하고 아버지와 함께 난생 처음 야영을 했다. 추우실 것 같아 유니맘님이 알려준대로 물을 끓여 레드페이스 물병에 넣고 수건에 싸서 아버지 침낭에 넣어드렸다. 젊었을 때 객지생활하시면서 유단포를 이용해 보신 모양이다. 겨울침낭 속에 있으니 아버지는 딱 좋다고 하신다. 이 말을 전해들은 아내가 “아버님, 이거 야영에 맛을 들이시면 곤란한데” 하며 웃는다. 다행이다. 야영장이 있는 계곡에만 유난히 골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낮다. 플라이 위에 타프를 내려 덮었다. 밤에 화장실 가느라 한번 일어난 것을 제외하면 야영하면서 제일 잘 잔 날이다. 새벽 3시쯤 휴양림 계곡은 토요일 저녁보다 한결 따뜻하다.

일요일 아침, 아빠들이 나와 어제 저녁 먹은 잔해를 청소했다. 엄마들은 어제 등산이 피곤했던 것일까? 한잠이 들었다. 정리를 하는 동안 어제 마시다 남은 술을 발견하고는 해장술 핑계로 한 두잔 하더니 발동이 걸려 남은 소주 한병마저 다 마셨다. 말렸어야 했는데...기어이 사단이 나고 말았다. 설거지를 하고 아침 술을 마신 사람은 술을 깨러 다시 잠을 청했고 태성이네 가족은 미리 밖에서 아침을 하고 한참 뒤에 남은 사람들만 방에 모여 조금 부족한 듯한 아침을 먹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모닥불을 피우고 거기에 어제 먹으려다만 밤을 구웠다. 아침에 해장술을 한 사실을 안 상린맘께서 화가 많이 나신 듯, 우린 모두 숨을 죽이고...구운 밤을 드려도 화가 풀리시지 않은 듯 가족을 재촉해 호주에서 오시는 손님을 맞으러 서울로 가셨다. 떠나는 모습을 배웅하며 다음에는 술을 뺏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건강한 가족여행을 위해 휴양림을 찾는 것인데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연우 준기가 어른들은 모이면 술만 마시는 줄 알아서 곤란한 점도 있고. 다음에는 술 없는 모임을 해 봐야겠다.

금방 딴 밤은 아직 달콤한 맛은 적었다. 덕산스파나 천안상록온천을 가려던 계획은 너무 비싼 가격이 포기하고 숲에서 더 놀다가 오후에 올라가기로 했다. 남은 네 식구는 짐을 야영장으로 옮기고 남은 돼지고기와 장어를 굽고 파전을 부쳤다. 아침에 해장술로 사단이 났었건만 파전을 보더니 바로 막걸리를 사온다. 남은 음식을 모두 해결하고 배드민턴을 하다가 10월 넷째주에 황정산휴양림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고 휴양림을 나섰다. 매번 가던 독배토굴젓갈(일명 최명석 젓갈)집에 들러 오젓, 멸치액젓, 김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 집에 들러 추석 때 모이는 형제자매를 위해 선물용 젓갈과 김을 많이 샀었는데 올해는 추석이 너무 빨라서 우리 먹을 것만 조금 샀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이 지역 대하축제, 전어축제 때문인지 서해안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내내 국도로만 달렸다. 3시간 남짓 걸려 집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