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제왕학의 시조
한비자/김원중 옮김/ 글항아리
지금은 황제도 없는 시대이고,
저자의 인생과 닮은 책 내용도 처절(?)한 것이 많지만
사람의 심리를 읽는데 이만한 책도 없지 않을까 싶다.
심리학 교과서로도 훌륭하고
세상이 변하는 기운과 나라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쓸만한 기준을 많이 제시하고 있는 책, 한비자.
수천년이 지나도 사람의 본성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고전으로 오래 명성을 유지해 오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진시황이 읽고나서 천하를 통일하고 다스리는 경전처럼 생각하고
저자를 직접 만나고 싶어 했던 책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가 말더듬이였다는 사실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사의 알량한 모함에 속아 넘어가 한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어이없긴 하다.
인간 내면의 본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제어해 천하를 다스릴 체계를 세운 이 책은
불행하게도 인간의 밑바닥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때로 처절하고 섬뜩한 느낌도 든다.
전쟁으로 700여년을 지새웠던 그 때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을까? 하는 동정심도 생긴다.
어쩌면 명석한 저자가 친구의 모함으로 죽은 역사적 사실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비자가 남긴 책이 훗날 국가를 운영하는 군주들에게 유학과 더불어 양대산맥의 역할을 한
법가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위로가 될 지 모르겠다.
중고등학교 때 읽은 한비자 내용은 파편처럼 남아 있는데
이제 다시 읽으니 옛 기억이 새롭다.
단언컨데 제자백가 시대는
르네상스나 근대 계몽주의 철학들이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지성사와 세계철학의 정점이었다.
* 사족
예의와 선후를 따지기 좋아하는 후대 유학자들은 <한자>라는 칭호를 받은 이 석학을 한비자로 격하(?)시켰다.
자기들 스승 한유를 <한자>로 만들기 위해서....
원칙대로 하면 한비자는 그대로 <한자>로 한유는 <한유자>로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