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빼앗긴 대지의 꿈 / 장 지글러

연우아빠. 2014. 3. 30. 11:13

내가 갖고 있는 아프리카와 제3세계에 대한 이미지는 

교과서, 헐리웃 영화, 그리고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그들의 시각으로 대부분 형성되었다.

안전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이 대신 체험해 주는 해외여행 경험담은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용기를 내기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있다.


2008년 처음 인도출장을 갔을 때도

이성적으로는 피압박 민족이고, 찬란한 고대 문명과 화려한 무갈제국의 후예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감성적으로는 여전히 꺼림칙하고 두려운 미지의 타국이었다. 


2012년에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 

아프리카 사람과 접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과 경고 때문에도

아프리카는 인도보다 더 두렵고 낯선 세계였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기영씨의 생활고>에 자료로 소개된 <빼앗긴 대지의 꿈>은

한번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


표지를 보는 순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그건 2010년에 읽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하는 책 표지와 비슷한 컨셉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같은 인물인 장 지글러(Jean Ziegler)


앞의 책이 현재 제3세계 국가들이 굶주리고 있는 현상에 대한 보고서라면

빼앗긴 대지의 꿈은 최근 5백여년간 이어지고 있는 서양 제국주의자의 침략에 모든 것을 빼앗긴 제3세계 국가들이

구조적으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지를 고발한

역사적 연원에 대한 보고서이며, 미개한 서양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인간권리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2차 대전 기간(1939~1945년) 군인 사망자는 1600~1800만명, 사지가 절단되거나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군인 수천만명,

그리고 민간인 사망자는 5천만명 내외, 부상자는 수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남반구에서는 전염병과 기아, 오염된 식수, 빈곤이 빚은 내란 때문에 매년 2차대전 기간동안 발생한 인명피해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장 지글러는 이런 반인륜적인 범죄를 멈출 것을 호소하고 인류애를 회복할 것을 침략자의 후예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장 지글러는 이 책에서 제3세계를 약탈했던 서유럽 국가의 수반들이

단 한번도 착취당한 제3세계 국가 사람들에게 제대로 사과를 하거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서구 정치인들의 행태는

일제 침략자들이 지금도 우리에게 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임을 보여준다. 



2007년 11월,

남미 볼리비아는 5백년만에 처음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가 취임했다.

조상 대대로 물려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취임한 그는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볼리비아에 대한 약탈은 끝났다! 식민지국가는 끝났다!"



게으르다고 배웠던 제3세계 주민들은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

지금도 아프리카 출장 때 보았던 모습을 기억한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일터로 줄지어 걸어가는 수많은 나이로비 시민들...


서구 제국주의의 약탈경제가 은연 중에 몸에 배인 우리는 

서구의 미개인들이 500여년간 저지른 악행을 답습하는 바보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3세계 정치인들이 자기나라 국민들을 위해 일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서구인들이 나눠주는 돈보다 자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행복을 느끼길 기원한다.

그리고, 제3세계 국가 원주민들의 자립을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