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편백휴양림
남해편백휴양림(2015. 5.5)
■ 9년만에 찾아간 남해편백휴양림
새벽에 밀려오는 추위 때문에 잠을 몇 번 깼다.
한 텐트에 자던 동생은 한밤중에 침낭을 들고 차에 가서 잤다.
한여름 못지 않은 더위를 생각해서 겨울 침낭 2개, 야전침대 2개, 사계절용 침낭 8개를 가져갔었다.
생각보다 많이 추워서 질녀들에겐 사계절 침낭을 두겹으로 만들어 자게하고 침대를 쓰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밤중에 너무 추웠다.
긴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사계절용 오리털 침낭에 들어가 잤지만 생각보다 너무 낮았던 기온.
나무 데크 위에 텐트를 쳤는데도 한겨울 같은 느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하늘의 별이 정말 총총하다.
추위 때문에 몇번이나 깼지만 정말 오랜만에 머리가 아주 맑은 상태로 잠이 깼다.
숲속에서 어김없이 지저귀는 검은등뻐꾸기(일명 홀딱벗고 새) 소리.
더 누워 있는 것보다 햇볕을 쬐러 가는 게 좋겠다 싶어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남해편백휴양림 야영장은 편백나무 향기 때문에 더 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9년 사이에 휴양림은 조금씩 변했나 보다. 건물도 몇개 더 들어서고 더 깔끔해졌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은 독일의 흑림지대가 부럽지 않을만큼 멋진 풍경
아이들이 어렸을 때 빼먹지 않고 들렀던 목공예 체험관.
이젠 목공예 체험을 즐기기에는 너무 자랐다. 세월은 이렇게 조금씩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편백나무 숲 속에는 빈 야영장도 있었다.
오가는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야영예약을 받지 않는 데크도 있었다.
아이들이 일어나려면 좀 시간이 더 지나야 할 것 같아 내친 김에 9년전 준기를 데리고 올라갔던 한려정 정자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그때는 한 겨울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신록이 보기 좋은 봄.
전망대 가는 길이 제법 멀었던 예전과 달리 1.5km만 걸어가면 되는 가파른 샛길이 있다.
임도에 올라오니 따뜻한 햇살이 밤새 오그라들었던 몸을 펴 준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던 임도는 이제 차량 출입을 막아 놓았다.
아름다운 편백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예전에 한려정까지 오르내리던 임도인 듯.
내려갈 때는 저 길을 따라 내려가 봐야겠다.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다니는 차도까지 올라왔다.
남해 금산 보리암으로 유명한 금산가는 방향 표지도 보이고 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나타났다.
휴양림 내려가는 길이 2.7km라는 표지는 아마도 9년전에 아들과 같이 걸어 올라왔던 임도인 듯하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400m쯤 걸어 예전 모습 그대로 서 있는 한려정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인데 중년 남녀 두 분이 전망대 옆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멀리 남해의 동쪽 파노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한 동안 눈을 호사시키고 나서 휴양림 가는 긴 임도를 따라 내려왔다.
짧은 급경사 길보다 널찍한 숲길을 걷는 게 훨씬 편안하다.
이 길을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쉼터가 있는 지 보려는 것이었다.
어린 준기를 데리고 겨울 아침에 한려정을 올라갔을 때 여기서 잠시 쉬어갔었다.
아침을 먹고 동생 가족은 부산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싫다는 딸과 아들을 재촉해 편백나무 숲길을 한 바퀴 돌아왔다.
옛날에 없던 수련관. 수도권에서 너무 멀어서 자주 못오는 아쉬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