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12일째) 잘츠부르크 _ 미라벨정원

연우아빠. 2010. 8. 20. 12:58

□ 2010.7.7(수)

 

호스텔의 아침 식사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아이들이 씨리얼을 잘 먹었고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나서 한국에서는 우유를 먹지 못하는 나는
이상하게 유럽에서 우유을 마시면 아무런 탈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혹시 속설처럼 사료에 든 항생제 성분 때문에 그럴까?
여행하면서 움직이는 양이 많아서일까? 아이들이 참 많이도 먹는다.

 

오늘은 아이들이 선택한 사운드오브뮤직의 무대 잘츠부르크 가는 날.
명작은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을 준다.
작년에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은 잘츠부르크에 가서 직접 그 도시를 보고 싶다고 했다.
또 <오스트리아에서 보물찾기>에서 본 모차르트 쿠겔 때문에 이곳을 가보고 싶어했다.

뮌헨-잘츠부르크 구간은 거리는 그닥 멀지 않지만 고속열차가 아닌 지역열차가 다니는 구간이라 정차역이 많아서 2시간 걸린다.
가는 길은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전혀 지루하지 않은 편안한 관광길이다.
어제 밤늦게 뮌헨에 도착했지만 역으로 나가는 아이들은 쌩쌩하다.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에 빨간색 지역열차(REGIO)가 서 있는 것을 보더니 둘 다 좋아라 한다.
빨간색 2층 기차니까.

날씨가 더워서 2층에 앉아서 가는 것은 피했으면 싶은데 두 아이는 무조건 2층이다.
역 구내에 간단한 야영장비를 싣고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그 가운데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몇 분 있다. 부럽다.

차창 밖 경치는 알프스로 다가갈수록 점점 더 아름답다.
잘츠부르크에 도착하자 오스트리아 연방철도(OBB) 표시를 한 기차들이 보인다.
역사는 한창 공사 중이었다.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확장을 하는 모양이다.

역에 있는 인포메이션을 찾아 지도를 받고 도시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들었다.
다들 사운드오브뮤직 때문에 오는지 친절하고도 간결한 영어로 쉽게 설명해 준다.
연우는 자전거를 빌려타고 가고 싶어했지만 잘츠부르크 시내는 좀 위험할 것 같아 걸어가기로 했다.
인포메이션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린다고 알려줬다.

 

시내를 조금 걸어서 나가니 미라벨 정원이 나타났다.
영화보다 실제는 더 아름다운 그림 같은 정원.
마리아와 아이들이 노래 부르던 말 분수, 나무터널,
그리고 초록과 빨간색 꽃은 여행자에게 마치 오랫동안 다녔던 공원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어렸을 때부터 사운드오브뮤직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때문일가?
아이들은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숨바꼭질하며 미라벨 정원의 편안한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멀리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보인다. 저 성 근처에 마리아가 견습수녀로 있던 수녀원이 있다고 한다.

미라벨 정원을 나와 레지던스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구 시가지는 정말 아름답고 아기자기해서 굳이 역사적 유물이 없더라도 즐겁게 여행할 만하다.
상가지역을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내가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일본식 식당을 찾았다.
잘츠부르크에는 정말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은 일본식당을 찾아 들어가 국물이 있는 음식을 시켰다.
깔끔한 음식, 초밥도 맛있었는데 준기는 현지식을 먹지 않고 일본음식을 먹으러 왔다고 계속 엄마에게 투덜거렸다.


점심을 먹고 이웃 상가에서 모차르트 쿠겔 중간크기 1통을 샀다.
가게 주인이 연우와 준기에게 맛뵈기로 쿠겔 한 개씩을 준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번 여행 내내 어린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유럽 사람들은 아이들에 대해서는 참 친절했다.
트래킹용으로 쓸 생각으로 스포츠 용품 매장에 들러 작은 배낭을 하나 샀다.
그리고 나서 메고 다니던 오래된 작은 배낭을 버리려고 했더니 준기가 안된다며 말렸다.
자기가 메고 가겠다고. 한국 가서 버리자고,
배낭이 불쌍하다고. 어흑.



뮌헨에서 잘츠부르크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빨간색 2층 기차. 햇살이 따가운 날이었지만 에어컨도 없는 2층으로 냉큼 올라가서 자리를 잡은 두 아이.


동화같은 도시를 찾아가는 중이지요.
아주 오래된 영화지만 세대를 넘어 사람을 받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시.
거기를 가는 길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연우의 표현 "시력 검사하는 기계에 보이는 언덕 위에 빨간 지붕 집"



고속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역이랍니다.
역마다 다 서는 길이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경치가 너무 멋있거든요.
사진이 없으면 기억이 일찍 사라지기 때문에 사진을 찍긴 하지만
실제로 본 아름다운 모습을 절반도 표현 못하는 게 아쉬운 그런 경치랍니다.



드디어 왔다. 잘츠부르크.
우리가 타고 온 빨간 2층 기차가 서 있고요.
두 녀석 표정을 보면 너무 즐겁죠.



여행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서 첫번째 목적지인 미라벨 정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길에 벤치 대신 이렇게 돌을 철망에 넣어서 의자를 만들어 두었네요.
호기심에 한번 앉아 봅니다.



가는 도중에 이런 공원이 있습니다.
이런 곳이 유럽 도시마다 너무 많아서 이젠 공원 같지 않고 그냥 공원안에 마을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그 공원 옆에 작은 문이 있는데 이런 정원이 나타납니다.
미라벨 정원이죠.
우린 정문이나 후문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길 옆에 있는 옆문으로 들어간 것이랍니다.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
사람이 만든 정원이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다니....



저 멀리 호엔 잘츠부르크 성이 보이네요.
미라벨 정원은 "아름답다"라는 말보다 "우와!!!!"라는 감탄사가 더 어울리네요.
아기자기 하고 색깔도 너무 아름답고 모양도 예쁘고...



영화 속에 나온 장면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습니다.


마리아와 7명 아이들이 이 분수 테두리를 돌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죠.
변함없는 모습, 마치 영화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준기는 "이 분수에 동전 던진 사람들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보는 중입니다.



이 정원을 거닐다 보면 없던 사랑도 그냥 생길 것 같고요.
악한 감정도 언제그랬냐 싶게 소리없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이 터널 속을 달리면서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지요.
무지무지 긴 터널이었습니다.
해가 거의 스며들지 않는 곳도 있었고요.



마치 영화 속을 걸어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죠.
영화와 현실이 공존하는 곳, 미라벨 정원.
유럽의 어느 도시도 마찬가지지만
하루동안 들여다 보기에는 너무 아쉬운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