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아프리카(2012년)

호흡기가 말라 버릴 것 같은 수단

연우아빠. 2012. 6. 11. 19:00

정글, 사자, 마사이족, 부시맨

다이아몬드, 흑인노예,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까지의 영국 식민지정책....


아프리카에 대해 머릿속에 들어있는 단어들은 이런 정도였나?

아프리카에 진출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수단,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찾아가는 일정은 출발부터 시련이 많았다.


턱없이 부족한 업무인력으로 인해 장거리 출장을 맡을 수 밖에 없었고

연초의 무릎수술로 인해 무릎은 계단을 겨우 오르 내릴 수 있는 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황열병 예방주사와 말라리아 예방약(이건 아직도 먹고 있다는 T_T)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

태어나서 가장 심하게 몸살을 앓았던 것보다 더 심하게 뼈 한마디 한마디가 쑤시고 결려

3~4일간은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런 고통을 겪고 들어가는 아프리카는 어떤 세계일까?"라는 약간의 호기심은 있었지만

일행들이 아무탈없이 돌아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인해

출장기간 내내 하루 2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5월 19일 새벽 00:50에 카타르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9시간 비행 끝에 카타르의 도하공항에 도착했다(현지 시각 05:05).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하는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모래덩어리.

초록색은 원래부터 없었던 듯한 황량한 모래 벌판,

모래바람으로 인해 태양은 마치 개기일식 때처럼 흐릿한데

비행기 트랩에 한 발을 내 딛는 순간부터 뜨겁고 건조한 모래바람이

숨을 턱 막히게 한다.


공항은 거대했지만 정말 오랫만에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환승을 위한 탑승게이트까지 이동해야 하는 시스템.

사방에 모두 모래만 보이는 벌판을 20분 이상 달린 다음에 카타르에 도착하는 승객을 내려 놓고

한참을 더 간 다음에 환승객들을 내려 놓았다.

 

환승 게이트로 이동하는 동안 눈에 들어온 도하 공항의 내부시설은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도하 공항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잇는 중간 지점의 지리적 장점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듯하다.



두 시간을 기다려 다시 버스를 타고 하르툼으로 가는 카타르 항공을 탔다.

탑승구에서 바로 비행기를 탈 줄 알았더니 다시 20분이 넘게 버스를 타고 가서

하르툼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수단은 마치 화성 같았다.

비행기 트랩을 걸어내려오는데 누런 모래폭풍이 우리 머리 위를 덮쳤다.


첫 인상은 법도 원칙도 없는 듯한 나라.

세관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몇 사람이 우리 일행을 데리고 가서는 돈을 달랜다.

핸드 캐리어 속에 든 물건은 갈아입을 내의 뿐인데 도대체 무슨 명복인지 모르겠다.

그냥 돈 달랜다. 그것도 200달러 씩이나....

 

결국 50달러를 뜯겼다. 영수증도 없다. 당연한 것인가?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에 원조를 빙자해 많은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데

그 여파로 비슷하게 생긴 우리도 도맷금으로 중국인 취급이다.


수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청나라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영국의 상승장군 고든이 하르툼에서 원주민들에게 잡혀 죽었다는 것과

이 나라가 고대 이집트 왕국의 일부였다는 것

영국의 아프리카 식민지 종단정책과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횡단 정책이 충돌한 곳

청나일강과 백나일강이 합치는 두물머리에 하르툼이 있다는 정도.

그리고 무지 무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라이고

남북 수단이 최근에 내전으로 갈라섰고 일주일 전에도 북수단이 남수단을 공습했다는 정도였다.



호텔 방에서 내려다 본 바깥 풍경은 극과 극이다.

스프링쿨러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색깔로 완벽하게 대조를 이룬다.

호텔 하루 숙박비는 300달러가 넘는다. 그것도 US달러로....

 

두달전에 예약할 때 보다 100달러를 더 달라고 하여 300달러가 넘는 금액이 되었지만

실제 호텔 객실은 그냥 유럽에서 흔히 보는 비즈니스 호텔 객실 수준인데

이 나라에서는 이런 시설이 드물어 상대적으로 비싸진다는....

