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등산
5월말 덕유산 등산 이후 주말마다 집안에서 뒹구는 생활의 연속이다.
메르스가 창궐하는데다 딱히 여행을 해야할만한 동력도 없었다.
집 뒤에 좋은 산을 두고 있으나, 가까이 있으면 보물인 줄 모른다. ^^
집과 회사만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
그리고 잠자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주말에는 왜 그렇게 솔솔 잠만 오는 것인지.
기한이 형님이 불러 주시니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용봉산 등산에 따라나섰다.
토요일 아침, 솔바람 네사람이 만나 용봉산으로 출발했다.
맛있는 버섯전골을 시켜먹고 용봉산자연휴양림을 통해 산으로 올라갔다.
해발 381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내포 평야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어서
전망은 정말 훌륭한 산이다.
산 안내문에 제2금강산이라고 한다는데
규모는 작은 산이지만 산에서 보는 전망과 기암괴석은 그리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싶다.
능선을 보면서 1999년에 가 보았던 금강산의 산세가 생각날 정도로
금강산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을 준다.
해발고도가 381m에 불과한 산이지만 바위 산이라 중턱부터 전망이 너무 좋다.
멀리 내포신도시(충남도청)가 보인다.
넓은 평야에 연필을 꽂아 놓은 듯한 아파트 군락을 보면 우리나라 계획도시 행정과 미적 감각이 얼마나 후진국인지 느낌이 팍 온다.
금강산 만물상에서 보았던 기암괴석이 생각나는 능선모습
금강산 상팔담 올라가는 길에 보았던 바위산 모습이 떠오른다.
북한산 같기도 하고, 금강산 같기도 한 바위.
산 높이가 낮아 별 생각없이 왔다가 등산 초반에 매우 힘들었다.
더위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뒤늦게 아침에 먹은 감자국이 살짝 상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놓아두었던 감자국이 하룻밤 사이에 상했던 모양이다.
은주아빠에게 이래가지고 앞으로 같이 등산 다니겠냐는 놀림을 받았다.
결국 출발한 지 1시간 정도만에 그늘에 앉아 쉬었다.
땀에 쩔은 등산용 내의를 벗어 배낭에 집어 넣었다. 그제서야 조금 기운이 돌아왔다.
원래 접근하기 힘든 바위산이었던 듯.
나무데크로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는데 아찔하게 가파른 경사지가 곳곳에 있었다.
하고 많은 장소를 놔두고 이 소나무는 바위 틈에 자리를 잡아서 옆으로 자라고 있다.
수령이 100년 정도 되었다는 안내판이 옆에 있는데, 나무가 고생이 많다.
소원바위.
저 바위 위에 잔돌을 던져서 올리는데 성공하면 소원성취를 한다는데,
아서라! 잘못되어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지나온 정상이 저 건너편에 보인다. 아찔하게 가파른 계단이 방송에서 보았던 촉의 잔도가 생각난다.
물개를 닮은 물개바위.
작은 산이지만 곳곳에 재미있는 것들이 숨어 있다.
바위 산이라 그런지 무릎이나 관절이 받는 피로도는 큰 산에 못지 않다.
등산 하는 가운데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단단한 아이스케키를 파는 분이 계셨다.
아이들 처럼 한개씩 물고 달콤한 에너지를 보충했다.
등산을 하며 걸었던 길은 고작 6~7k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산의 장점이라면 등산하는 내내 정말 멀리까지 탁 트인 시야와 풍경이 좋다는 점을 꼽고 싶다.
이 산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겠다.
이 산 주변에 도시를 건설하는 사람들에게
산 위에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좀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 주었으면 부탁하고 싶다.
기한이 형이 도고에 미리 예약해 놓은 숙소로 들어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었다.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수영장은 수리중이었다.
땀 뻘뻘 흘리며 등산하는 동안 수영을 할 생각에 견뎠는데.....
저녁을 먹으로 시내로 걸어 내려갔다.
도고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불과 한 세대 만에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다.
주말인데도 오가는 관광객이나 차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인구밀도가 높다지만 유럽국가처럼 전국토의 산과 평야의 지형규모에 맞게 사람이 골고루 거주하고
1~3층짜리 건물이 골고루 분포한다면 지역마다 일정한 규모 이상의 상주인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상주인구가 있어야만 지역 경제가 쇠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국가의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이 나라가 동맥경화가 악화되어 가는 나라 같아서 슬프다.
쓰러질 것 같이 힘들어 7시부터 자고 싶었는데
치열한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한 우리는 불꽃튀는 토른을 벌이고 말았다.
답답한 이 섬나라에 언제 다시 활력이 찾아 들 것인가?
밤 10시, 가뭄이 계속된 탓에 더운 기운이 훅하고 도는 산 속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