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12일째) 호엔 잘츠부르크 성

연우아빠. 2010. 8. 20. 18:30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바라보며 강을 건넜다.
성만 바라보고 가다보니 건물 옆으로 언덕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먼저 올라가서 성으로 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해 봤다. 길이 있어서 모두 올라오라고 불렀다.
나중에 구글어스를 보니 성 페터교회 옆으로 해서 언덕으로 올라간 것 같다.

좁은 골목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니 우리는 잘 모르겠는데 유명한 음악가들이 살았던 집인 듯 사람이름과 연도가 표시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카라얀의 이름도 보였다.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니 성 중턱이 보이고 궤도열차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정거장으로 가니 중간 정거장인 듯한데 승하차 불가 표시가 있다.
연우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어쩔 수 없지 않냐고 성에 가면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하고 살살 달래서 걸어서 성으로 올라갔다.
몇몇 사람이 함께 걸어간다. 작년에 갔던 몽셀미셀처럼 경사가 아주 심한 언덕에 쌓아 올린 성이 눈 앞에 잡힐 듯 보인다.

 

성 안에 들어가자마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1개씩 사서 아이들을 주었다.
성 안에는 옥외 레스토랑도 있고 성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엽서에 있는 사진처럼 아름답다.
평지와 산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강원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
깨끗한 공기 때문에 아주 멀리까지 잘 보인다.

성 안에 있는 유물 전시관에는 성의 구축과정,
사운드 오브 뮤직에도 나왔던 마리오네트 인형공연에 관련된 각종 역사적 유물들,
1차 대전 전사자를 기리는 곳,
대장간의 모습, 중세 기사들이 사용했던 각종 유물 등이 방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어울리지 않게 1~2차 세계대전의 기록사진과 각종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나하나 구경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내려오는 궤도열차 승차장을 찾지 못해 걸어서 레지던스 광장으로 내려왔다.
자건거, 마차 등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성 안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광장 분수 앞에 도착하자 다리에 기운이 쭈욱 빠졌다.
철퍼덕 분수 그림자에 앉아버렸다. 아내도 몹시 힘들었던 듯.
두 아이는 쌩쌩한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이번 여행 중에 이러기는 처음.

한참을 앉아서 쉬고 나서 기차역을 향해 걸어갔다.
미라벨 정원 어린이 놀이터가 우리를 부른다.
준기는 미끄럼틀이나 그네 같은 놀이기구는 이제 유치한 모양이다.
안들어 간다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기차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기차 시간 맞추려고 열심히 가다가 차 안에서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아 도중에 케밥을 샀다.
베를린과는 전혀 다르게 빵을 쪼개 그 안에 케밥재료를 넣어 주었다.
시간이 늦을 것 같아 힘을 내서 역까지 뛰었다.
그런데 기차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시간이 지난게 아닌데.

 

10분 뒤 들어온 뮌헨행 기차는 독일연방철도(DB)가 아닌 오스트리아 연방 철도(OBB) 소속.
10분 늦게 들어온 기차는 우리가 타고나서 30분이 넘도록 출발하지 않는다.
20분쯤 있다가 한국인 가족들이 허겁지겁 탄다. 기차 안에는 악기를 든 한국인들이 꽤 많다.

30분이 훨씬 지나서 기차는 출발했는데 3분쯤 잘 가더니 갑자기 서더니 역 안으로 다시 후진하는 희안한 일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일이람? 안내 방송도 없고.
다시 10분을 더 기다린 뒤에 열차는 뮌헨으로 출발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케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베를린에서 먹은 것보다는 짜지 않았다.

 

우리 옆에 탄 한국인 가족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람들 무척 불친절 하다고 얘기를 했다.
내일 몰타로 간다는 가족들.
그 얘기를 듣더니 준기는 “이상하다. 모두 친절한 사람들만 있던데?”라고 거든다.
뮌헨에 도착해 숙소로 가면서 연우가 “뮌헨 구경은 언제 해?”라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뮌헨에서 잠만 잤을 뿐 시내는 한번도 나가 보지 않았다.
가이드 북을 읽어봐도 뮌헨시내에 나갈 만한 매력적인 것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빨래를 하려고 세탁실을 찾았더니 너무 늦은 시간이라 기계 작동 불가.



점심을 먹고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가려고 계속 걸었습니다.
도시가 작아서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면 구 시가지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게 누굽니까?
헤베르트 폰 카라얀이 여기서 살았단 말인가요?
명판을 보고 안을 들여다 보니 정원에 서 있는 지휘자의 동상의 카라얀이네요.