 

CIA World Factbook에 기록에 의하면

1인당 GDP(PPP)는 3천$(2011년)로 북한(1,800$)보다 더 높다.(대한민국은 31,700$)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의 나라 수단.

그러나 '아프리카의 식량창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농업대국이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강력한 반미정책을 표방하는 이 나라는

석유를 발견하고 나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단다.


석유가 있으니 온 국민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정치지도자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를 만들어 농업이 황폐화되었다는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심스러운 이야기.

하긴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던 이런 나라들은 플랜테이션 농업을 강요당해

자체 식량문제를 해결하기도 힘든 상황이 된 경우가 많으니 먹고 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내부에 미세한 물을 뿜어 주고 물이 증발할 때 기화열을 이용해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를 35도 이하로 떨어뜨려 채소농사를 짓는 곳도 있다고 한다.

 

물이 있는 곳(스프링클러로 물을 뿜어 주는 범위 안)에 저렇게 키 큰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분명 땅은 아주 비옥한 듯하다.

2층 집에 지붕을 덮으면 중과세를 하는 나라라서

대부분의 집들이 2층인데 지붕은 없는 2층이라고 한다.

하르툼의 외관은 70년대 초반 우리나라 면소재지 정도의 모습.


이런 나라에 지붕을 덮는 건축자재가 팔릴까 싶은데,

우리 일행 중에 금속기와 같은 지붕자재를 수출하는 회사는 수단에서 제일 많은 바이어를 만났다.

 

이누이트에게 냉장고를 팔고, 적도에서 온풍기를 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비가 오지 않는 나라에서 지붕자재를 파는 것은 직접 보았으니 앞의 이야기도 사실이겠지?

지붕을 덮어 그늘을 만들면 한결 시원할테니

생각만 바꾸면 세상은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는 법.



우리가 묵었던 호텔 로비에 있는 문화의 벽

세계 각국에서 기증한 간단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오른쪽 중간 중앙부분에 우리나라 남녀인형이 있다.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간 출장이라 개인 시간은 낼 수 없었고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다.

출발 전에 론니플래닛 아프리카 편을 빌려다 2주간 뒤적거리긴 했는데

딱히 집중해서 본 것도 아니라 기억도 별로 나지 않는다.

 

이건 분명 우리나라 교육방식에도 문제가 있는거야.

이 넓은 대륙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기억도 별로 없다.



치안이 불안하고 아직 내전 중이니 호텔 대문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주의를 많이 들었다.

호텔 담벼락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 강도를 당할 수 있다고 하고

호텔 입구에 중무장하고 있는 경비원들을 보니 겁주는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국 호텔 경내에서만 어슬렁 거렸는데 그것도 10분을 견디지 못하겠다.

너무 뜨겁고, 너무 건조해 숨이 막히고 눈이 아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이런 나라에서 강력범죄가 가능할까? 싶을 만큼 기후환경은 인간이 견디기에 너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예쁜 꽃은 어디서나 아름답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바로 이런 모습일까?

물이 있으면 생명은 어디서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나눌 물이 없으니 외부인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을 듯 하다.



채 10분을 견디지 못하고 호텔 방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현대적인 건물도 보이고, 무엇보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수영장이 마음에 들었는데

비즈니스 출장이라 생각하고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은게 후회스럽다.

 

새벽 4시가 되면 모스크에서 꾸란을 낭송하는 육성이 들린다.

낮고 묵직하고 운율에 맞춰 처음에는 한사람 목소리로...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는 점점 늘어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모스크에서 먼 곳일수록 주택 임대료가 비싸다고 한다.

새벽 4시부터 모스크에서 울려 퍼지는 꾸란 낭송소리에 잠을 설치기 때문이란다.

첫날 시차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채 2시간도 잠들지 못하고

꾸란 낭송소리에 잠이 깨고 말았다.

