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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게으름으로 늘어지게 보낸 복주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8. 5. 26.

게으름으로 늘어지게 보낸 복주산휴양림

2008.5.24~25


강원도 철원. 도피안사. 서기 865년 도선대사가 무리를 이끌고 여기에 와서 세운 절이라고 합니다. 

 


동화책에서 읽은 아카시아 파마를 해 주고 있습니다.
절 근처에 아카시아가 참 많습니다. 

 


도피안사 출입문과 범종각입니다. 출입문은 최근에 만든 것 같습니다.

 


경내에는 보라색과 노란색이 예쁜 붓꽃이 피었습니다. 붓처럼 생겼다고 붓꽃이라고 한다네요.

 


보물 제223호 도피안사 삼층석탑. 서기 865년 도선대사가 절을 창건할

처음 세운 것으로 추정합니다. 기초석은 아주 오래된 듯하고 옥계석과
계단석은 시대가 좀 뒤인 듯 합니다.

 


국보 제63호 비로사나불(철제좌상)입니다. 고려 때 만든 아름다운 불상으로 당시에 유행하던 쇠로 만든
불상입니다. 미소가 따뜻하고 입술이 투툼한 모습에 덕성을 느낍니다.

 


도피안사 경내, 새로 짓는 건물이 보입니다.

 


복주산자연휴양림 휴양관 뒷길

 


거위벌레가 알을 숨겨 놓은 모습입니다. 알을 보호하려고 잎사귀로 돌돌 말아 놓습니다.

 


휴양림 계곡 물놀이 터에서 송사리를 잡아 관찰하는 아들

 


함박꽃(일명 산목련)입니다. 5~6월에 피는데 참 예쁩니다.

 


휴양림 산책로입니다. 복주산 휴양림은 면적은 좁지만 아기자기한 숲길이 산책하기 좋습니다.

 


고추나무입니다. 잎사귀는 먹을 수 있습니다.

 


무서운 독초 천남성. 옛날에는 사약 원료로 썼습니다.
이 풀을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실명할 수도 있습니다.
여름에 초록색 구슬같은 열매가 생기고 가을이 되면 빨갛게 됩니다. 구슬처럼 뭉쳐진 열매입니다.

 


야영장을 만드려고 했다가 그만 둔 듯..데크는 설치할 수 있었지만
취사장을 만들 공간이 없어서 중단 한 것 같습니다.

 


숲에서 발견한 곤충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곤충도감을 뒤지는 준기

 


휴양림 수련관입니다. 단체로 모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곳입니다.

 


숲속에서 콩중이를 발견하고 즐거워 하는 준기

 


계곡 한 가운데 자리잡은 물놀이장입니다. 차가운 물에 그닥 깊지 않아 아이들에게 좋습니다.

 


서울시에서 희귀종 보호동물로 지정한 무당개구리입니다. 배는 빨갛고 등에는 검은 반점이 있습니다.




작년 12월, 철새 보러 가자고 예약했다가 해외출장으로 가지 못한 복주산휴양림.

4월 초에 대기 걸어 놓았으나 한달이 넘도록 대기 1순위에서 요지부동. 5월 셋째주말까지도 변함이 없다. 유진이네가 같이 가면 좋겠다고 하는데 약속을 지킬 수나 있으려나. 야영장도 없는 곳이라고 하니 안되면 우리가족만 가리왕산 야영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나? 이러고 있는데 16일 밤에 복주산에서 문자메시지가 쏟아진다. 한꺼번에 네 개나 취소분이 쏟아졌다. 1층 원앙새 방만 예약하고 모두 대기취소를 하고...

23일, 산목련님의 형부 가족도 함께 오신다는데 1층에서 나란히 지내시라고 우리가 예약한 원앙새 방과 산목련님의 꾀꼬리 방을 맞바꾸기로 했다. 일기, 숙제, 부족한 과목 공부를 휴양림에 가서 할 거라고 다짐을 받고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했는데 밤 1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이렇게 잠을 안자니 언제 크려나?

