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유럽고고학회(EAA 2017)

EAA 2017 참관여행(1)-암스테르담

연우아빠. 2017. 9. 6. 16:07

EAA 2017 : 23th European Association of archaeologist(유럽고고학회) Annual Meeting

 

딸이 문화재보존과학과에 진학한 뒤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한국은 어차피 시장이 좁아서 학문을 하려면 나라 밖으로 나가 네트웍을 구축하지 않으면 세계 조류를 따라갈 수 없다는 그의 조언에 크게 공감을 했다. 어차피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나라 밖으로 많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그는 고맙게도 외국 연구소와 공동작업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여름방학을 이용해 연구보조자로 함깨 갈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했다. 문화재재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었던 딸에게 아내와 내가 적극적으로 권유해 7월 한달간 해외 연구소에 동행해 열심히 일하고 돌아 왔다. 친구는 유럽고고학회(EAA)를 비롯한 해외 학회 참관을 권했다. 세계의 흐름을 알고 인류보편적 입장에서 학문을 바라볼 기회라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에 오랜기간 공감해 왔던지라, 학사일정과 겹치는 미국고고학회는 포기하고 유럽고고학회를 한번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마침 올해는 유럽연합 체결 25주년이자 유럽고고학회 창설을 위한 발레타 협약 체결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EAA2017은 유럽협약을 체결한 곳인 네덜란드 Maastricht에서 개최한다고 한다.


먼저 연간 회비를 내고 유럽고고학회 회원에 가입한 뒤에, 4월말 경에 얼리버드 혜택을 받으러 일찍 참가신청을 했다여권을 급히 갱신하고 할인판매하는 직항로를 예약했다여권이 5월 중순에 나오는 바람에 5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갔지만 직항이라 충분히 매력이 있는 가격이었다. 마침 네덜란드는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라서 휴가 겸해서 일정을 810일로 잡았다가족이 모두 가면 좋았을텐데 고2인 아들은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면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다.

 

참가 준비를 계속 하는 동안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나를 짓눌렀다. 7년만에 유럽을 다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큰 것이었을까? 7년전에 비해 몰라보게 편리해진 세상이지만, 예약을 하면서 뭔가 꺼림칙한 것이 계속 마음을 짓눌렀다. 


아니나 다를까출발 나흘 전에 아들에게 갑자기 기흉이 생겨 입원을 했다다행히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았지만아버지로서 길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혼자 남아서 아들을 돌봐야 할 아내를 조금 편하게 해 줄 목적으로 목요일 밤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아들의 옆을 지켰다..

 

직장 다니며 학회 일정을 찾아보고듣고 싶은 세션을 고르고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예전처럼 쉽지가 않았다결국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언어가 큰 문제였지만늘 접하던 학문이라 그림만 봐도 내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자위하며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공항 면세점에서 아들이 수능을 칠 때 쓸 수 있는 시계를 하나 샀다.

 

EAA 참가를 권했던 친구는 자신의 학회 일정 때문에 네덜란드에 일주일 먼저 들어가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친구는 네덜란드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전해 주었다. 로밍없이 현지 유심칩을 살까 생각했는데네덜란드 유심의 조건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 한국에서 데이터를 로밍해서 갔다


이번 여행은 7년전과 달리 디지털에 의존한 여행이다. Google Map과 Translate가 여행의 도구가 될 것이다.


 

825(맑음

 

탑승을 완료한 뒤에도 중국 영공 진입허가가 1시간 지연되어 출발이 늦어졌다.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을 설마 이런 식으로 소심하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현지시각으로 25일 오후 늦게 스키폴 국제공항에 내렸다


딸이 인터넷 서칭을 해 봤는지, 이 나라 입국심사가 영국만큼 깐깐하다고 걱정을 한다. 우리차례가 되자 무슨 목적으로 왔냐고 묻는다. 휴가 여행이라고 했더니 둘은 무슨 사이냐고 묻는다. 아버지와 딸이라고 했더니, 약간 장난기를 띤 심사관이 "Where is your wife?" 라고 묻는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여행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냐고 묻는다. "당연하지!"


그는 기분 좋게 입국 스탬프를 힘차게 찍었다. 그러다가 그만 내 여권이 책상 밖으로 날아갔다. 옆에 있던 심사관이 깜짝 놀라 크게 웃으며 줏어 준다. "Your stamping is very powerful!" 이라고 농을 건냈더니 거구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여행 재미있게 잘 하라고 하며 손을 흔들었다.


7년 만에 유럽 여행이라 그런지 현지에 내리자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나 보다공항 구조는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고경찰관이 알려준 버스 타는 곳을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갈 뻔 했다경찰관이 거기 아니라고 소리쳐서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트램을 타고 들어가면서 24시간 티켓을 끊으리라 생각했으나저녁시간이 지난 때라 숙소 근처까지 한번에 가는 197번 버스를 냉큼 타고 말았다. 24시간 티켓이 7.5유로인데 197번 버스 1회 이용권이 5유로라서 돈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빨리 숙소로 가서 쉬고 싶었다게다가 카드도 안 되고 오직 현금만 된다고 한다돈이 아까웠지만 할 수 없지.

 

공항에서 40여분 정도 걸려 숙소 근처 Leidseplein 정류장에 내렸다처음 가는 길이었지만 구글맵핑 덕분에 길을 잘못드는 일은 없었다. 명성은 듣고 있었지만, 외국에서 직접 체험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이미 어둑어둑해 진 시간숙소에 예약을 확인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최종 목적지인 마스트리히트 숙소 예약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암스테르담은 좀 늦게 예약을 해서 선택할 수 있는 숙소는 혼숙 도미토리 10인실 뿐이었다사물함에 자물쇠가 없어서 유스호스텔에서 샀다작지만 엄청 묵직한 자물쇠.

 

상당히 서늘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우리나라 저녁 날씨와 비슷한 기온이었다. Vondelpark의 나무 향기가 기분 좋게 숙소를 감싸고 있다.




7년만의 유럽여행 출발을 위해 인천공항에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버스 정류장



행선지를 알려주는 스키폴 공항의 전광판



"네덜란드의 세익스피어"라는 칭송을 듣는 본델의 이름을 딴 본델파크 유스호스텔

자전거 왕국 답게 빌려주는 자전거가 한 가득이다.



아침, 저녁 식사를 하는 유스호스텔 A동 건물



우리가 숙소로 배정 받은 C동 건물.

어딜 가든 네덜란드에서 제일 유명한 반 고흐의 그림이 있다는...



본델파크 유스호스텔 전경



3일동안 계속 먹었던 유스호스텔의 아침식사.

똑 같은 메뉴가 메일 나온다.

토스터 기계에 구워서 먹으면 맛있는데, 토스터 기계를 발견 못해서 이틀간 그냥 먹었당 ㅠㅠ

사과는 작고 단단한 것이 맛이 좋은 편.



유스호스텔 담 옆에는 거대한 본델파크가 펼쳐져 있다.



본델파크에는 무궁화가 있다.

무궁화는 원래 중앙아시아가 원산이고 '샤론의 장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7년전 몽트뢰에서 봤던 무궁화를 네덜란드에서 또 보다니...




본델파크의 작은 습지




쥐죽은 듯이 고요한 토요일 아침 암스테르담 박물관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