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여행

남자 삼대가 함께 한 캠핑

연우아빠. 2013. 6. 2. 20:27

남자 3, 용현휴양림 야영


2013. 6.1 (1박 2일)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여행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고, 삶에서 다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다

그래도 수요일마다 돌아오는 휴양림 예약은 습관적으로 예약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만들고

<48시간의 행복> 책자를 발간하면서 용현휴양림에서 가까운 개심사를 가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용현휴양림을 예약하게 되었다.

 

예약을 하면서 보니 작년말에 야영장 데크 교체작업을 해서 예전보다 2제곱미터 정도 넓어졌다

61일은 회사 문화유적답사 동호회에서 개심사와 서산마애삼존불 답사를 간다고 하였지만

이미 데크를 예약해 놓은지라 참여할 수 없었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쯤부터 설왕설래를 하더니 아내가 남자들끼리만 다녀오라고 한다

이미 여러번 가 본 곳이기도 하여 여행의 매력도 많이 줄어들었고, 연우도 이젠 따라 나설 생각이 없다

다만, 아빠를 불쌍히(?) 여긴 아들만이 밤새워 해야 할 진도를 끝내 놓고 아빠를 따라 가겠다고 한다

해서 토요일 아침 아버지께 연락해 남자 3대만 가기로 했다.

 

간단히 짐을 꾸리고 가까운 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늦은 출발인데도 길을 막히는 곳 없이 시원하게 개심사에 도착했다

톨게이트 빠져나오면서 지갑에 현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입구에서 칼국수를 아버지 돈으로 사먹고 9백미터 쯤 떨어진 개심사로 설렁설렁 걸어 올랐다

계단이 이어지는 길을 올라가면서 아버지께서 많이 힘들어 하셨다.

 

개심사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7세기 중엽에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지금은 조선시대에 중건한 건물들만 남아 있다고 한다

상왕산을 넘어 서산 마애불 쪽으로 가면 지금은 터만 남은 거대한 절이 있는데 보원사라고 한다.

백제시대 불상이 발견된 적이 있는데 상왕산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에 꽤 많은 절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개심사 경내에 안양루, 명부전, 산신각 등의 건축물을 보고서 화엄종찰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준기는 주호민 작가가 만든 <신과 함께>를 봐서 그런지 명부전에 있는 지장보살, 염라대왕을 비롯한 저승 시왕들이 새롭게 보이나 보다.

그동안 백담사, 실상사, 화엄사, 쌍계사에서도 명부전을 들여다 보았지만 

거기에서 스쳐지나간 저승시왕이 만화를 통해 알게 된 사실과 연결되어 재미있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인지 보이니까 아는 것인지....

 

경내에 오래된 배롱나무와 연못, 동자꽃이 있고 그 외에 아버지가 설명해 주신 많은 꽃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려오는 길에 때마침 회사 답사팀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하고 오른쪽으로 나 있는 포장된 길로 내려왔다

길 가에서 생전 처음 보는 선토끼풀을 보았다

숲해설을 하시는 아버지는 다른 곳에서는 없는 식물들이 많다고 즐거워 하셨다.

 

3시쯤 휴양림에 도착했다. 텐트를 치면서 보니 줄도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고, 밥그릇도 가져오지 않았다.

중학생이 된 준기는 텐트를 치면서 제법 아빠에게 도움을 준다. 짐도 나르고 함께 텐트를 쳤다

데크에 앉아 있으니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분다.

 

!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던 준기는 수학책을 펴 놓고 열심히 공부를 한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나름대로 진도를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공부할 분량을 소화하고 있는 준기를 보니 기특하긴 하다.

 

텐트를 치고 조금 지나니 사방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몰려 온다.

 “싫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휴양림 게시판에서 휴양림 안에서 바비큐를 금지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았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고기 굽는 냄새가 예전처럼 좋게 다가오진 않는다

인간의 간사함이여....

 

여러번 온 휴양림이라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햇살이 따가워 계곡에 탁족을 하러 갔다

물은 너무 차거워 뼈가 시릴 지경이었다

30초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물가에 커다란 산딸나무가 하얀 꽃을 피운 것이 아름답다.

 

가물어서 지하수 수량이 모라자 취사장에 8개 수도 꼭지 가운데 4개만 열어 놓았다

상추를 씻고 밥을 해서 가져간 후라이팬에 오리 훈제고기를 데워 저녁을 먹었다.

저녁 7시에 주무시고 새벽 4시 쯤에 일어나는 아버지는 생활리듬이 다른 아들, 손자와 함께 한 텐트에서 생활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다.

잠자기 전에 멀리 있는 화장실을 준기와 다녀왔다

하늘에는 별이 선명하게 빛난다. 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인다

10시쯤 잠을 청했다.

 

기온이 높을 듯 해서 겨울 침낭은 하나만 가져 왔는데 해가 넘어가자 생각보다 기온이 싸늘했다.

준기에게 겨울 침낭을 주고, 아버지께는 사계절 침낭을 두겹으로 만들어 드렸다

긴 옷을 입고 잤는데도 추위를 느낄 정도로 싸늘했다

이런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

 

어제 내려오다가 본 제암리의 항일유적지를 보고 싶다는 준기의 희망을 고려해 7시쯤 아침을 먹고 9시쯤 짐을 챙겼다

준기가 도와준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철수를 마쳤다

하나도 막히지 않는 상경길을 내달려 10시쯤 제암리에 도착했다.

 

제암리는 19194월 만세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일본 헌병대와 경찰이 주민들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지른 다음

무차별 사격을 가해 23사람이 죽은 비극의 현장이다

그냥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은 캐다나 선교사 스코필드가 몰래 현장 사진을 찍고

생존자들의 증언을 붙여 서방 언론에 공개했다

만약 스코필드가 없었다면 이 사건 역시 그냥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직도 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양심적인 일본 민간인들이 사죄 활동을 여러차례 한 적이 있다

반성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자들을 용서하면 이런 결과를 빚는다.

 

제암리를 나와 집에 도착한 시간은 12. 역시 가까운 곳이 좋긴 좋구나.



개심사 올라가는 길



개심사 입구


커다란 연못, 큰 나무들이 있고


범종각


대웅전


동자꽃, 


수백년은 됐음직한 나무. 아버지께서 이름을 가르쳐 주셨는데 까먹었다.


찔레꽃은 원래 흰색인데 노래 가사에는 "찔레꽃 붉게 피는..."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남쪽 바닷가에서는 해당화를 찔레꽃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토종 붉은 찔레꽃이 있다고 합니다.


전남 해남에서 토종 붉은 찔레꽃 증식에 성공했다는 연합뉴스 기사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1/06/22/0711000000AKR20110622105500054.HTML



개심사를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선토끼풀. 토끼풀의 일종인데 키가 크고 꽃이 분홍색인 것이 특징


길가에 모여서 핀 선토끼풀


애기똥풀


용현 휴양림 계곡


용현 휴양림 계곡에서 본 산딸나무


경기도 화성 향남면 제암리 3.1항쟁 기념탑


1919년 4월 일본군은 이 자리에 있던 교회 안에 마을 사람들을 가둬 넣고 불을 지른 뒤 사방에서 무차별 사격을 가해

23명을 죽였다. 지금은 교회 터만 남아 있다. 


당시에 죽은 23사람을 함께 봉안한 합장 묘


비석 옆면에는 희생자 23명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정면 왼쪽에 보이는 교회 아래 쪽에 기념관이 있다.


당시 학살을 기록한 탑


기념관 내부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한 전시물들이 있다.

생존자의 증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