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여행/가족배낭여행(2010년)

(8일째) 파리에서 쾰른으로

연우아빠. 2010. 8. 17. 08:42

□ 2010.7.3(토)

 

5시 쯤 잠에서 깼다. 어제 해 놓은 빨래가 다 마르지 않았다. 

출발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7시쯤 덜마른 빨래를 걷어 세탁실로 내려갔다.
건조기에 빨래를 집어넣고 아이들을 깨웠다.
10:01 파리 북역발 쾰른행 기차를 타려면 아침을 일찍 먹고 8:20전에는 출발해야 했다.
밥을 먹고 세탁실에 가봤더니 빨래는 전혀 마르지 않았다.
탈수를 한 빨래만 제대로 마르나 보다. 8시 30분을 넘긴 시각, 예정 출발보다 10분 늦었다.

서둘러서 숙소를 나왔다.
아름답고 안락하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WiFi가 잘돼서 정말 좋았던 숙소. 피카딜리 서커스의 백팩커스 호스텔과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하늘과 땅 차이였던 숙소라서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숙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토요일이라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걸어서 계단을 올라 급하게 라데팡스 역에 도착했는데 RER선을 찾아 들어가려고 하니 우리가 가진 지하철 표로 열리지 않았다.
제일 왼쪽 게이트가 열려있었다.
어차피 RER선은 유레일 패스 소지자에게 무료인데 싶어 그냥 들어갔다.
엥! 지하철이 아닌 일반 열차 형태의 기차가 지나간다.
다행히 잠시 후 들어오는 기차는 우리가 지하철로 환승하는 역에 정차한다는 사인이 들어왔다.
늦었다. 무조건 타고보자.

다행히 환승역까지 7개 정거장 가운데 한 정거장만 서고 그대로 통과하는 급행.
3년전 앙또니에서 탔던 급행전철이 생각났다. 그거구나.
지하철로 갈아타는 구간에서 지하철 승차권으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파리 북역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해 30분의 여유가 생겼다.
정말 운이 좋았다. 역 바깥에는 천둥이 치고 벼락이 떨어졌다.
평지가 넓은 지역이라 그런지 벼락이 곳곳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잘 보이는데 오싹하다.

 

출발시간이 다 돼 가는데 전광판에 플랫폼 배정 표시가 들어오지 않는다.
출발시간이 돼서야 안내 방송이 나왔다.
짧은 영어실력에 건물에 울려서 왕왕거리는 안내 방송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겠다.
아내가 열차가 지연된다고 안내하는 것 같다고 한다.

전광판에 지연 사인이 뜬다. 15분, 20분, 40분, 1시간, 1시간 15분....
이거 선진국 맞나?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일부러 브뤼셀을 거쳐 쾰른에서 브레멘 환승하는 노선을 택했는데 이렇게 되면 쾰른 성당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어제는 안내 방송도 없이 RER선이 오지 않아 베르사이유를 가지 못한 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게 된 준기가 프랑스는 후진국이라고 계속 중얼거린다.

심한 비가 온 때문일까?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정상적인 유럽기온을 되찾았다.
배낭에서 긴 옷을 꺼내 아이들에게 주고 사람들이 가득찬 역에 앉아 하릴없이 기차를 기다렸다.
소일거리 장난도 지칠 때가 되어서야 기차가 들어왔다.

 

11:30 드디어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왔다.
기차 타기 전에 Thalys 승차권을 개찰기에 대고 개찰을 해야 하는데 모르고 그냥 타버렸다.
파리 북역을 빠져 나가면서 프랑스에 대한 인사도 잊어버렸다.
20분쯤 달리던 기차는 기차역도 아닌 선로 한가운데서 선다.
그러고는 안내 방송도 없이 20~30분쯤 서 있었다. 비는 계속 거세게 내리고 벌판에 벼락이 떨어진다.

추운 느낌이 들어서 배낭에서 자켓을 꺼내 잠든 아내에게 주고 아이들에게도 긴 옷을 하나씩 더 입혔다.
한참을 서 있던 기차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벨기에 국경을 넘어서자 파리 시내의 꾀제제한 건물과 다른 독일식 깔끔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브뤼셀에서 은퇴한 남녀 노인 네 분이 우리 옆자리에 탔다.
맥주도 마시면서 시종일관 쾌활하게 이야기를 계속한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는 유럽은 은퇴한 뒤에 연금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건강한 노인들을 자주 본다.
그들의 유쾌한 웃음소리에 기분이 좋다.
브뤼셀을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깨웠다.
아헨역. 올 봄에 서울에 오셔서 강연회를 하신 블로거 무터킨더님이 사는 곳.
진작 이분을 알았더라면 아헨을 돌아볼 계획을 세웠을텐데. 그리고 아헨의 독일학교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제멋대로 상상하며 배낭을 내렸다.
파리에서 가지고 온 삶은 감자, 삶은 달걀, 바나나, 사과를 점심으로 먹었다.
프랑스 감자는 정말 맛있다.

 

오후 3시 40분이 넘어서 쾰른에 도착했다.
비가 계속 내려 방수포를 꺼내 배낭을 감쌌다. 지친 아내는 그만 만사가 귀찮단다.
구내 휴게실에서 앉아 쉬게 하고 준기를 데리고 먹을 것을 사러 갔다.
잠시 쉬어서 기운을 차린 아내가 배낭을 메고 나섰다.

독일에 처음 내린 아이들은 깨끗해서 좋단다. 역시 첫인상이 중요해.
간식을 더 사고 성당을 보러 나갔다. 쾰른 역을 벗어나자마자 거대한 성당이 눈 앞에 변함없이 서 있다.
그런데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성당 앞에 경찰과 구급차들이 가득하고 사방을 들어오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성당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다.
내부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 바깥만 반 바퀴 돌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성당 내부를 보여줘야 하는데, 하긴 우리나라에 절이 많듯이 유럽에 성당이 많으니 다른 성당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오늘은 갈길이 바쁘다. 




기차를 놓칠세라 헐레벌떡 달려왔건만 천둥번개와 빗속에서 쾰른행 기차는 올 줄을 모른다.
심심해진 준기가 엄마랑 놀이를 하고...




놀이도 지겨워지니 아빠 아이폰을 뺏어서 영화 감상중
그 사이에 천둥 번개는 계속 치고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린다.
진작 한번 올 것이지. 파리에 있는 동안 얼마나 더웠다구.




15분, 30분, 40분 계속 늦는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더니 급기야 1시간 15분이나 지연된다는 믿기 어려운 사인.
하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런 허술함이 인간다운 맛을 느끼게 하는 나라다.
그래도 너무 늦으면 쾰른 성당 구경을 할 수가 없는데...우린 오늘 안으로 브레멘까지 가야 한다고.




무척 늦었지만 그래도 출발하니 고맙다.
TGV가 브뤼셀-쾰른 구간으로 운행하는 경우 탈리스(Thalys)라고 부른다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연우는 어쨌거나 TGV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으헉!




2차대전 때 아주 일목요연하게 융단폭격을 받아 초토화된 쾰른.
그 쾰른에서 유일하게 멀쩡하게 살아남은 쾰른 성당.


막 지어도 1,000년된 듯한 성당. 1,000년이 지나도 막 지은 듯한 성당.
쾰른 성당은 독특한 석재 색깔은 마치 연기에 그을린 듯한 모습이다.
저기 보이는 빨간 줄과 빨간 소방차는 저 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연우와 준기에게 다시 쾰른 성당 내부를 보러 갈 날이 있겠지.