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아프리카(2012년)

천국 같은 아디스아바바와 나이로비

연우아빠. 2012. 6. 12. 19:00

예기치 못한 실갱이를 하느라 하르툼에서 예정보다 하루를 더 묵게 되었다.

22일 새벽 비행기를 타러 갔을 때는 어제 새벽에 그 돗대기 시장같던 하르툼 공항은 온데간데 없고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일행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항공권 발급을 위해 기다리는 동안

내 앞에 서 있던 한 청년이 핸드캐리어 손잡이를 집어 넣다가 손가락을 다친 듯 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니까 얼굴을 찡그리며 그걸 입으로 빨고 있다.


옛날 생각이 나서 늘 가지고 다니던 일회용 밴드를 꺼냈다.

그에게 손가락을 내밀어 보라고 하고는

밴드로 상처를 감싸 주었다.


순간, 감사의 눈빛과 함께 환한 미소를 띄우며

그가 "니 하오? 쎄쎄!!"를 연발했다.

그의 목소리가 컸던지 다들 우리를 본다.


순간 당황한 나는 웃으면서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우리말을 하자

그가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말했다.

우리말을 알다니? 이번에는 내가 놀랬다.


남쪽인지 북쪽인지 물어보더니 남쪽이라고 하자 한국은 멋진나라 라고 하면서

환한 웃음과 함께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친구"라고 악수를 청한다.


아디스아바바 대학에 다닌다고 하는 그는

이디오피아도 멋진 나라라고 환하게 웃는다.

그의 손이 참 부드럽고 따뜻했다.



어제 출국하지 못해 대체 항공편을 구한 것이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여 나이로비로 가는 이디오피아 항공.

내전에 여행금지국이라는 기억, 그리고 수단 입출국 때 해프닝 때문에 많이 긴장이 되었는데

그 청년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 같아!"라고 되뇌이며 안심을 했다.


하르툼 공항을 이륙하는 순간 우리는 사지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잠에 떨어졌고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새벽 일출과 함께 이디오피아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4일간 잠을 잔 시간이 4시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긴장을 한데다 시차적응도 안된 때라 피곤한 줄도 몰랐다.


해발 2,500m가 넘는 고원에 자리잡은 아디스아바바 공항은 마치 천국에 도착한 것 같은 상쾌함을 선사했다.

터미널에 내려 환승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객을 위한

공간에서 아침 식사와 차를 마셨다.

급하게 다음 일정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우리가 구한 항공편은 비즈니스클래스였다.

370달러 정도에 구할 수 있었던 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567달러까지 올라가 버렸지만

우리 일행은 무사히 수단을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랜 독립국가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디오피아.

뭇솔리니의 파시스트 군대를 격퇴한 나라.

베킬라 아베베의 올림픽 마라톤 2연패를 비롯해 올림픽 마라톤을 세번 연속 제패한 나라.

6.25사변 때 군대를 보내 우리를 원조했던 나라.


그러나 이디오피아에 대한 기억은 굶어죽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뉴스 시간을 장식한 모습 뿐.

그 이디오피아의 수도는 그런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낙원 같은 모습이었다.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쾌적한 날씨와 서늘한 기온 때문에 우리는 아디스아바바를 '천국'이라고 불렀다.

이디오피아 항공은 여느 항공사 못지 않게 친절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이디오피아 승무원들의 아름다운 유니폼 색깔, 그리고 고유한 문자 표시가 보이는 전광판에서 이 나라의 오랜 역사의 저력을 가늠케 한다.

또한 아프리카 5박8일간 출장 중에서 유일하게 비행기를 터미널로 접안해 승객을 태우고 내려준 나라가 바로 이디오피아였다.


같이 갔던 일행들은 하르툼 대신 아디스아바바를 동북부 아프리카의 거점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했다.

"내년엔 하르툼을 빼고 아디스아바바를 넣을까요?"