아침 5시에 잠이 깼다. 설렁설렁 준비를 하고 짐을 차에 실었다. 수납을 압박을 피하고자 뜻하지 않은 알바 소득으로 초소형버너를 장만하고 작은 상자에 차곡차곡 채워 넣는 방법으로 바꾸었더니 생각보다 공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많이 막힐 것 같은데 아이들은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났고, 준비는 지지부진....아버지는 아침 10시부터 시청에서 주관하는 아이들 숲해설을 해 주시러 수리산으로 가신다고 우리만 가라고 하신다. 길에서 시간을 다 낭비할 것 같아 간만에 짜증을 내며 준비를 독촉했지만 10시 반이 돼서야 출발. 날씨는 여름처럼 무덥다. 외곽순환도로는 총알처럼 달려갔지만 퇴계원 IC에 도착할 무렵 출구 쪽은 예상대로 차가 꽉 막혀있다. 머리 위로 보이는 47번 도로 역시 차가 길게 서 있다. 기다려서 나가기에는 너무나 긴 정체. 다음 출구인 별내IC로 나가서 ‘고향초가집(포천 소홀읍 고모리, 031-543-2471)’을 찾아 점심을 먹고 도피안사~고석정을 거쳐 휴양림에 들어가기로 했다.

고향초가집 찾아가는 길은 음식점 천지다. 중간 중간 모범음식점에 준기맘이 군침을 흘렸지만 모조리 패스하고 좁은 길을 지나 고향초가집에 도착했다. 생선 네 종류를 구워주는 정식은 22,000원(2인분 세트), 점심 때는 7천원짜리 생선구이는 주문 받지 않고 사람 수만큼은 시켜야 한다는 공급자 우선원칙에 입각한 기준을 얘기하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수요가 그만큼 많은가 보다. 2인분 정식 + 조기 한 마리 더 얹어 33,000원에 밥 세 공기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내 오는 밥을 보니 돌솥밥이다. 숭늉을 먹을 수 있어서 이건 맘에 든다. 생선 다섯 마리는 너무 많은 것 같아 두 마리만 먹고 세 마리는 싸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점심을 먹고 도피안사에 도착했다. 유진이네는 이제 출발해서 막 외곽순환도로에 들어섰다는 연락이 왔다.

깊은 산 속 같은 철원에 넓디넓은 논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한탄강과 철원평야라면 궁예가 나라의 근거지로 삼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무그늘 하나 없는 도피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그야말로 한 여름이다. 주차장 한켠에 동주(철원) 최씨 집안의 팻말을 보니 서라벌-쇳벌-새벌-동주가 같은 어원을 가진 말이라는 양주동 박사의 학설이 생각이 난다. 현무암이 가득한 철원이 검은 쇠를 가득 뿌려놓은 것처럼 보여서 쇳벌이라 한 것을 후대 사람들이 한자로 바꿔서 철원이라 불렀다고 했던가.

