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뮤지컬 <빨래>공연 관람

연우아빠. 2014. 11. 24. 19:00

2014.11.22(토)


중학생인 아들 숙제가 "공연관람과 감상문 쓰기"라는 혼자 하기 어려운 숙제랍니다.

한 달 가까이 뭘 볼까? 어디서 볼까? 고민하다가 아빠인 저에게 던져준 숙제는

22일(토)에 예약을 해 달란다는 아내의 전언.


한 달 내내 아내와 아들 둘이서 이리 뒤지고 저리 찾고 하더니

11월17일 월요일에서야 11월22일 공연을 예약해 달라고 하니 참 세상 물정 모르는 거죠?


2010년 유럽 배낭여행 때 런던에서 <빌리 엘리엇>을 본 이후 연극을 본 적이 없고

결혼하기 전에 아내와 대학로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본 이후로 연극을 예매를 해 본 적이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 남겨두고 예약이 가능하겠어요?


아무튼 아들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고 싶어 한다고 하고

아내는 <빨래> 도 괜찮을 듯 하다는데 기가 막힌 일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예약 사이트 들어가보니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이미 내년 1월 공연까지

거의 깔끔하게 예약이 끝나서 굼벵이들이 볼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니었지요.


뮤지컬 <빨래>를 예약하게 되었는데

직장인 할인, 중고생 할인까지 있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 S석 1인 예약 금액과 비슷한 금액으로

4인가족 예약이 가능했습니다.

(예약을 해서 좋긴한데, 우리 연극인들이 연극만으로 생활을 꾸려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T_T)


참으로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왔는데, 점심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도 대학로에 있는 식당들은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트센터K 극장으로 올라가다가 맛있어 보이는 집에 들어가 대낮부터 삽겹살을 먹고(물론, 소주는 안 마셨습니다)

꽃게탕 국수를 추가로 해서 더 먹고, 마지막에 밥말아서 더 먹었네요.(맛있지만 매워서....)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가게 앞 구석진 곳에 냥이 한 마리가 마음씨 좋은 분이 가져다 준 새우로 식사를 했습니다.

"부럽다. 맛있는 새우를...." 그 분이 잘 건사해 주어서 그런지 길냥이는 아주 통통하더군요.


극장으로 올라가면서 앝으막한 건물과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골목길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골목은 종로 피맛골처럼 재개발 되지 않고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연극 내용은 호불호가 있을테니 각자 가서 보시면 알테고

저는 육성으로 하는 합창을 좋아하는데

기계음이 아닌 목소리가 참 상큼했습니다.


돈을 천시하던 나라가 어쩌다가 불과 백여년 사이에 

이렇게 돈의 노예가 되어 인간을 배제하는 사회로 변질됐는지

불가사의한 일인데, 

그런 싸가지 없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선한 마음을 지키는 젊은이와 소시민의 연대가 찡하게 느껴지는 그런 뮤지컬이었다.


아들은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에서 연극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이나 의문을

전문 배우들의 연기을 통해 많이 해결했나 보다.


"시작 할 때 저 분 처럼 더 유머있게 공지사항을 전달하면 사람들의 흥미을 끌 수 있겠네" 등등...


작은 공연장이지만 연기자들의 활기로 가득차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연극이 더 활기를 띠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왕 서울에 왔으니, 저녁도 여기에서 먹고 가자 싶어

미리 알아본 얕으막하면서 하얀 건물이 이국적인 카페테리아에서 먹기로 했다.


30분 정도 대기시간을 거쳐 들어간 실내는 손님들로 꽉 차있었고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는데, 서빙을 하는 젊은 여성분이 참 싹싹하고 쾌활해 음식맛이 더 좋게 느껴졌다.


공연을 보고 난 뒤 일요일 내내 숙제하느라 PC 앞에서 글쓴다고 애쓰는 아들을 보니

이런 다양한 숙제도 괜찮겠다 싶다.


학교 덕분에 가족 모두 즐거운 나들이를 했으니....



공연장 앞에 걸린 <빨래> 공연 포스터



2시간 30분이 넘는 공연 시간 중에 휴식 시간을 이용해 내려다 본 골목길.

이런 골목이 피맛골처럼 없어지지 않고 오래 오래 계속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