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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여행

이웃 마실 같은 희리산자연휴양림

by 연우아빠. 2008. 3. 25.

이웃 마실 같은 희리산자연휴양림

2008.03.22~23

 

□ 마실 가듯 간 희리산

은주아빠께서 부여 역사여행 제안을 하셨고, 이리저리 희리산 휴양림 방을 잡느라 고생하셨다. 덕분에 너무 편한 여행에 편승하는 게 아닌가 미안하기도 하고...금요일 오후, 함께 가기로 한 유진네 가족이 아이들 감기몸살로 함께 하기 어렵다는 쪽지를 보내왔다. 함께 하지 못해 서운했지만 사실 나랑 아이들도 감기에 걸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휴양림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길을 나서기로 한 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타프와 비옷을 준비하고 이번에는 좀 일찍 9시에 집을 나섰다. 가는 도중 유진이네 집에서 문자가 달려왔다. 오후에 출발한단다. 기쁘기도 하지만 아이들 아픈데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너무 반가운 문자다.

은주네를 행담도에서 만나 마량리 동백정까지 함께 갔다. 쭈꾸미 축제 시작날인 때문인지 작은 마을에 차도 많고 길도 많이 막힌다. 마량리 바다는 흐린 날씨 탓인지 희뿌연 해무 탓인지 시야가 별로 좋지 못하다. 동백정 역시 썰렁해서 동백‘숲’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역시 휴양림 만한 곳이 없어”라는 말이 나오고 장을 봐서 얼른 휴양림으로 들어갔다.

높지 않는 산, 깊지 않은 길, 하지만 아기자기 한 휴양림이다. 녹조류 때문인지 짙은 초록색을 띤 저수지가 조금 걸리긴 한데 303호실은 해송에 둘러쌓여 운치 있는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 먼저 도착한 상린네랑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휴양림이 마실 오는 것 같다고 서로들 한마디씩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임도를 따라 한바퀴를 돌았다. 채린이와 연우는 슬쩍 사라져서 따라오지 않고 상린맘께서 아이들 걱정에 산보를 포기하고 되짚어 가셨다. 정상 부근에서 서해가 손바닥만한 얼굴을 내 밀고 있었지만 시야가 흐려 너무 아쉬웠다. 해송 숲 사이에서 노란 생강나무 꽃이 ‘봄이 왔어요!’하고 말하는 듯 얼굴을 내 민다. 산을 오를 때마다 투덜거리는 녀석들이지만 그렇다고 어른들만 올라오기에 휴양림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희리산 휴양림은 작년에 손을 많이 본 듯, 시스템 창호로 리모델링 한 숲속의집이 제법 눈에 띈다. 여름에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노천 수영장도 예쁘게 잘 다듬어 놓았다. 물이 차지 않아서 여름에 아이들이 놀기에 너무 좋은 곳이라고 한다. 투덜이들을 데리고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유진이네 가족도 도착했다. “어머니의 정성어린 간호 덕분에 여행을 갈 수 있을 만큼 나았다”고 하는 이야기에 한바탕 웃음이 번진다. 일기예보 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빗 속에서 봄의 운치를 즐기다

집 앞에 타프를 치고 숯불 준비를 했다. 갑바 수준의 타프지만 비를 피해 네 가족이 저녁을 즐기기엔 아담하다. 캠사 사이트에서 본 조언에 따라 그을음을 막으려고 뒤집어서 타프를 쳤는데 그을음은 타프까진 올라가지 않았고 방수는 정상적으로 친 상태보다 좋지 않은 것 같다. 빗물 처리를 위해서도 폴을 두 개 더 사서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타프 아래에서 빗소리와 저수지의 운치를 즐기며 잔을 들어 정을 기울이니 옛 선비의 봄놀이가 부럽지 않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상린아빠께서 장을 봐오신 각종 조개류, 제철을 만난 쭈꾸미, 돼지고기를 숯불 두 군데서 구워 맛있게 먹었다. 은주아빠는 오랜만에 유진아빠랑 대작을 하며 그동안 술을 못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어느 정도는 채우신 듯. 맘님들을 위한 소곡주 한병도 제 할 일을 훌륭히 마치고...