달콤한 아카시아꽃 향기가 가득한 것이 여름이 가까이 왔다는 얘기인가? 요즘 더웠다 서늘했다 기온이 춤을 춘 탓에 올해 아카시아꽃 향기는 옛날만 못하다는데 철원은 그래도 아카시아 꽃향기가 많이 난다. 연우는 책에서 본 아카시아 파마를 엄마에게 해 준다면 아카시아 잎을 땄다. 절을 구경하는 것보다 아카시아 꿀을 따는 벌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 준기는 돋보기를 들이댄다. 서기 865년에 처음 건축했다는 도피안사는 작은 절이지만 초기 철불인 비로사나불(국보63호)을 모시고 있어 미술사적으로도 나름 의미 있는 절이다. 철불 뒤에는 조성연대를 알려주는 글씨를 새겨 놓았다고 하는데 신라가 분열하기 직전의 불안한 사회상 때문이었을까? 이 지역 사람들이 돈을 모아 피안의 세계로 도피하고 싶은 여망을 담아 조성한 부처님이라고 한다. 마당에 선 6백년 된 느티나무가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도피안사를 떠나 임꺽정이 근거지로 삼았다는 고석정을 찾아 내려왔는데 유원지 모습이다. 더위에 지쳐서 그냥 휴양림에 빨리 들어가 나무그늘에서 쉬고 싶다. 3시 반쯤 휴양림에 도착했다. 친절의 쓰나미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다. 모두들 한결 같이 친절하다. 방안은 어제 심야전기의 열이 덜 빠졌는지 후끈하다. 문을 활짝 열고 발코니에 돗자리를 깔고 누우니 파란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어른 둘은 누워서 바람을 쐬고 연우와 준기는 책을 읽는다. 어렸을 때, 한여름 오후에 그늘에 누워 하늘을 보던 생각이 난다. 4인실 방이라지만 크기로 봐서는 8명 정도는 누울 수 있을 것 같고 6명까지는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시간 쯤 누워 있다가 쌀을 씻어 놓고 휴양림을 둘러보러 산책에 나섰다. 생각보다는 아주 작은 휴양림이다. 복주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는 위험하다고 해서 조성하다 말고 중단했다고 한다. 좀 아쉽다. 계곡 올라가는 길 왼쪽을 따라 가면서 꽃도 보고 나뭇잎을 말아 알을 숨겨 놓은 것도 관찰하면서 작은 폭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물이 너무 맑고 차가워서 그런지 물고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거기 와 있던 사람 가운데 한 분이 준기에게 작은 물고기가 담긴 컵을 하나 주고 가신다. 계곡에 물고기가 살긴 사나보다. 잠시 후에 유진이네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2주만에 반가운 인사를 하고 함께 정자가 있는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얼핏보면 꼭 무궁화처럼 생긴 하얀 산목련이 활짝 피어 있다. 산목련 꽃을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숲 곳곳에 나무 데크를 만들어 놓았는데 아마도 야영장을 만들려고 했다가 식수대나 취사장을 만들 공간이 없어서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으면 여름에 천국일 것 같다.

5시 반쯤 휴양관으로 내려오니 몇몇 가족은 숯불을 피우고 저녁을 먹고 있다. 방에 들어가 밥을 안치고 유진아빠랑 같이 숯불을 피웠다. 오늘 함허동천에서 야영하고 있을 은주아빠가 생각난다. 눈으로 배운 것도 경험이라 평소보다 빨리 불을 붙이고 아이들에게 먼저 소시지를 구워 주었다. 소시지가 좀 짜다. 양쪽 집에서 내 온 밥과 채소, 거기에 고기를 구워 맛있는 얘기를 나누며 함께 땅거미를 맞이했다. 맑은 밤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낮에 흘렸던 땀이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에 추위를 느끼게 한다. 늦게 도착한 산목련님 형부가족과 함께 어울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TV 삼매경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애들 TV 못 보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야영을 가야 겠다’고 얘기하며 어른들끼리 웃었다. 저녁을 먹고 놀던 준기가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있다. 뭔가? 해서 봤더니 책에서 본대로 자동차에 깔려 죽은 불쌍한 개구리를 위해 개구리무덤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절을 하고 있었다. “개구리가 다니는 길도 만들어 놓지 않아서 차에 깔려 죽은 불쌍한 개구리야, 우리를 용서해다오” 뭐 이런 얘긴데 웃음밖에 안 나온다.

기온도 많이 내려가서 따뜻한 차가 그리운 차에 산목련님이 내 오신 감잎차와 하동산 꿀차를 번갈이 마시며 도시 생활에 쌓인 먼지를 깨끗이 청소했다. 이슬이 아주 많이 내렸다.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불을 끄고 누우니 발코니 앞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편안하다.

일요일 아침, 밤에 땀을 흘리며 자서 그런지 몸이 무겁다. 문자메시지 소리가 나긴 하는데 몸을 일으키기가 힘이 든다.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문자를 열어보니 유진아빠가 등산 가자고 보낸 문자였다. 아, 대단한 체력... 어제도 술을 꽤 하신 것 같은데 나보다 일찍 일어나 등산이란다. 피곤해서 동참 못한다는 죄송한 문자를 날리고 다시 드러누웠다. 파란 하늘이 가물가물 눈에 들어온다. 한참만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제 먹은 그릇을 거두러 갔더니 유진이네가 벌써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해서 갖다 놓았다. 미안함이 밀려온다.