 

우리 목적지는 한국과 6~7시간 정도 시차가 나는 곳이라

이론대로 한다면 적응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리고

적응이 끝나는 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된다.

 

비즈니스는 잘 끝났지만

'인샬라'

알라의 뜻은 아무도 모른다.

그게 돈이 될지, 돈이 안될지....

 

 


수단에서는 원하던 목적 이상을 달성했으나

입국 때 돈을 뜯긴 사건은 출국 때 큰 문제를 초래했다.

출국 때 또 1인당 130달러나 되는 거금을 요구받아 이유를 알아보고자 했으나

도대체 정확하게 이유를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없다.

 

그것도 수단파운드화로 2,167파운드(?)를 내라고 하니

수단을 떠나는 사람이 수단 화폐를 가지고 있을 턱이 없다.


배낭을 메고 30년 가까이 전세계 안가본 나라 없이 다녔다는 지인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수단에 돈을 주고 밀입국을 했다가 돈을 주고 출국을 했기 때문에

수단의 비자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단다.

 

서울에서 수단대사관을 통해 입국비자 발급을 받는데 1인당 100달러를 낸다.

출국 때는 말을 자꾸 바꾸며 1인당 15달러, 30달러, 60달러, 65달러, 100달러를 내란다.

달러밖에 없어서 달러를 주려고 했더니 수단 파운드화를 내란다.

 

새벽 2~3시에 그들이 가자는대로 하르툼 공항 안을 샅샅이 뒤지고

시내까지 나가서 환전소를 찾아 다녔지만 없다.

1인당 130달러를 줄테니 니들이 날이 밝으면 시내에 나가 현지화폐로 바꿔서 쓰라고 했다.

30달러는 환전 수수료로 쓰라고....

그래도 안 받는다. 수단파운드화로 달라고 우긴다.

 

결국 예약된 비행기를 놓치고 하루를 더 묵게 되었다.

 

어디까지가 공식적인 비용이고 어디까지가 삥땅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대우그룹은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사업을 했을까?

현지에서 듣기로는 수단에 한국인이 약 70명쯤 거주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50여명 쯤 있고

20여명은 종교적인 목적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법과 질서가 부족한 것은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이

씨족사회에서 서구 열강의 식민지가 되어 스스로 국가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까?

너무나 헛점이 많기에 그래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땅이라고 말하는 사업가들의 얘기를 들으니

월급쟁이인 내가 이해못할 세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안전이 제일이라면 그저 달라는 대로 돈을 뜯기는 게 이런 나라에 대한 예의일까?

아프리카 나라들 가운데 비자발급 수입이 국고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사하라 사막 북부지방에 있는 아프리카는 함족, 셈족 같은 코카서스 인종들이 지배하는 지역이라

이목구비는 백인들과 가깝다.


수단은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영어를 사용했으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은 뒤 영어 사용을 금지하고 아랍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어

젊은 세대는 영어를 잘 모른다고 한다.


수단 사람들은 평균수명이 짧은 편인데

모래폭풍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해 호흡기 관련 질병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워낙 건조하다 보니 죽은 동물이나 분뇨들도 그대로 방치한다고 한다.

이슬람 율법 가운데 하나인 할랄법에 따라 도축한 동물이 아니면 먹지 아니하는 관계로

죽은 동물은 그대로 방치해 두는데 모래폭풍 철에 이런 것들이 공기중에 섞여 사방을 떠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모래 폭풍이 불 때 공기에서 나는 냄새는 정말 역겨울 정도다.

 

너무 건조하고 너무 뜨거워서 수단을 여행하는 것은 수도자의 인내심이 필요할 듯하다.

 

 

다음 날 케냐의 바이어들에게 들었는데

아프리카 사람들도 수단에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할만큼 위험하고 열악한 지역이라고 한다.

한국 비즈니스맨들 참 대단하다고...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준 수단이지만

수단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과 50년전 우리도 그들처럼 비참하고 엉망이었기에...


수단에 대한 기본정보 : http://www.sudan.net/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