"그럼 아프리카에 다시 오지..기꺼이 ^^ "


뜻하지 않게 도착한 아디스아바바였지만 다시 오고 싶은 인상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이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도착한 곳은 바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도 남쪽으로 내려온 기억할 만한 날이다. 2012.5.22 13:00

우리가 도착한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Jomo Kenyatta International)은 남위 1도 남짓 되는 지점에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 이곳을 올라 터미널로 들어간다.

적도 바로 남쪽에 있는 곳이지만 해발 1,600m가 넘는 고원지대라 기온은 17도~25도 정도이고 티끌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을 가지고 있다.

공식 행사가 아닌 시간에 찍은 사진 대부분은 갖고 있던 아이폰 3GS라 화질은 기대할게 없다.

다만 기록용 메모지라고 생각하고 찍어 두었다.


1~2개월 정도 지속되는 우기를 제외하면 케냐는 늘 이런 쾌청한 날씨라고 한다.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해발고도가 높아 자외선이 아주 강한 것 같다.

살갗이 상당히 따갑다.


동아프리카 지구대에 속한 이디오피아, 케냐는 

아프리카지만 높은 고원지대에 자리한 덕분에 사람이 지내기에 적당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인류는 이곳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한 모양이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낮은 관목과 초원, 그리고 습지가 이어진 고원의 모습

약간 굴곡은 있지만 대체로 평탄한 모습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무대가 될만큼 유럽사람들이 살기에도 아주 적당한 기후였을 듯.

6월달부터 대한항공이 이곳에 직항로를 개설하는데 케냐는 위치나 기후 때문에 아프리카 진출의 핵심지역이 될 것 같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파리 파크 호텔 경내 모습

이걸 세운 사람이 카지노의 대부 전낙원씨라고 했던 것 같다.

호텔이라기 보다 마을 하나를 비즈니스용 숙소로 만든 것 같다.



아프리카에 와서 눈으로 본 동물이라고는

작은 도마뱀 한마리, 그리고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새 정도 밖에 없다.


일행들이 비즈니스 상담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동안

상담장을 향해 가면서 몇 장 찍어 두었다.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나무는 우람하고 키도 크다



우리나라 구절초 꽃처럼 생긴 꽃이 만발했다.

우기가 지난 시즌이라고 했는데 이날 오후에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상담은 저녁 8시까지 이어졌다.


케냐의 상권은 인도 상인들이 잡고 있는데

이들은 거래를 할 때 늘 상대방에게 불신을 주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 거래선에다가 꼭 85~90%만 주고 10~15%를 떼먹는 짓을 한다고 한다.

나이로비 공항을 오가는 길에 큰 인도은행이 눈에 띄었다.



다음날 새벽 요하네스버그로 가기 위해 새벽에 길을 나섰다.

새벽 6시. 해도 뜨기 전부터 나이로비 사람들은 어디론가 줄을 지어 부지런히 간다.

영국 식민지였던 탓에 자동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비즈니스는 인도인이, 도로나 SOC는 중국인이, 언어와 제도는 영국시스템이 차지하고 있는 나라.



울퉁불퉁한 길, 포장이 덜 된 길....어설픈 중국의 원조로 만든 길은 설계가 잘못되어 교통체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우리가 공항을 향해 가는 새벽 6시부터 7시 사이에 도로를 따라 길을 재촉하는 케냐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이 나라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프리카의 심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6월부터 대한항공이 직항로를 개설한다는 소식에

다들 케냐를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싶다고 한다.

은퇴하면 이런 기후를 가진 나라에서 지내고 싶다고 하는 연세드신 사장님.

이들에게 경제적 부를 나눠주고 그걸로 이 나라에 기여한다면 좋은 관계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케냐는 도착 비자를 받을 경우 비자 발급에 사진 3장, 그리고 1인당 50달러라고 했는데

사진은 필요치 않았고 일행 중에 어떤 이는 20달러만 받더라고 한다.

이것도 의문이다.


또 하나 이해 못할 것은 입국신고서와 출국신고서가 같은 양식이라는 것과

이미 전산으로 기재되어 있을 입출국 정보를 왜 또 작성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