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수리산 가을 산길을 걷다

연우아빠. 2014. 11. 2. 19:45

아들과 함께 수리산 임도 걷기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체력이 아니겠니? 라고 아들을 설득해서

아몬드 한 줌, 호두 몇 개를 배낭에 담고 길을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가 맡기는 쓰레기 봉투들.

매립용 쓰레기 1봉투, 음식물 쓰레기 1통, 그리고 재활용 까지....


아파트를 나서자 마자 싸늘한 바람이 강하게 분다.

바람막이를 가지고 나서긴 했지만, 

얇게 입고 왔는데 바람에 날리는 단풍잎들을 보니 차가운 기운에 순간 오싹하다.


걸으면 땀 나겠지?


다행히 산에 들어서자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등산 스틱 사용하는 방법과 쥐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정자가 있는 다섯갈래길에서 속달동으로 가자는 아들의 의견을 따라

속달동으로 설렁설렁 내려갔다


임도길 걸으며 파노라마 사진 한장 찍어 보고....



땀이 난다는 아들의 겉옷을 배낭에 넣고 쾌청한 가을 산을 걷는 일은 소소한 즐거움.

속달정에 잠시 앉아 물을 마시고 아몬드와 호두를 먹었다.


최근 2년 사이에 부쩍 키가 큰 아들은 잘 걷는다.

속달정을 출발해 10분쯤 걸었을까?

등에 축축한 느낌이 들어서 배낭을 벗어 보니

물이 흘러 나온다.


배낭을 열었더니, 아들 녀석이 먹던 물병에서 물이 샌다.

물을 마시고 뚜껑을 채우면서 물병 파우치의 일부가 물병 속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것을 따라 물이 새 나온 것.


배낭을 열어 물을 털어내고

방수포에 물병을 싸고, 젖은 겉옷은 배낭 바깥에 널었다.

걸어가면서 바람과 햇살에 마르기를 기대하면서.


강한 옆바람을 타고 단풍이 물든 낙엽들이 수평으로 눈보라가 날리듯

우리 앞길을 막으며 한참 날려간다.


속달동 입구에서 되돌아 오는 길은

속도를 높였다.


가는 시간은 1시간, 돌아오는 시간은 52분

좀 싸늘하지만 상쾌한 공기가 가을을 아름답게 포장해 준다.


등산로 입구로 돌아와 아들과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전체 8.9km, 소요시간 1시간 52분



하루 해가 짧아져 그림자가 길게 나온다.


옛날 카메라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명암 대비를 이젠 휴대폰 카메라가 해결해 주는군요.


너, 뭐하니?


깅힌 바람이 계속 불어 나뭇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가을 나무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잔가지들도 수북히 떨어졌다.


일부러 낙엽을 쓸지 않는 거리는 마음을 풍성하게 해 준다.


생면부지의 불쌍한 할아버지, 명복을 빕니다. 이게 <선진국> 만들자던 우리 미래는 아니였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