아쉬워 하는 은주아빠를 떠밀다 시피하여 모두들 거실로 들어와 유진이네가 가지고 온 차를 벗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밤을 잊어간다. 역시나 아이들 교육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이젠 메모를 해 놓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이틀을 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두타산에서 만들었던 예쁜 ‘어린이방’ 표지를 자기들 방 앞에 붙여두고 안에서 이것저것 만들기에 정신없다. 덕분에 어른들만 오붓하게 모여 화기애애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중학생이 된 유진이는 초등학생 동생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어른들과 함께 한다. 똑똑한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기 주장을 참 조리 있고 씩씩하게 말도 잘한다.

상린아빠는 정시에 잠자리로 들어가시고 나도 스리슬적 12시에 잠자리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다들 내일을 위해 아주 빠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절절 끓는 방바닥에 등을 지지고 나니 감기 기운도 좀 나아진 것 같다.

 

□ 백제의 마지막 수도에서

비는 일요일에도 여전히 내렸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일요일 아침 휴양림의 여유를 즐기러 산목련님 부부는 임도 산책을 나가시고 짐을 대충 정리하고 아침과 점심을 휴양림에서 해결하고 부여로 가기로 했다. 산목련님은 생강나무 꽃을 따 오셔서 생강나무 차를 돌리셨다. 비는 그칠 듯 하면서도 계속 온다. 읍내에 나가 라면을 사와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고 1시에 부여로 출발했다. 부소산성에 도착하자 바람이 차갑다. 비도 막을 겸 보온을 위해 비옷을 입고 산성 여기저기를 돌며 짧디짧은 지식으로 나름 가이드를 했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관계로 사람들 머리에 부여가 깊이 새겨져 있지만 사실 678년 역사의 극히 일부분(123년간)만 백제의 수도였다. 많은 약탈과 문헌 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는 탓에 백제 역사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삼충사에서는 좀 듣는 듯 하던 아이들이 역시나 예상대로 투덜거린다. 고란사 갔다 오는 길은 계단을 많이 오르내리는 때문인지 그 투덜거림이 절정이다. 오후 4시 이제 끝인가 싶은데 부여 박물관에 가잔다. 부소산성에서 1km 남짓한 곳이라 금방 도착했는데 다행히 7시까지 박물관 관람을 할 수 있단다. 너무나 싼 관람료. 오디오 가이드를 3천원 받는데 기왕 돈 들여 만든 시스템이면 입장료 수준으로 하면 더 좋겠다. 정확한 오디오 가이드를 마다하고 아마추어 가이드가 난 척을 하면서 한바퀴를 돌았다. 십 수년 전에 비해 부여 박물관은 장족의 발전을 했다. 훌륭하다. '용봉금동대향로'라는 이름도 떠오르지 않는 가이드가 같이 간 사람들의 재미있는 관람을 방해한 것이나 아닌지.. 아이들은 체험관으로 몰려가 백제사람이 되보기도 하고 정림사지 5층석탑 나무 모형을 쌓기를 했다. 모형 높이가 150cm는 넘는 것 같아 아이들이 쌓는 맛을 느끼기에 좋다. 마당에는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제기를 차는데 15개를 차고 나니 머리가 다 어지럽다. 팽이치기, 제기차기만 매일해도 체력단련 상당히 될 것 같다.

상린네 가족이 먼저 출발하고 6시가 넘어 집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 나섰다. 정안 휴게소에서 은주네, 유진네 가족을 다시 만나 저녁을 함께 하고 안 막히는 길을 찾아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올라오다 보니 10시 30분이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종종 지도를 들여다 봐야겠다.(쫑)


서천 마량리 동백정 동백나무 군락지에서

 


백살은 된 것 같은 동백나무

 


희리산 임도에 핀 봄 꽃. 이름은 모릅니다.

 


희리산 임도 산책로

 


산책로 정상에서 보이는 서해 바다

 


해송도 봄을 맞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야영장 몽골텐트촌

 


야영장 옆, 해송 길

 


해송숲 속 야영장 데크

 

 
비가 오는 가운데 타프 아래에서 맛있는 저녁 바베큐 잔치

 


조개도 굽고, 돼지고기도 굽고, 새우도 굽고...

 


맛있는 것은 이미 거의 다 먹고, 뒤늦게 후기용 사진 한 장

 


다정한 자매 같은 네 분 마나님. 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