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 늦은 가을 길을 걷다
2014.11.23(일)
먼저 부르는 법은 없지만, 불러만 주면 마다하지 않는다는 성격적 특성 ^^
오랫만에 친한 이웃분들이 수리산 임도를 걷자고 제안을 해 주셨다.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는데 까치 한마리가 감나무에 날아와 감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뵙는 현지아빠와 엄마, 유진아빠와 엄마, 우리 부부 이렇게 여섯 사람이 길을 나섰다.
살아기는 이야기로 이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준비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하며
아이들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 여행을 했던 우리는 이제 아이들이 커 버린 때문에 더 이상 가족 여행이 쉽지 않게 되었고
군대간 우진이, 올해 대학에 들어간 유진이, 올해 고3인 현지, 그리고 내년에 고3이 되는 지환이,
그리고 아직은 조금 여유가 남아 있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옅은 안개가 낀 날씨라 하늘이 쾌청하진 않았지만
아직 조금 남아 있는 단풍을 보며 지나간 날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고단함, 그리고 준비해야 할 노후를 담담하게 얘기하며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아내가 로션을 사러 들어간 집
허브와 약초를 이용해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어 파는 분이 운영하는 속달동 가게 안.
주인장께서 로션 하나 사는데 이렇게 국화차를 그냥 주시면서 한잔들 하게 되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잘 다음어 놓은 내부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 집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고압철탑이 없다면 얼마나 아름다울 풍경인지....
여기 와서야 우리 집에서 쓰던 샴푸와 로션이 이 집 제조품인 것을 알았다.
우리 집 발코니에서 비리비리하게 자라는 로즈마리가 이 집 마당에서는 얼마나 힘차게 잘 자라고 있던지...
역시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 생물의 본성을 어그러뜨리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26분 동안 10.2km를 걸어 갈치 저수지 옆 곤드레 비빕밤 집에 도착해 구수한 점심을 먹었다.
비빔밥, 숭늉, 해물파전, 그리고 눈으로 마신 맛있는 막걸리를 두어잔 걸치고
쉬엄쉬엄 산길을 올라 집으로 돌아 왔다.
날씨가 화창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반가운 이웃 벗님들과 함께 한 길은 행복함을 채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