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책]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동석 / 21세기 북스
지나간 벙커1 팟캐스트 방송을 뒤지다가 우연히 최동석 선생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이 강연은 유투브에도 공개되어 있다. http://goo.gl/jloAAA
한국은행에서 오래 재직하셨고,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경형학을 공부 하셨으며 지금은 경영컨설팅을 하고 계시는 최 선생님은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을 설명해 주었다.
1997년 연말 IMF 구제금융을 받게 만들었던 똘똘한(?) 관료들은 왜 나라를 망쳐버렸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사고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을 통해 반복되는지
그 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일본과 한국에만 있다는 품의 제도.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 가운데서, 어려운 시험을 쳐서 골라내고
다시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게 하는데도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는 사람은 왜 이렇게 드물까?
우리나라 조직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결재시스템이
상명하복을 무의식적으로 교육시키고,
심지어 정년퇴직을 할 나이가 될 때까지도 늘 윗사람의 의중을 살펴서
결재를 받아야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답답한 제도라는 사실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지선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는
시민의식이 뒤떨어져서도 양심불량이 많아서도가 아니고
교통신호등의 위치선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승진하는 시스템, 허락 받고 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회, 일마다 현장 담당자가 책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이 들고 경험이 많아도 결코 어른이 될 수 없다.
한국사회가 어른스럽고 똑똑해지려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집행하는
자율성을 키우지 않으면 나이만 많이 먹은 유치한 사회를 만들 뿐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 준
읽을 만한 책이다.
130여년전 쇼군들이 다이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품의제도.
미국식 자본주의를 지향한다면서도 봉건주의 일본 막부 제도를 운영하는 모순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얇지만 큰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