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

우리 이웃에 있는 독특한 문화 찾아보기(1) 동방정교회

연우아빠. 2015. 5. 24. 22:58

동방정교회 예배당을 찾아서(2015. 5.24.)


부처님 오신날 연휴에 아무데도 가지 않기로 했다.

막히는 길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이제 호기심이 많이 줄어들었고, 

이 땅의 큰 부분은 거의 다 가 본 것 같아서...


이번 연휴에 준기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수자들의 종교시설을 찾아보고 싶다고 해서

서울에 있는 동방정교회, 천도교중앙교당, 이슬람중앙성원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20여년전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은 뒤에, 사부 신부님께서 동방정교회에 대해 얘기를 해 준 일이 있었다.

전례 음악이 너무 웅장하고 멋있는데, 만약 로마 카톨릭보다 먼저 전파되었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더 매료 되었을지 모르는 종교라고...


서울에 동방정교회 예배당이 있는 것은 나도 몰랐는데

아들 덕분에 신기한 구경을 하게 된 셈이다. 



일요일 아침 일찍 전철을 타고 애오개역에 내렸다.

동방정교회 예배당은 전철역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라 예배당 뒷길로 가고 말았다.

십자가는 카톨릭에서 사용하는 것과 모양이 같다.



모스크처럼 둥근 지붕은 로마제국의 판테온의 돔처럼 생겼다.

여기 턱 밑에 도착해서야 뒷길로 잘못 온 것을 알았다.

언덕 높은 곳에 있어서 멀리서도 잘 보였지만 접근하는 길은 잘못든 셈.



되짚어 내려가는 길에 누군가 집 옆 화단에 보리를 심어 놓은 것을 발견했다.

도심에서 구경하기 힘든 보리를 심어 놓은 분은 아마도 고향에서 청보리가 자라는 것을 보고 자란 사람일까?




길을 되짚어 내려와 발견한 들어가는 문.

애오개역을 나와 바로 왼쪽 언덕 큰 길로 올라오면 되는 것을 빙 둘러 왔다.


자그마한 정교회 예배당(성 니콜라스 성당) 경내에는 주교좌와 예배당, 사무실 등이 있었는데

본당에서는 미사를 봉헌 중이었다. 멀리서 천상의 소리같은 아름답고 장중한 미사곡을 들으며 인증샷만 찍었다.

서울에 사는 정교회 신자들은 거의 대부분 러시아나 동유럽 사람인 듯....


문 앞에 있는 아치 3개, 출입문 위에 있는 이콘은 성 니콜라스 성인의 모습이다.

예배당 안쪽 가운데에는 로마 바티칸 미술관에서 보았던 12세기 이콘화 형식으로 만든 성상들이 보였다.

이 성당의 성인 니콜라스는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델이다.



본당 대문 옆에는 뉴질랜드 대교구장이 1978년에 축성하였음을 알리는 한글 석판이 붙어 있었다.

으잉? 한글로 된 것이면 여기에 한국인 신자들도 많이 있다는 얘기인가?



원래 정동 구 러시아제국 공사관 경내(현재 경향신문 터)에 있던 성당을 1978년에 이곳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다음에 올 때는 사무실에 미리 전화를 해 보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지 물어보고 찾아 와야겠다.


이 성당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카톨릭 성당인 약현성당(성 요셉성당)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과 인천을 잇는 철도가 출발하는 서울역 근처 언덕에 

서방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 시설이 집중된 것도 역사의 우연이리라.


준기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다음 행선지인 천도교 중앙교당을 찾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