다리를 건너 호엔 잘츠부르크 성이 있는 강 남쪽으로 갑니다.
유럽의 강은 경사가 약간 급한 편이라서 그런지 물살도 거세고 흙탕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잘츠부르크도 그렇군요.


웬지 이 계단을 올라가면 잘츠부르크 성으로 가는 길이 보일 것 같아서
성당 옆으로 나 있는 높은 계단을 통해 언덕으로 올라 갑니다.
연우가 분명히 궤도열차가 있다고 가이드북을 봤는데 왜 궤도열차가 보이지 않느냐며 투덜거렸네요.


계단 위에서 보니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에서 눈에 익은 성당의 탑들이 보입니다.



서양 음악에 대해 거의 모르는 관계로 이 분이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언덕에 있는 작은 골목의 집에는 이런 명판과 설명문이 붙어 있는 곳이 꽤 많았습니다.
1412년에 살았던 ABTS-THURM  1412는 무슨 뜻일까요?
Agnes Muthspiel(1914~1966)은 누구일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나는 잘츠부르크의 골목길입니다.



오호라, 드디어 잘츠부르크 성이 보이는군요.



작년에 갔었던 프랑스 생말로의 몽셀미셀처럼 깎아지르는 절벽위에 성을 세웠네요.
하얀색 성. 오른쪽에 보이는 궤도열차를 보고 연우가 "저걸 탔어야지!"라고 다리가 더 아프다고 합니다.


마사토라서 몹시 미끄러운 언덕길을 조금 더 올라갑니다.
저 아래쪽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 궤도열차를 타는 정류장인데
지금은 운행을 하지 않나 봅니다.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하고 걸어서 남은 길을 올라갑니다.



성에 도착하니 옛날 대장간이 남아 있네요.



더운 날씨에는 시원한 것이 최고지요.
아빠 때문에 궤도열차 못타고 걸어서 올라온 아이들을 위해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주었습니다.



성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디를 봐도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곳이라서



파노라마 사진 찍듯이 사방을 다 찍어봅니다.
도시에 건물보다 초록색이 더 많은 것이 우리나라 도시와 다른 점입니다.



큰 나무를 그늘로 삼은 야외 레스토랑.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정신적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풍경입니다.



이쪽에서 보는 성 바깥 모습은 시가지로군요.
앞쪽이 구 시가지, 강 건녀편은 신시가지.
그림처럼 아릅답습니다. 역시 사람은 강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인형극의 소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리오네트 박물관을 둘러보다가 바닥에 빛이 올라오는 작은 유리구멍이 있어서 들여다 봤습니다.
돈벼락을 맞은 인형들일까요? 바닥에 돈에 베고 누워있는 인형들이 보입니다.
방 마다 독특한 인형들이 지하에 있는데 어떤 곳은
인형이 줄을 타고 위로 올라오다가 다시 굴러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한 곳도 있었습니다.


사람 인형을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 놓으니까 좀 기괴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폰트랍대령의 아이들과 마리아의 인형을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저격당한 것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는데
1차 대전 중에 전사한 이지역 사람들의 명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건 황금색으로 가득한 방인데 무엇이었는지 메모를 해 놓지 않아서 나중에 다시 가봐야겠군요.



중세 기사들의 모습과 갑옷, 그리고 대포나 각종 무기를 전시해 놓은 방입니다.
유럽 세계는 너무 참혹하고 많은 전쟁을 겪어서 이제 다시는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립된 성에서 영화를 누리지만 늘 누가 쳐들어올까 걱정하는 그런 생활보다는
이렇게 아이들이 같이 와서 놀아주는 성이 훨씬 좋지 않나요?



잘츠부르크 레지던스 광장에 서 있는 지구(?)
저 위에 선 인형은 무슨 의미일까요?


난간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자의 재미지요.



멋진 마차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군요.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이 마차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잘츠부르크 시내를 달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1960년대에 만든 영화인데 잘츠부르크는 그 모습 그대로 있나봅니다.
다시 왔을 때도 변함이 없으면 고향 같은 느낌이 들 것 같네요.



잘츠부르크를 유명하게 만든 원조시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음악의 천재.
어째 이 분을 '거장'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못 본 것 같군요.
너무 어려서 그랬을까요?



이제 뮌헨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3개월쯤 유럽을 여행한다면 한 도시에서 3~4일 정도 머물면서 샅샅이 찬찬히 보고 싶네요.



뮌쉔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두 남매는
모차르트 쿠겔을 감싼 포장지에 모차르트 얼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벗겨먹는 장난을 합니다.
뮌쉔으로 돌아와서도 잘츠부르크의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