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여행

통고산자연휴양림의 가을

연우아빠. 2014. 10. 22. 19:30

2014.10.11~12


장모님 생신이라 3년만에 통고산자연휴양림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9월 하순에 황정산휴양림 잡아 놓았다가, 아이들 시험 때문에 취소하고 대기 걸었다가

간신히 하나 주워서 다녀왔네요.


단풍철 차 막힐 것을 염려해 금요일 밤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낮에 출발준비 해 놓으라고 여러번 문자질, 전화질을 했는데

달음박질 쳐서 평소 퇴근보다 30분 일찍 집에 도착했더니

뜨악하니 아무것도 준비해 놓지 않았더군요.


급하게 정리해 집을 나섰는데

다행히 차가 별로 없어서 처가까지 2시간 반정도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 생각을 안했습니다.

평소 동작을 보건데 혼자서 일찍 서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12시가 되어서야 가자고 하더군요.


점심은 울진 죽변항에서 하자고 합니다.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구불구불한 불영계곡을 통과하기 때문에

2시간이 걸립니다.


가는 도중에 아름다운 산천에 쇠말뚝을 꽂듯이 자동차전용도로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불영계곡을 자르고 왕피천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꼭 도로작업을 해야 하는건지

토건업자들이나 도로건설 계획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아름다운 계곡을 살리고, 직선화할 구간만 터널을 뚫어서 길을 만들순 없는 걸까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독일 사람들은 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안될까요?


핵발전소 때문에 앞으로 울진은 가급적 출입하지 않겠노라고 했지만

어쩔수 없이 울진 죽변항에 가서 회도 먹었네요.

울진 핵발전소랑 직선 거리가 6km 되더군요.


별로 신경 안쓰고 살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30년 이상 노후화 된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데

울진 핵발전소는 26년 되었다고 하더군요.


대게를 파는 집이 압도적으로 많고 횟집은 하나 밖에 없더군요.

딸내미가 꼭 넙치회(한자어로 광어)를 먹어야 한다고 해서

주인아주머니께 얘기를 했더니

"넙치회는 양식횟집에 가서 드셔야 쌉니다. 저희는 비싸요" 하시면서 곤란해하더군요.


그냥 자연산 넙치회를 시켜서 먹었는데 된장에 절인 콩잎으로 싸 먹는 회가

초고추장 맛으로 먹은 회하고는 맛이 다르더군요.

뭐랄까, 은근하고 약간 짭조름한 묵힌 된장 맛과 콩잎, 그리고 신선한 회가 어울려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동해안에 태풍주의보가 발령되어 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해 해산물이 귀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관광객도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휴양림에서 만날 처가 식구들을 위해 회 한마리를 떠 달라고 주문했는데

아쉽게도 그 맛있는 콩잎절임은 포장물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조개를 살만한 곳을 여쭈어 보았더니 울진 나가는 길에 있는 집을 알려줘서 가리비랑 조개를 샀습니다.


휴양림에 도착해 오랫만에 바베피아와 웨버를 꺼내 숯에 불을 붙여 고기를 구웠습니다.

장모님과 처가 식구들의 호평을 받으며 조개구이, 숯불구이, 

그리고 입가심으로 장모님이 가져오신 밤을 잔불에 구워 맛있게 먹었습니다.

몇일 굶어도 될 만큼....


일본에 상륙한 태풍 때문인지 기온은 생각보다 높았지만 밤이 되니 산속 공기가 싸늘합니다.




울진에 들렀다가 토요일 느즈막히 통고산휴양림에 도착


숯불구이 준비하기 전에 호젓한 휴양림 속을 산책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좋아라 뛰어 다니던 출렁다리와 맑은 계곡이 여전합니다.


늘 찍은 사진을 또 찍습니다.이번에도 저 산 위에는 올라가지 못합니다. 언젠가 올라갈 날이 오겠지요.


수도권에서 멀어서 그런지 야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장비를 들고 올 걸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절로 듭니다.


하늘은 참 깔끔합니다. 칩엽수림과 푸른 하늘 그리고 햐얀 구름.

평화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하는 기분 좋은 풍경입니다.

내일은 태풍이 가까이 다가와 울진쪽에는 태풍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일요일 아침, 혼자 등산을 하기에는 집에 돌아가야 할 길이 걱정스러워 자연관찰로를 따라 산 중턱을 돌기로 했습니다.

가족 구성원의 기상시간에 제각각이라 아내는 아침을 먹고 나서 같은 길을 혼자 돌았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통고산휴양림을 10년동안 다섯번이나 다녀갔으면서도 이 산책로는 처음 돌아보네요.


산책길 초입은 편편하고 경사가 거의 없는 편한 길입니다.


폭우에 대비한 사방댐입니다. 갈수기라 계곡물이 거의 없지만 몸과 마음이 상쾌해집니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계곡물이 많습니다.

깊은 산속이라 그런지 완연한 가을모습을 보여줍니다.



깊고 넓은 산과 계곡으로 이뤄진 곳이라 바위에는 이끼가 왕성합니다.

이런 자연을 계속 볼 수 있다면 핵발전소를 줄여갈 수 있도록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는데,

다음 세대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