쌀을 씻어 아침을 안치고 짐을 대충 정리했다. 아이들을 깨워서 어제 가져온 생선을 반찬삼아 늦은 아침을 먹었다. 아침을 먹은 뒤 우리는 오랫동안 해 보고 싶었던 아침잠을 잤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아내와 나는 깊은 잠에 빠졌고 아이들이 목공예하러 가자고 조르는 소리에 깼다. 11시가 넘었다. 퇴실할 때 목공예를 하자고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로라도 돌아보려고 가는데 기온이 벌써 장난 아니게 높다. 작은 폭포에서 준기가 무당개구리를 발견했다. 초록색 등에 검은 점이 박혀있고 배 부분은 붉은 색이 도는 무당개구리는 (준기 말로는)뱀이 덤비면 독을 뿜어 자기를 지키는 특이한 개구리란다. 한 마리는 사람이 다가가도 돌 위에 앉아 몸을 말리느라 가만히 있고 다른 한 마리는 거센 물살을 헤치고 헤엄쳐 간다.

등산로 쪽으로 산책로를 올라갔다. 바위가 곧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곳도 있다. 등산로에 들어섰는데 아이들이 징징거린다. 결국 1/3도 못가고 돌아 내려왔다. 유진아빠와 산목련님이 등산에서 돌아오셨다. 역시 1천m가 넘는 산이라 상당히 오래 걸린 셈.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짐을 꾸린 다음 유진이네를 따라 휴양림 안내소 옆에서 나무로 곤충만들기를 했다. 만드는 아이 절반, 도와주는 휴양림 직원 절반 ^^ 연우는 반딧불이를 준기는 집에서 기르고 있는 투구풍뎅이를 만들었다.

한탄강이나 연천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가 볼 생각도 했지만 유진이네는 등산 후의 피곤함도 있을 것 같고 날씨도 더워서 그냥 휴양림 안에서 계속 있기로 했다. 차들이 다 빠져나간 주차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작은 폭포 쪽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양말을 벗고 물 가운데 바위로 들어가는데 3~4m쯤 들어가니 뼛속까지 시리다. 계곡물 가장자리에 작은 올챙이가 바글바글하다. 아마 무당개구리 올챙이인가 보다. 유진아빠가 무당개구리가 가득 모여 있는 웅덩이를 발견했는데 무당개구리, 올챙이, 도룡농알, 도룡농 올챙이가 바글바글하다. 무당개구리는 무단 침입자에게 놀랐는지 높은 바위를 기어 올라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와중에도 무당개구리 한 마리는 지나가는 암컷을 입으로 물더니 앞발로 바짝 조이며 교미자세에 들어간다. 한번 잡힌 암컷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카메라를 차에 놓고 왔는데 이런 귀한 장면을 보게 되다니....얼른 내려가 준기를 데려왔다. 준기는 책에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고 신났다. 준기는 여름방학 때 개구리와 도롱뇽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다시와서 보고 싶단다.

혹시 가재가 있을까 싶어 계곡위로 계속 올라가 봤는데 아쉽게도 가재는 볼 수 없었다. 4시쯤 집으로 가기로 하고 유진이네와 작별을 하고 출발했다. 어제 엄청나게 막힌 길을 되짚어 가는 게 좀 걸리긴 했지만 늦은 출발이라 어느 정도 좋아지지 않았겠나 싶어 그냥 47번 도로를 타고 내려왔다. 자동차 전용도로 좌우로 보이는 산세가 정말 날카롭다. 평야와 산이 극명하게 대조를 보여준다. 운악산 휴양림 표지를 보니 작년 2월에 모니터링 하러 갔던 기억이 새롭다. 43번 국도로 접어들어 10km 정도 구간이 약간 밀리긴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퇴계원IC에 올라 집에 도착하니 2시간 남짓 걸렸다. 가까워서 좋았고, 모처럼 편안하게 게으름 부리다 올 수 있어서 너무 좋은 휴양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