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19일째) 트레비분수

연우아빠. 2010. 9. 9. 08:42

근사한 저녁을 먹고 힘을 낸 우리는 로마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러 트레비 분수로 갔다.
아내와 아이들은 트레비 분수의 야경에 감탄을 했다.
낮에 그렇게 더워서 분수의 물줄기는 더 시원하다.

변함없이 수많은 관광객이 발 디딜틈 없이 몰려 드는 곳. 보안을 위해서인지 곳곳에 눈에 티지 않는 복장으로 경찰들이 섞여 있었다.
아이들을 보더니 많은 분들이 분수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길을 열어 주었다.
분수대 바로 앞까지 간 우리는 동유럽에서 여행을 온 듯한 청년에게 부탁해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 청년은 트레비 분수가 다 나올 수 있도록 애를 쓰며 사진을 찍어 주었지만
어두운 밤인데다 익숙하지 않은 기계라 그랬는지 애를 쓴 만큼은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단체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이들부터 한 사람씩 차례로 트레비 분수를 향해 동전을 던졌다. 꼭 로마로 다시 오기를 빌면서.

 

트레비 분수 근처에 있는 골목길에서 예전에 먹었던 젤라또 가게를 찾았지만
역시나 올드브릿지나 지올리티와 같은 곳과는 차원이 다른 맛없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더위를 달랜 것으로 조금 위안을 삼고 숙소로 돌아갈 지하철을 타러갔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가까운 스페인 광장을 들렀다.
스페인 광장에서 준기는 베를리니의 아버지가 설계한 난파선 분수의 물줄기를 맞으며 좋아라 한다.
3년전에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초등학교 시절에 보았던 영화 로마의 휴일을 생각했었다.
그때처럼 우리가족 모두 오드리 헵번이 앉았던 광장 계단에 앉아 빛나는 콘도띠 거리를 바라보며 로마의 휴일을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내일 마실 물을 사러 근처 수퍼에 갔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문을 닫았다.
준기는 낮에 마셨던 SPQR이 붙어 있는 공공수도의 물을 받아가자고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베네치아로 간다면 물을 못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호텔 근처 공공 수도에서 물을 받았다.
준기는 S.P.Q.R.에서 나오는 공공수도가 재미있는 모양이다. 2천 년 전 로마의 제도가 오늘 우리 물통으로 들어왔다.




로마에 가는 사람들은 꼭 들리는 트레비 분수
로마시대에 공공 우물로 만들었던 것인데 원정을 나가는 병사들을 위해 물을 공급했다고 한다.




사두마차로 묘사된 파도를 끄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그의 아들들.




트레비 분수에서는 동전을 던져야죠? 로마에 다시 오고 싶잖아요.


연우와 준기도 동전을 던졌습니다.
1개를 던지면 다시 로마로 오고, 2개를 던지면 영원한 사랑을 이루고, 3개를 던지면 이혼을 한다는 우스개가 전해 오는 곳. 우린 당연히 1개를 던졌지요.
이 동전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동전을 거둬가는 사람이 거둬가서 일부는 자기가 갖고 일부는 국제구호단체 같은 봉사단체에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돈을 거둬가는 사람이 정해져 있었는데 1970년대인가 로마시에서 직접 거두겠다고 했다고 소송이 붙었답니다.
오랫동안 거둬가던 가문이 승소를 했는데 돈을 거둬가는 것 뿐만아니라 트레비 분수를 깨끗이 청소하는 일도 했었다고 합니다.
승소한 뒤부터는 돈의 일부를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스페인 광장의 난파선 분수.


16세기에 로마에 큰 홍수가 났었는데 이렇게 생긴 배가 여기까지 떠내려 왔다고 합니다.
베드로 성당을 완성시킨 베를리니의 아버지가 유명한 조각가였는데 그가 이 구조물을 조각했다고 합니다.




오드리 헵번이 앉았던 12번째 계단에 앉아 콘도띠 거리를 바라봅니다.


정면에 보이는 골목이 이른바 명품들만 파는 가게가 밀집된 콘도띠 거리입니다.
스페인 광장이라는 이름은 광장 옆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어서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